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에 일어나는 우연한 일들

2005.10.23 01:21

권태성 조회 수:418 추천:58

몇일 전 엘에이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딸아이가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간밤에 아파트 파킹장에 세워둔 차를 음주 운전자가 받고 도주를 했다 한다. 다행히 룸메이트가 소리를 듣고 나갔다가 경찰에 신고를 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음주 운전자는 잡혔지만 딸아이의 차는 운행이 전혀 불가능 할 정도로 대파되어 보험 회사에 통보를 하고 기다리는 중이라 한다.
처음 당해 보는 일이라 당황한데다 보험 회사도 생각 보다 뜻대로 안 움직여 주니 이래저래 화가 나서 속상해 한다.
한참 공부에 열중해야 할 때라 우선 딸아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그래도 운전 중에 사고가 나지 않아 다행이고 또 음주 운전자가 경찰에 붙잡혔으니 더 다행으로 생각하고 보험 회사와는 서둘지 말고 그들이 주는 보상이 정당하지 않을 때는 굽힘이 없이 권리를 주장하도록 하라고 마음을 달랬다. 시간이 흐르면서 중간중간 보고를 해오는 딸아이의 목소리가 밝아지기 시작하고 일주일 여 만에 차는 폐기되고 전액 보상을 받아 사건을 마무리 했다.

다행인 것은 2년여 전 차를 살 때 우박으로 인해 약간 손상을 입었지만 언뜻 보기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 새 차를 특별 할인을 받아 샀기 때문에 보상비가 그때 산 가격 보다 더 나온 것이다.
또 하나는 그전부터 딸아이가 볼스봐겐 비틀즈를 가지기를 원했었으나 내가 반대를 했었다.  이번에도 조심스럽게 자기가 좋아하는 차를 사고 싶다고 했고 나는 흔쾌히 동의를 해주었다.
몇 일 후 색갈이며 모든 것이 정말 마음에 드는 차를 발견했다며 밝은 목소리로 재잘거리는 딸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가신 것 같은 안도감에 보험 회사의 보상비와 차 값의 차이를 걱정하는 딸아이에게 주저하지 않고 아빠가 도와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참으로 우연인 것은 신문의 광고를 보고 찾아간 그 차의 주인이 사고 신고를 받고 조사를 나왔던 경찰이었다는 것이다, 정말 우연 치고는 신기한 일 이였다.
사정을 잘 아는 차 주인이 특별히 가격을 잘 해준 것은 아니지만 보상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주어서 마음에 쏙 드는 차를 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대학 생활 중에도 그리고 졸업 후 2년의 직장 생활 중에도 차 없이 검소하게 살아온 딸아이에게 고맙고 기특한 마음에 법대에 입학해서 다시 공부를 시작 하면서 처음 차를 사주었고 이번에 우연한 사고로 마음 고생 끝에 모든 일이 잘 풀려 원하는 차를 가질 수 있어 기뻐하는 딸아이를 보며 내 마음도 기뻤다, 심성이 착하고 검소하며 정의감이 강한 딸아이는 졸업 후 큰 로펌에서 좋은 조건으로 직장을 보장 받았으나 경험을 쌓겠다며 박봉의 연방 정부의 판사 보조직을 지원을 해서 마지막 인터뷰를 마쳤다, 이번의 우연한 사고로 딸아이가 살아가는 동안 우리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 없이 불행한 일들이 생길 수도 있고 또 희망을 잃지 않고 정도를 가다 보면 뜻하지 않은 좋은 일도 생긴다는 것을 배워서 곧 있을 새로운 도전에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지혜로운 삶을 살아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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