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생각

2005.06.26 03:04

권태성 조회 수:385 추천:46

아버님 생각

권태성

몇 일전 고국에 있는 절친한 친구의 아버님이 2년여 동안 간암으로
고생을 하시다가 운명하셨다.
지난번 귀국 했을 때 효성이 지극하기로 소문난 친구는 아버님이
거동이 불편하셔서 오랫동안 바깥 출입을 하시지 못하고 집안에만
계시는 것이 안쓰러웠던지 아버님 바깥 바람을 쐬어드리고 싶다며
나에게 도움을 청해 왔었다.
우리는 아버님 모시고 강원도 영월을 다녀 왔는데 너무 장거리가
무리였는지 누워계시면서도 무척 피곤해 하셨다.
결국은 그것이 그분의 마지막 여행이 되어 버렸다.

오늘 동문 홈페이지에 들어가 그 친구의 문상 와준 동문들에게
감사하는 글을 읽고 가슴에 깊이 와 닿는 구절이 있기에 옮겨 본다.

“중세 바로크음악을 들으면서 모처럼 쉬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갑자기 한줄기 연기처럼 그렇게 허망하게 가실 수가
있나!
오늘은 새삼 이런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납니다.
뭐가 그렇게 바쁘다고 “바쁠 텐데 가봐” 말씀이 떨어지면 그리
열심히 자리를 떴는지..  주여! 아버지여!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미제레레 메이!
정다운 벗들이여! 우리가 이래저래 바쁘더라도 시간을 쪼개어
어른들과 불쌍한 이웃들을 애써 돌아보는 향기 있는 삶을 일구어
갑시다.”

여동생 집에 계시는 아버님을 찾아 뵈오면 항상 아버님은 바쁜 자식 걱정에 바쁠 텐데 빨리 가봐라 하시면 말씀이 떨어지자 말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왔던 지난날들이 몹시도 후회스럽다는 친구의
말이 가슴에 찡하게 와 닿는다.

74년 12월 아버님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귀국해서 15일 동안
병 간호를 하며 시차 때문에 아버님 병상에서 초저녁부터 꾸벅꾸벅
졸고 있으면 피곤해 하는 자식이 안쓰러워 들어가 자라 하시면
기다렸다는 듯이 집으로 돌아 왔었다.

그러다 아버님 돌아가시고 아버님 옆에서 한번도 밤을 새워 간호를 해 드리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스러웠다.
그때는 왜 그렇게 철이 없었던지!!
5년이나 떨어져 있다 만나 뵙는 그 소중한 15일을 어찌 그리
허무하게 보내 버렸는지!!
정말 한스럽고 죄스러운 마음에 못내 씻을 수 없는 회한으로
남아있다.

오늘 따라 친구의 아버님 생각에 너무도 일찍 돌아가신 나의 아버님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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