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모를 아주머니와의 짧은 대화

2010.05.21 07:11

권태성 조회 수:520 추천:62


밴쿠버 공항에서
이름 모를 아주머니와 나눈 짧은 대화
그녀가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와
시애틀에 살고 있으며
2달 예정의 고국 방문을
한 달 앞당겨 조기 귀국하신단다

형제 집에 머물고 있었는데
답답하고 불편해서 한 달도 힘들었다는 그녀
69년, 부부가 고국을 떠나면서
수속 밟느라 너무너무 힘이 들어
다시는 고국 땅을 밟지 않겠다, 맹세를 했고
남편은 한번도 고국 땅을 밟지 않았단다
혹시나 해서 이름을 물으니
한인 사회에 나타나지 않아 모를 것이라 한다

일정을 바꾸느라 벌금 50불을 썼다는 그녀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고국에 계신 형제 분들도 아주머니 모시느라
수고 많이 하셨겠네요!
나는 두 달 예정으로 갔다가 일주일 더 연장하느라
50불을 썼습니다.”  
그녀의 대답은
“그래요, 형제들도 나더러 엄청 까다롭다고 하데요.”

오래도록 그녀와의 짧은 대화가
가슴 한구석에 가시처럼 걸려있다  
그녀와 내가 쓴 50불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그 분들의 인생관을 논할 자격은 나에게 없다
한 가지 그 분들에게 바람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어떤 이유에서이든
닫혀있는 가슴을 먼저 활짝 열고
고국의 따뜻한 품에 안겨 봤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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