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미사
2008.02.14 09:31
야외미사
귀를 연 것은 우리가 아니었다
눈을 뜬 것은 우리가 아니었다
우린 마냥 가벼워져
거룩한 말씀
달뜬 마음속에서 댕그렁 놓치고도
오늘은 괜찮다 괜찮다
땅 까지 내려온 눈부시게 푸르른 하늘 속에서야
그러나
저 나무들
공원 안 밖
일년 삼백육십오일 매일듣는 소음으로
닫힌 귀 찌든 눈 씻어주는
참 고운 소리 맑은 소리에 온 몸을 열었다
모처럼 성당 밖으로 나오신 말씀
한 마디도 안 놓치고 온 몸으로 받았다
언제나
우리보다
더 겸손한 나무들도
오늘 만큼은
미사 내내 잎 떨구며 마냥 제 자신을 낮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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