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판소리엔 길이 없다

2008.03.19 02:50

이윤홍 조회 수:964 추천:100


당신의 판소리엔 길이 없다




밤을 걸어와  
멀리서 바라본 조그만 창문
창호지가 밝히는 저 순한 불빛
토담 곁 그 아래로 다가서다 나는 들었다
당신의 판소리를

진양조 중몰이로 흐르는 당신의 판소리는
내 가는 귀로 몰려와 발목을 움켜잡고
추적- 추적- 온 몸 두드리는 밤비의 추임새에
뚝- 뚜둑- 뚝딱- 하!
젖은 가슴 다 쥐어짜는가

세월은 흐를수록 제 모습 상해가고
끝내 그 모습 흐려져도
당신은 이 세상에 흔히 없는 여자
여전히 맑고 앳된 요염한 당신인데
언제 판소리 한 가락에 깊은 상처를 새겼는가

발목타고 빗물 오르고
당신의 숨죽인 중중몰이 새빨간 통증으로 다가설 때
나는 보았다 당신의 발가벗은 알몸을
가장 깊은 그곳으로 암전暗電되어 흐르는 당신을

당신의 뜨거운 숫불에 입술을 씻은 것은
그날이 아니라 오늘  
당신에게 나아갈 길도
당신으로부터 돌아갈 길도 모두 끊긴 바로 이 밤 이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2 레몬 이윤홍 2007.02.02 130
141 마음 물 들이기 이윤홍 2007.02.02 160
140 마음(1) 이윤홍 2007.02.02 165
139 마음(2) 이윤홍 2007.02.02 168
138 마음(3) 이윤홍 2007.02.02 165
137 마음(4) 이윤홍 2007.02.02 168
136 마음(5) 이윤홍 2007.02.02 167
135 막연한 그리움 이윤홍 2007.02.02 183
134 모래 이윤홍 2007.02.02 157
133 무당 벌레 이윤홍 2007.02.02 192
132 무슨 마음에 속해있는 것일까 이윤홍 2007.02.02 141
131 이윤홍 2007.02.02 124
130 물방울 하나 이윤홍 2007.02.02 172
129 물소리 이윤홍 2007.02.02 146
128 바람 이윤홍 2007.02.02 151
127 바람 털 이윤홍 2007.02.02 148
126 바람의 힘 이윤홍 2007.02.02 193
125 발보다 낮게 엎드려 -세족례- 이윤홍 2007.02.02 173
124 발자국 이윤홍 2007.02.02 126
123 벌래 이윤홍 2007.02.02 167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0
어제:
0
전체:
604,7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