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해의 문학서재






오늘:
0
어제:
0
전체:
1,255,515

이달의 작가

소설 / 칼럼 가사 도우미

2019.12.13 12:53

이산해 조회 수:460

IMG_0177.JPG

사진: 구스타프 클림트 작 '죽음과삶(Death and Life)'


아내가 누웠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 때문이었다.

머리가 아프고 온 몸이 쑤셨다.

거동도 불편했다.


화장실조차 갈 수 없었다.

소대변도 거들었다.

밥도 먹여줘야만 했다.

손을 쓸 수 없었기 때문 였다.


아내는 급기야 병원으로 실려갔다.

내노라 하는 병원이었다.

헌데, 병원에선 아내의 병명을 밝히지 못했다.

의사는 '휘귀병' 이라는 말 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아내는 실망한 눈치였다.

명의로 불린 의사가 자신의 병을 아리송하게 진단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자신의 병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여러 병원을 전전했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아내가 찾은 병원마다 이구동성으로 휘귀병이란 진단만 되풀이 했다.

딱이 '부인의 병은 무엇입니다' 하는 속시원한 답이 없었다.


아내의 시름은 깊어만 갔다.

이유는 자신의 병이 무엇인지 전문가들도 밝히지 못했기 때문 였다.

아내는 결국 병원 입원을 포기 했다.

그러고는 자택 요양을 시작했다.

아내의 나이 36세 때였다.

여성으로서 혈기왕성한 시기다.


아내는 아름다웠다.

공부도 할만큼 했다.

주변에선 아내를 팔방미인으로 불렀다.

그리고 자랑스런 아내를 곁에 둔 나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 보았다.

헌데, 대체 무슨 날벼락인가.

엊그제만 해도 헬스클럽에서 땀을 흘리며 복근 운동을 했던 아내였다.

그런 아내가 병명도 알 수 없는 휘귀병 환자라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아니, 이같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나는, 고장난 로봇처럼 꼼짝도 하지 못한 채 자리에 누워 있는 아내를 바라보며 측은지심으로 괴로워 했다.

아내는 나의 우울하고 쓸쓸한 표정을 살피며 알듯 모를듯 한 여린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온 힘을 다해 나의 손을 움켜 쥐었다.

나의 손에 아내의 열기가 닿았다.

우리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어느 겨울 날 슬며시 잡았던 그 따사함 이었다.

내 손을 꼭 쥔 아내의 두 눈에 눈망울이 맺혔다.

입가에는 미소가, 눈에는 슬픔이 동시에 표출됐다.

나는 아내의 애처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아내의 입술에선 달콤한 앵두 맛 대신 시큼한 약냄새가 묻어 났다.

입술을 땐 나는 아내의 뺨을 보듬었다.

뺨은 여전히 고왔다.

하지만 탄력은 예전만 못했다.

나는 기력이 쇠진한 뺨에도 입맞춤을 해주었다.

아내는 나의 애정을 고스란히 미소에 반영했다.


이틀날 아침


나는 출근을 위해 아내 곁에서 몸을 일으켰다.

늘 그러하듯 이 순간 만큼은 무척 괴로웠다.

몸져 누운 아내에게 등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아내를 향해 손키스를 날리며 부엌으로 향했다.


때마침 부엌에선 아침 식사를 마련하고 있던 처제가 나의 인기척을 알아채고 반겼다.

"형부. 식사 준비 끝냈어요. 어서 드세요."

식탁에는 먹음직스런 음식이 정갈하게 차려 있었다.

처제의 음식 솜씨는 일류 셰프 못지않을 정도로 훌륭했다.

처제는 장인이 운영하는 건설회사에서 설계 디자이너로 활약하는 재원이었다.

허나 하나 뿐인 언니가 이름 모를 병에 스러지자 회사 일을 잠정 중단하고 병간호를 자처한 것이다.

영명한 처제 역시 언니에 버금가는 수려한 미모와 건강미 넘치는 몸매를 갖춰 뭇사람들의 시선을 자극했다.

34세의 처제는 미혼이었다.


구수한 조개 맛살 시금치 된장국으로 허기를 채운 나는 고마움의 표시로 처제를 향해 엄지척을 해보였다.


대박 음반제작사


회사에 출근을 했을때다.

아내의 시어머니인 민 여사가 나의 사무실을 찾았다.

내가 운영하는 음반제작사였다.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마주한 민 여사는 오늘 따라 화사했다.

최근에 얼굴 피부를 보정한 탓일게다.

민 여사는 올해 60세였다.

하지만 실제 나이보다 20년은 젊어 보였다.


아들을 찾은 민 여사는 한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는데 열중했다.

그러고는 5분 여가 흐른뒤 였다.

민 여사가 찻잔을 내려 놓으며 말했다.

"이보시게, 곽사장(어머니는 늘 이렇게 호칭했다). 언제까지 처제를 부려먹을 작정인가? 이제 그만 놓아주어야지..."

내가 말했다.

"물론입니다."

어머니가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내가 엊그제 참한 가정부를 물색했네. 미모도 빼어났고 머리도 아주 비상한 아가씨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덧붙였다.

"나이도 20대고, 음식 솜씨도 최고 수준이라더군. 어디 그 뿐인가? 노래도 잘하고 피아노도 잘친다고 하대. 아무튼 보기 드문 가사 도우미야."

내가 말했다.

"다 좋은데 나이가 너무 어린 것 같군요."

"이보시게, 곽사장. 어리면 어떤가. 오히려 나이 많은 여편네들 보다 훨신 낫지.더구나 와이프 병수발까지 감당해야 하니 제격 아닌가!"

이렇게 말한 민 여사가 곁눈질로 나의 안색을 훔쳤다.

그러고는 핸드백에서 사진을 꺼냈다.

8X10크기의 천연색 스틸 사진이었다.

민여사가 사진을 탁자에 내려 놓으며 말했다.

"이 아가씨네."


사진 속 여성은 아름다웠다.

미안한 말이지만, 아내보다 더 화사한 느낌이었다.

몸의 볼륨도 풍만해 보였다.

눈은 지성미가 가득했다.

어느 한구석 흠잡을 때가 없었다.


나는 잠시 사진에 시선을 박고 여자의 형상을 머리속에 다각도로 스캔 했다.

그러는 한편으론 처제를 떠 올렸다.

언니가 병석에 드러눕자 집안일을 돌보겠다며 고생을 자처했다.

그러한 처제를 대할 때마다 마음의 부담을 느꼈다. 

이같은 생각은 비단 나 뿐만이 아니었다. 

집 안 식구 모두가 그랬다.

그럼에도 처제는 초지일관이었다.

언니가 몸져누웠는데 수수방관은 말도 안된다며 고집을 부렸다.

허나, 이제 가사 도우미를 물색 했으므로 처제를 놓아주어야 한다.

내가 말했다.

"어머니의 분부를 따르겠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나의 수긍을 기쁘게 여긴 민 여사가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곽사장. 이 아가씨를 이번 주말에 집으로 보내겠네. 그리 아시게."


토요일 오전 10시


흰색 원피스 정장 차림을 한 늘씬한 여성이 집 현관에 들어섰다.

마치 충무로 무비스타 같은 형색이었다.

보아하니 민 여사가 보낸 가사 도우미였다.

여자의 눈과 입가에는 모나리자 같은 안개 미소가 드리워 있었다. 

가사 도우미의 외모에 반한 처제와 나는 기꺼이 그녀를 반겼다.


처제의 안내를 받은 여자가 거실로 옮겨와 소파에 앉았다.

단아하고 정숙한 모습이었다.

다소곳한 여자는 간간히 거실을 눈여겨 보았다.

거실 벽면에는 수 많은 레코드 상패와 유명 싱어 송라이터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대충이나마 집 안 분위기를 파악한 여자가 흡족한 포졍을 지었다.

여자는 그러고는 두 사람에게 자신의 백그라운드를 들려 주었다.

"이름은 미리예요.나이는 올해 스물 두살이고요. 미혼입니다."

처제가 말했다.

"초면에 실례가 안된다면 여쭙겠어요. 공부는요?"

여자가 말했다.

"학교에 가 본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생활하는데는 불편이 없어요."

내가 말했다.

"억양이 서울 말투인데..."

여자가 말했다.

"맞아요. 서울이예요."


가사 도우미에 대한 면접은 이쯤에서 끝냈다.

나는 그녀를 아내에게 소개했다.

침대에 누운 아내가 가사 도우미를 올려다 보았다.

그러고는 나를 곁눈질 했다.

마주친 아내의 눈길이 걱정스럽다는 투였다.

나는 아내의 의도를 쉽게 눈치 챘다.

가사 도우미 치고는 미색이 뛰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내의 속내를 알아차린 나는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입술로 말했다.

걱정하지 말라고.


가사 도우미는 면접 당일부터 집안 일을 시작했다.

처제는 떠나기에 앞서 가사 도우미에게 집 안 일을 차근차근 알려 주었다.

가사 도우미는 처제가 한마디를 하면 열마디를 알아챘다.

처제는 그럴 때마다 속으로 감탄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언니와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씁쓸해 했다.


가사 도우미에게 집 안일을 인수한 처제가 자신의 짐을 꾸렸다.

처제는 떠나기 직전 언니 곁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다.

그리고 집을 나서며 내게 당부했다.

"형부. 언니를 잘 부탁해요. 그리고...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예요. 가사 도우미가 지나치게 미인이예요. 절대 한눈 팔지 말고 늘 조심하세요.아시겠죠?"

나는 처제의 근심을 손사래로 응수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리고 처제에게 말했다.

"처제, 돈 워리!"


가사 도우미


가사 도우미는 일꾼이었다.

한마디로 완벽했다.

무엇 하나 서툰 것이 없었다.

특히 아내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척척 조리해 모두를 기쁘게 했다.


뿐만 아니었다.

그동안 나와 처제가 돌보았던 아내의 대소변 뒷처리와 목욕도 깔끔하게 해냈다.

가사 도우미는 집안 일을 모두 끝내고 나면 아내 곁에서 시를 읊거나 빌리 할리데이를 노래했다.

그리고 문 / 사 / 철을  해박하게 풀이 했고 신에 대해서도 말했다.

가사 도우미의 목소리는 박하사탕처럼 상큼했고 내용은 비범했다.


아내는 당초 가사 도우미를 경계 했다.

자신처럼 팔방미인 이었기 때문 였다.

그러나 날을 더하며  그녀의 진심을 파악하자 침전물이 가라 앉듯 의구심도 버렸다.


벼락  


세월이 흘러 어느 덧 가을이었다.

가사 도우미가 입주한지 6개월이 된 것이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 온 나는 곧바로 아내곁으로 갔다.

일상의 반복이었다.

아내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

최근 들어 부쩍 심한 두통에 시달리고 있는 아내는 독한 항생제로 버티고 있었다.

그동안 유명세를 떨친 의사들이 집으로 왕진을 했다.

하지만 의사들은 여전히 아내의 병명을 휘귀병으로 진단할 뿐이었다.

의사들은 아내 곁을 떠나기 직전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그저 편안하게 요양하는 것만이 최선책입니다."

나는 약물에 취해 깊게 잠든 아내를 가엾게 여기며 이마를 쓰다듬었다.

아내는 육신의 고통과 독한 약 장복으로 조금씩 파괴되고 있었다.

그토록 아름다웠던 얼굴과 몸은 미라처럼 변해 갔다.

나는 초라해진 아내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속으로 외쳤다.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어찌 내 아내를 이토록 외면하는가."

아내는 실제로 개신교 집사였다."

누구보다 신실한 예수쟁이였다.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을 정도로 조신하게 행동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현실 속 지옥에서 고통을 겪고 있었다.

나는 아내를 부둥켜 안고 신을 저주했다.

내가 큰소리로 울부짖자 가사 도우미가 소리없이 다가왔다.

그녀가 말했다.

"주인님, 목욕 준비 해 두었어요."

나는 그제서야 비로소 정신을 가다듬고 아내 곁에서 물러났다.


목욕 후 가사 도우미가 정성스레 차려 낸 저녁 식단을 비운 나는 거실 한켠에 자리한 리빙 룸으로 들어섰다.

리빙 룸은 업무를 겸한 침실이었다.

나는 마호가니 테이블에 놓인 데스크 탑 컴퓨터의 전원을 켜고 하드 디스크에 저장한 파일을 구동했다.

한달 뒤 강원도 춘천에서 펼쳐질 '춘천 팝 페스티발 공연'과 관련된 행사 문건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였다.

파일 속에 담긴 각종의 문건을 화면에 스플릿 해 들여다 보고 있을 즈음이었다.

느닷없이 거센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대지를 쓸어버릴 듯한 기세였다.

나는 리빙 룸에서 나와 밖을 내다 보았다.

싸라기가 섞인 굵은 빗방울이 거실 미닫이 유리문을 세차게 내리쳤다.


어느새 다가 왔는지 내 곁에는 근심스런 표정을 한 가사 도우미가 서 있었다.

나는 그녀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

"짓궂은 날씹니다.하지만 금세 그치고 말거예요.'

갑작스런 날씨로 불안해 하는 가사 도우미를 안심시킨 나는 아내의 침실로  갔다.

아내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수면제 과다 복용 때문 였다.


나는 한동안 묵묵히 아내를 바라본 뒤 리빙룸으로 되돌아 왔다.

그러고는 중단했던 문서 작업을 이어갔다.

그렇게 한 창 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였다.

"천둥번개가 너무나 무서워요.'

가사 도우미였다.

그녀가 내 곁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나는 느닷없는 그녀의 출현 때문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가사 도우미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태연스레 내가슴을 파고 들었다.

그리고 입술을 가져왔다.

나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소리를 지를 뻔 했다.

그러나 목소리는 폐에서만 울릴 뿐이었다.

마음은 그녀를 거부했으나 몸은 그녀를 요구했다.

쉴 틈없이 나를 달구고 있는 가사 도우미는 나의 의지를 하나씩 허물었다.

나는 허우적거리며 용납할 수 없는 이 현실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속수무책이었다..

그녀의 집요함을 도저히 뿌리칠 수 없었다.

나는 이내 채념한 상태로 가사 도우미를 받아들였다.

그러고 보니 아내의 손길을 느껴본 지 꽤나 오래다.

내 나이 30대 후반. 손끝만 닿아도 폭발할 터였다.

그럴진데, 지금 이순간 주체할 수 없는 희열이 나의 원초적 본능을 일으켜 세우고 있지 않은가.

아내를 통해서는 단 한번도 체감하지 못한 색다름 이었다.

나는 가사 도우미의 현란하고 능숙한 솜놀림에 이끌려 노예처럼 굴었다.

그리고 그녀가 안내하는 세상으로 들어섰다.

그곳은 달콤한 지옥이었다.

나는 그동안 아내와 교감(交感)면서도 오로지 종족번식만을 위한 교과서적 자세로 일관했다.

헌데, 이 무슨 해괴한 조화냐?

가사 도우미는 한번도 가보지 못한 뽀얀 세상으로 나를 데려갔다.

그리고 열락(悅樂)으로 이끌었다.

나는 시간이 지날 수록 심장을 쥐어짜며 주검을 재촉했다.

몸속의 모든 세포들이 메두사의 머리처럼 고개를 처들고 아우성을 쳤다.

지옥이 이처럼 달콤할줄이야...

나는 몸져 누운 아내에 대한 죄책감도 잊고 있었다.

달콤한 이 지옥에서 영원히 머물고 싶을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가사 도우미의 현란한 마법에 취해 기력을 다했다.

가사 도우미도 공중부양을 하며 거친 파열음을 토해냈다.


순간.


시퍼런 섬광(閃光)을 동반한 벼락이 거실 안을 휘돌아 치며 가사 도우미를 덮쳤다.

눈깜짝 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벼락을 맞은 가사 도우미는 썩은 통나무 널브러지 듯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바닥에 쓸어진 가사 도우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는 순식간에 벌어진 사태에 충격을 받았다.

때문에 한동안 넋을 잃고 여자를 바라볼 뿐이었다.

허나 마냥 이러고 있을 수는 없었다.


결국 정신을 수습한 나는 가사 도우미를 조심스레 흔들어 깨우기도 하고 얼굴을 토닥거렸다.

그러나 가사 도우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를 바닥에 내려놓고 다음 일을 생각 했다.

헌데, 그 무엇이 나를 소스라치게 했다.

가사 도우미의 몸 때문이었다.

그녀의 몸에서 이상한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방금 전만 해도 비단결처럼 곱고 부드러웠던 살결이 점차 검붉게 변해갔다.

비단 피부 뿐만이 아니었다.

고혹스런 눈동자 역시 생기를 잃고 썩은 동태눈처럼 퇴화 됐다.

나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가사 도우미의 기이한 모습을 살피며 두려움에 떨었다.


나는 혼신을 다해 정신을 추스리고 스마트 폰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동영상 앱을 작동한 뒤 가사 도우미의 괴이한 모습을 녹화하기 시작했다.


뒤 늦게 안 사실이지만, 스마트 폰에 담긴 가사 도우미 '미리'는 다름아닌 인공지능 인간(AI)이었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 이었던 것이다. 

(끝)


이산해 /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