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사랑

2007.02.03 08:19

이윤홍 조회 수:172 추천:14

         지독한 사랑





         나,
         죽으면 띄우려던 낡은 목선
         오늘밤 바다로 밀어낸다
         그대를 맹세코 사랑한 죄
         어둠 속 멀리 밀어낸다
         배 나아간 길 아예 지우면
         오는 길은 애초부터 있지도 않아
         천지간 어디에도 닿을 곳 없는
         허허 바다건너 적소(謫所)로 보낸다
    
         물결 따라 나아가다 나아가다
         가물가물 수평선에 걸리는 배
         수평선 못 넘고 제 자리 맴도는 저 배를
         떠다민다
         냅다 떠다민다
         선미(船尾)에 찍히는 저 몸서리치도록
         선명한 두 손바닥 뼈

         그런데,
         아, 그런데,
         바다 멀리 밀어낸 배 어느 틈에 돌아와
         밀어내도 밀어내도 앞으로는 나가지 않고
         가슴속 깊이 한사코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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