더 낡아지게 하소서
2007.02.02 10:42
더 낡아지게 하소서
주님
이제쯤이면
세상과 부딪치는 일없이
살아갈 때도 되었으련만
아직도 풀 먹은 빳빳한 성깔이 날을 세울 때는
닿는 곳마다 상처가 납니다
돌아보면
지나온 곳마다 성한 곳 없고
시뻘겋게 입벌린 생채기들이 여기저기에서
아프다 아프다 외쳐대고 있습니다
주님
새해에는 더 낡아지게 하소서
꼭 쥐어짜면
마지막 남은 성깔 한 방울까지 떨어내고
닦을수록 순해지는
그런 걸래가 되게 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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