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미사

2008.02.14 09:31

이윤홍 조회 수:581 추천:58

          



          야외미사





          귀를 연 것은 우리가 아니었다
          눈을 뜬 것은 우리가 아니었다
          우린 마냥 가벼워져
          거룩한 말씀
          달뜬 마음속에서 댕그렁 놓치고도
          오늘은 괜찮다 괜찮다
          땅 까지 내려온 눈부시게 푸르른 하늘 속에서야

          그러나
          저 나무들
          공원 안 밖
          일년 삼백육십오일 매일듣는 소음으로
          닫힌 귀 찌든 눈 씻어주는
          참 고운 소리 맑은 소리에 온 몸을 열었다
          모처럼 성당 밖으로 나오신 말씀
          한 마디도 안 놓치고 온 몸으로 받았다

          언제나
          우리보다
          더 겸손한 나무들도
          오늘 만큼은
          미사 내내 잎 떨구며 마냥 제 자신을 낮추고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2 나의 사제, 부르노 이윤홍 2007.02.14 470
41 그리움의 문제 이윤홍 2007.02.25 549
40 3월, 한 해의 첫 달 이윤홍 2007.03.13 685
39 할머니의 십자가, 성당 찾아가는 길 이윤홍 2007.03.13 807
38 이윤홍 2007.11.21 560
37 소리 이윤홍 2007.11.21 628
36 물방울 하나 이윤홍 2007.11.21 779
35 나뭇잎, 그 배면을 보다 이윤홍 2007.11.21 648
34 책의 향기 이윤홍 2007.12.27 734
33 네 잎 클로버 이윤홍 2007.12.30 872
32 폐광촌 이윤홍 2008.02.14 641
31 백곰 이윤홍 2008.02.14 612
» 야외미사 이윤홍 2008.02.14 581
29 삼월 -1- 이윤홍 2008.02.26 545
28 삼월 -2- 이윤홍 2008.02.26 665
27 고요함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이윤홍 2008.03.17 960
26 살아가는 일도 사랑하는 일만큼이나 이윤홍 2008.03.18 929
25 당신의 판소리엔 길이 없다 이윤홍 2008.03.19 964
24 봄 개울에다, 나는 아기를 낳고 싶다 이윤홍 2008.03.21 1128
23 거울 이윤홍 2008.08.11 964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0
어제:
0
전체:
604,7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