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의 옛 고향 마을

2005.10.24 12:23

권태성 조회 수:351 추천:39

해질 무렵의 옛 고향 마을

권태성

나는 하루 중
해가 서산에 반쯤 걸리고
어둠이 찾아 들기 시작하는
그때를 가장 좋아한다
그때쯤이면, 옛 고향 마을은
초가 지붕들 사이로
가는 연기 피어 오르기 시작하고
농부들은 일손을 멈추고
고단한 하루를 접는다

저녁 노을의 아름다움도
그들에겐 한낱 사치일 뿐
내일을 위한 휴식이 있고
호롱불 아래 모여 앉은
힘든 자들에게 평화가 있는
그 짧은 시간을 기다리며
농부는 하루를 살았다

(지난번 귀국 길에
해질 무렵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나는 친구에게
주위가 어두워 질 때까지
쉬지 말고 달리자 했다
차창에 스치는 산과 들 그리고 마을들
비록 초가 지붕은 간 곳 없었지만
해질 무렵의 옛 고향 마을을 그리며
오래도록 그 모습들을 가슴에 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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