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미사

2008.02.14 09:31

이윤홍 조회 수:581 추천:58

          



          야외미사





          귀를 연 것은 우리가 아니었다
          눈을 뜬 것은 우리가 아니었다
          우린 마냥 가벼워져
          거룩한 말씀
          달뜬 마음속에서 댕그렁 놓치고도
          오늘은 괜찮다 괜찮다
          땅 까지 내려온 눈부시게 푸르른 하늘 속에서야

          그러나
          저 나무들
          공원 안 밖
          일년 삼백육십오일 매일듣는 소음으로
          닫힌 귀 찌든 눈 씻어주는
          참 고운 소리 맑은 소리에 온 몸을 열었다
          모처럼 성당 밖으로 나오신 말씀
          한 마디도 안 놓치고 온 몸으로 받았다

          언제나
          우리보다
          더 겸손한 나무들도
          오늘 만큼은
          미사 내내 잎 떨구며 마냥 제 자신을 낮추고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2 금요일 저녘의 마켓풍경 이윤홍 2006.12.18 354
201 고해성사 - 가시 십자가의 노래 - 이윤홍 2006.12.18 416
200 고해성사 - 등 두드려 주어라 - 이윤홍 2006.12.18 196
199 잡초 이윤홍 2006.12.19 291
198 꼬부라진 못 이윤홍 2006.12.20 207
197 그녀를 따라 이윤홍 2006.12.20 157
196 목숨 이윤홍 2006.12.20 169
195 산다고 하는것은 이윤홍 2006.12.20 261
194 벌 집 이윤홍 2006.12.21 481
193 신비의 꽃 이윤홍 2006.12.22 209
192 산아래 산다 이윤홍 2006.12.22 240
191 기도 이윤홍 2006.12.23 192
190 이윤홍 2006.12.29 424
189 똑바로 서라, 무신론자야 이윤홍 2007.01.08 251
188 여기있는 나는 마음이 없어 이윤홍 2007.01.08 255
187 일월(一月), 그 큰 의미에 대하여 이윤홍 2007.01.15 277
186 성당안의 장식용 모자이크 창문 이윤홍 2007.01.26 530
185 이윤홍 2007.01.26 246
184 가랑비 이윤홍 2007.01.31 153
183 개만도 못한 하루 이윤홍 2007.01.31 181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0
어제:
0
전체:
604,7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