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司祭의 방
2007.02.09 06:59
사제의 방
얇은 담요 한 장
검은 우산
그리고
검은 사제복 한 벌의 낡은 침묵이
백년동안의 먼지보다 더 두껍게 갈 앉아있는 방
왁자지껄 회랑을 돌아온 이들이 들어서는 순간
조용한 방보다 더 조용해져
벽에 걸린 빛바랜 흑백사진속의 젊은이를
조용히 바라보다
더 조용해져서 나가는 방
이십대에 요절한
주님에 대한 열정과 사랑만이
삶의 전부였던 젊은 사제의 뜨거운 피가
지극히 청빈한 모습으로 온전히 배어있는 방
바라보면 볼 수록 그의 짧은 생애가
저 무식하게 깎음질한
나무 십자가
나무의자
나무책상
나무침대에서 살아 숨쉬는
그러나
지금은 쓸쓸하게 삭아가는 적막한 방
이 곳을 찾아오는 이들이
그대로 지나치는 후회없이 잊혀진 방
작은 창틀 햇살이 순해지고
사면 벽 침묵이 깊을대로 깊어지는
사제와 마주한 하루가 어둑해지는 시간
발길을 돌려 나서려는데
무엇인가 따스한 포근한 기운이
주위에 움직이고 있는것을 느꼈다
고개를 돌렸다
그의 사진앞 나무 십자가에서
눈부신 밝은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흘러나와 방안가득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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