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의 문학서재






오늘:
1
어제:
1
전체:
281,054

이달의 작가

산문 방아타령

2016.12.15 05:50

최선호 조회 수:82

 

 

방아타령


 

 

  신라 자비왕 때 경주 낭산 동리에 가난한 선비 백결(百結) 선생이 살았다. 어찌나 가난했던지 옷을 백 군데나 꿰매어 걸쳤다. 섣달 그믐에 이웃집에서 떡방아 찧는 소리가 들려 오는데 백결 선생 집에는 쌀 한 톨 없이 찬바람뿐이었다. 백결 선생은 떡방아 찧는 소리를 거문고로 타서, 빈손을 쓸고 있는 아내를 위로해 주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방아타령"이 전한다.

 

  가난하지만 깨끗하게 산 사람의 이야기는 이것만이 아니다.
 
  "누군 팔자 좋아 대광보국 승록대부 삼공육사 고대광실 좋은 집에 부귀공명 누리면서 금의옥식에 싸여있고, 이 몸 팔자는 어이 이리 곤궁하여 모말 만한 오막살이에 이 한 몸을 못 담으니, 지붕, 마루로 별이 뵈고…, 문 밖에서 가랑비 내리면 방안에는 굵은 비요, 앞부분은 살이 없고 뒷문은 외만 남아 동지섣달 눈바람이 살 쏘듯이 들어오고 어린 자식 젖 달라고…, 밥 달라니, 차마 서러워 못 살겠다."
 
  이것은 우리 나라 3대 고전의 하나인 흥부전에서 가난함을 한탄하는 흥부의 독백이다. 이렇게 가난한 중에도 욕심 없이 살다가 재물의 축복을 받았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실화가 아닌 허구이긴 하지만 우리 민족의 근면과 순결의식이 일궈낸 정신문화의 꽃밭이 아닐 수 없다.

 

  후세에 명화가로 알려진 피카소는 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해서 몹시 가난했던 시절에도 고양이를 기르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나 가난했던지 고양이도 저희들이 먹을 식량을 스스로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다. 어느 날 고양이가 길게 이어진 소시지를 끌고 왔는데, 주림에 견디다 못한 피카소는 그것을 함께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가난한 자들이여! 가난하다고 스스로 얕보고 비웃지 말라. 가난함으로써 그대가 상속한 재산이 있는 것이다. 튼튼한 수족과 굳센 마음, 무슨 일이고 꺼리지 않고 할 수 있는 힘, 가난하기 때문에 그에게는 참을성이 있고 적은 것도 고맙게 여기는 마음이 있다. 가난하기 때문에 슬픔을 가슴에 품고 지긋이 견디는 용기, 가난하기 때문에 우정이 두텁고 곤란한 사람을 도울 줄 아는 상냥한 마음씨, 이것들이 그의 재산이다. 이러한 재산은 임금님도 상속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라. 그대가 가난하기 때문에 얻는 고귀한 재산임을 알라." 이상은 A. 로우엘의 말이다.
 
   아프리카에 가난이 찌들어진 지 이미 오래 되었고, 북한 동포의 가난이 깊어 갈 뿐 아니라 지구촌에 유행병처럼 번져, 드디어 풍요의 나라 미국에까지 가난이 도래하고 있다. 예전과 같지 않게 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가난을 치유하는 방안은 점점 궁색해져 가고 있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말도 있지만 하나님께서는 아무리 어려운 경우라도 일용할 양식을 내려 주신다. 그런데 사람들에게는 나누어 먹는 사랑이 부족하다.  성경(잠21:13)은 말씀한다. "귀를 막아 가난한 자의 부르짖는 소리를 듣지 아니하면 자기의 부르짖을 때에도 들을 자가 없으리라"고.

 

  있을 때 다 같이 나누고 없을 때 백결 선생처럼 방아타령으로라도 서로 위로하는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고, 하나님께서는 일용할 양식 주시기를 잊지 않으실 것이다. (1996. 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