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보다 낮게 엎드려 -세족례-

2007.02.02 14:25

이윤홍 조회 수:173 추천:10

         발보다 낮게 엎드려
          -세족례-



          어릴 적
          내 발 닦는 일은
          언제나 엄니의 몫이었다
          노란 양은대야
          따스한 기분 좋은 물 속에서
          더런 발과 장난치며
          연애하며 사랑하다
          뽀송뽀송 쨍 마른 수건으로 감싸 내주면
          또다시 밖으로만 내달리던
          아픈 발 고단한 발

          오늘은
          아버지가 닦아주신다
          세상 온갖 더럽고 추한 곳만 골라 다닌
          똥 묻은 발
          닦아주면 또다시 밖으로 나다닐 탕자의 발
          아직도 걸어갈 길이 멀어 곤곤困困한 발
          더럽고 피 흘리는 발 앞에 무릎 꿓고
          엄니 손길 잊어버린 불효의 발을
          아버지가 닦아주신다
          발 보다 더 낮게 엎드려
          닦아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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