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인디안들의 슬픈 이야기

2005.07.22 13:08

권태성 조회 수:485 추천:46

처음 카나다에 이민 와서 가끔 길에서 만나는 인디안들을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보았던 생각이 난다.  한국에 있을 때 영화 속에서 보는 인디안들은 한결 같이 나쁜 이메지와 너무 바보 같이 무모한 공격을 가하다 힘없이 총 맞고 죽어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무능함에 화도 나고 몹시도 안쓰러워 했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내 지식으론 그들의 먼 조상이 베링해를 건너 시베리아로부터 이주해간 우리와 같은 뿌리를 가진 몽고족의 일원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처음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관원 중 몇 명의 인디안들이 있어서 그들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많은 관심을 가지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가지고 있었던 인디안들에 대한 많은 선입관들이 잘못된 것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먼저 너무도 우리와 닮은 그들의 모습에 친근감을 느꼈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백인들에 대한 대단한 반감과 백인들이 그들에게 가한 잔혹한 역사를 보고 분노했고 미래의 밝은 희망이 없는 현실 속에서 방황하는 그들을 보면서 안쓰러워 했다. 태권도를 통해 인디안들과 맺은 몇 가지 인연을 이야기 해보고 싶다.
70년대 초라고 생각된다. 부르스 리의 영화 덕분에 북미에 한참 동양 무도가 큰 인기를 얻고 있을 때였다.  하루는 한 인디언 어머니가 12살 난 아이를 데리고 와서 입관을 시켰다. 그 아이는 체격이 좋았고 거의 모든 인디안들이 그렇듯이 말 수는 적었지만  영리하고 뚝심이 있어서 얼마지 않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 했고 시합 때 마다 빠지지 않고 출전해서 트로피를 타 오곤 했다. 나로서는 나의 도장을 빛내 주고 특히 그가 인디안 이었기에 그들도 할 수 있다는 긍지와 자신감을 심어주는 보람에 마음 흡족했었다.
처음과는 달리 점차 성격도 활달해지기 시작해서 수줍은 많이 타고 눈치만 보던 그가 같은 관원들과 대화도 곧잘 나누고 농담도 하면서 적극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에 그의 어머니도 무척 기뻐하게 되었다.
그리고 3년 여의 세월이 흘러 그 아이가 15살이 되었을 때쯤의 어느날 그 아이의 어머니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와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들이 술 먹고 싸움을 해서 부상을 입고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다며 아들을 만나 다시는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충고 해주기를 간청했다.
자기 아이 만큼은 태권도를 통해서 어떻게 해서든지 젊은 인디안들에 만연되어 있는 술 중독과 장래의 아무 희망이 없이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것을 막아 보려 했는데 벌써 이렇게 되어버렸다면서 커다란 슬픔에 잠겨있는 그녀를 보며 나에게 큰 희망을 걸고 있는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최선을 다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설득해 보겠다는 말 뿐이었다.
나는 그의 병상을 찾아가 내가 그의 잘못된 행동에 무척 실망했다는 말과 그의 어머니와 내가 그에게 얼마나 많은 큰 희망을 걸고 있으며 지난 3년 동안 태권도를 통해 그가 이루어낸 훌륭한 업적들을 이야기 해주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로 그에게 다시는 이런 불상사를 반복하지 말기를 부탁하고 병원을 나왔다.
하지만 모든 주위의 여건들이 젊은 인디안들이 희망을 가지고 건실하게 살아가기 힘들게 되어있는 현실을 보아온 나로선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고 그 아이의 어머니가 슬픔에 잠겨 하던 이야기들이 머리를 맴돌며 가슴이 무척 아파왔다. 그 뒤로 도장 출석도 자주 거르다가 결국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의 어머니의 절절한 사랑과 소망을 저버리고 그도 결국 인디안들이 안고 있는 한계를 넘지 못하고 말았다.
지금은 성년이 되어 있을 그의 모습이 어떠할지 가끔은 궁금해지고 내가 좀 더 신경을 써주지 못한 아쉬움도 크다.  부디 태권도를 통해 보여주었던 그의 능력과 열성 그리고 인디안의 긍지를 가지고 열심히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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