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촌

2008.02.14 09:22

이윤홍 조회 수:641 추천:65




폐광 촌廢鑛村





이른 새벽보다 더 고요한 문들이 열리고
바람조차 지나가기 힘든 골목을 지나
일없는 사람들이 일없는 일터로 그림자처럼 걸어갔다
골목보다 더 좁은 허공으론 새들이 없는 길 만들며
날아갔다
그도 하늘을 날고 싶었을까
전신주에 걸린 신발이 밤마다 골목을 달리고
저 끝에서 비상하는 꿈을 꾸었지만 아침이면 언제나
그 자리 그곳이었다
폐광마다 어둠을 쏟아 붓던 덤프트럭이
선인장 가시보다 더 날카로운 한 낮을 냅다 치고 사라지면
부서지는 햇살에 눈먼 노파가 이층 다락방 문설주에 기대서서
쥐 죽은 듯 고요한 마을을 눈 빠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자고일어나면하나둘씩늘어가는빈집에도꿈쩍않던사람들도
어젯밤의사가떠났다는소문에는덜컥넋을놓았다

오늘따라 유난히 적막한 마을을 기웃거리는
바람맞은 바람들의 바람소리
마지막 구멍가게 불이 꺼지고 불안스레 마을을 떠돌던
소문들도 전해줄 소식조차 없는 밤
뉘 집 앞마당 빨래 줄에 걸려있는 구멍 뚫린 셔쓰가
받아줄 이도 없는 밤하늘을 향해 밤새도록 백기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2 뿌리 이윤홍 2007.02.03 122
241 이윤홍 2007.02.02 124
240 이브 -이브 4- 이윤홍 2006.09.19 126
239 더 낡아지게 하소서 이윤홍 2007.02.02 126
238 발자국 이윤홍 2007.02.02 126
237 마켓주인, 떨다 이윤홍 2006.12.17 130
236 레몬 이윤홍 2007.02.02 130
235 베드로 이윤홍 2007.02.02 133
234 조기해체 이윤홍 2007.02.03 134
233 눈물 이윤홍 2007.02.02 137
232 건천(乾川) 이윤홍 2006.12.17 138
231 이윤홍 2007.02.02 141
230 무슨 마음에 속해있는 것일까 이윤홍 2007.02.02 141
229 이윤홍 2007.02.03 141
228 시월 이윤홍 2007.02.03 142
227 능금 -이브 2- 이윤홍 2006.09.19 143
226 도둑 이윤홍 2007.02.02 143
225 죽어도 죽지 않으려고 이윤홍 2007.02.03 143
224 죽어도 죽지 않으려고 이윤홍 2006.10.12 146
223 물소리 이윤홍 2007.02.02 146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1
어제:
0
전체:
604,7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