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해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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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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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티아스 그뤼네발트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



플로리다 () 케이프 커네버넬 케네디 우주센터에 위치한 미국 미생물 탄소측정연구소


이곳에 매우 이례적인 손님이 방문했다.

때는 2020 1 2일 이었다.

 

방문객은 자신을, 인도 타칸공원 뱅갈주()에서 52세의 압둘 칸이라고 소개했다.

 

칸은 자신의 백그라운드도 드러냈다.

출신 배경은 사나타나 다르마( Sanatama Dharma) () 힌두쉬. 그리고 인도 의회 ()의원이었다.

그런가 하면, 뱅갈에서 대규모 통상 무역업을 하는 비지니스맨이라고 덧붙였다.

 

탄소측정연구소를 찾은 경위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자택 정원 확충 공사를 하던 중 속에 묻혀있던 4개의 코끼리 상아(象牙) 발견했다는 것이다.

상아는 후추나무로 제작한 나무 상자 안에 있었다고 했다. 

그는 보관 상태가 매우 양호한 상아를 꺼내 꼼꼼히 살폈다.

헌데, 살펴본 즉 상아 전체에 고대 뱅갈어로 쓴 문장이 빼곡히 음각돼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상아가 결코 범상치 않은 물건이라 직감했다.

마음이 들 뜬 칸은 즉시 스마트 폰에서 시리(AI)를 불러냈다.

그러고는 미국 탄소측정연구소 연락처를 알아내 관계자와 통화 했다.

칸의 자초지종을 청취한 연구소 측 담당자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상아 보기를 원했.

통화 말미에서 칸이 덧붙였다.

이처럼 거대한 코끼리 상아는 현재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아에 음각된 문구도 고대 문서 에서나 볼 수 있는 어문(語文) 이라며 연구소의 심도 깊은 분석을 원한다는 속내를비쳤다.


한편 뜻하지 않은 방문객을 맞은 연구소 측도 놀라움과 반가움을 동시에 표명했다.

방문객이 가져 온 거대한 크기의 상아가 예삿 물건이 아니었기 때문 였다.

따라서 연구소측 관계자들 역시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방문객과 한동안 담소를 나눈 탄소측정연구소 소장 이반 레이철 우드(Evan Rachel Wood)는 뒤이어 가진 연구원들과의 간담회 후 곧바로 연대(年代)확인 방사선 탄소측정 작업에 착수했다.

 

탄소측정연구소는 이틀 간에 걸쳐 4개의 상아를 정밀 검사했다.

그리고 탄소측정조사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다.

인도인이 가져 4미터(길이)크기의 상아는 현존하는 일반종() 코끼리의 것이 아닌 4 전에 멸종된 메머드(Mamoth)코끼리의 상아인 것으로 드러났다.

 

엄청난 보물과 마주한 연구소장 이반은 이를 즉각 플로리다 정부와 고고학계에 보고했다.

연구소장은 이와 함께 상아에 음각(陰刻) 벵갈 고대 문자를 해독키 위해 하버드 대학에 전화를 연결했다.

상대는 세계적인 동아시아 문화 언어 학자인  패트릭 커밍햄( Patrick Cummingham) 교수였다.

이반 레이철 우드의 조근조근한 설명을 청취한 패트릭 교수 역시 놀라움을 표하며 말했다.

연구소장! 그 물건은 절대 외부에 노출되어서는 안되오. 내가 그곳에 도착할 때가지 비밀리에 보관 하시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 듣겠소?”  


월터 기자


미 우주센터 산하 탄소측정 연구소에는 이곳을 담당하는 출입기자가 있었다.

다름아닌 커네버넬 크로니컬 뉴스페퍼 로컬 기자인  월터  E,  리즈코흐스키( Walter E, Lyskowski) 였다.

월터는 이 오후 사회부 소속 동료 기자와 함께 쿠바 난민 거주 법적 지위를 위한 플로리다 고등 난민 위원회 청문회를 취재한 곧바로 귀사(歸事)하지 않고 탄소측정 연구소로 발길을 돌렸다.

출입기자의 일상화 된 걸음이었다.

헌데 월터 기자는 이곳 연구소에서 전혀 예상치 않은 특종을 낚았다.

 

연구소장과는 호형호제하며 지내는 월터 기자가 연구소에 들어서는 순간, 실내 분위기가 여느 때와는 달리 팽팽한 긴장감이 고조돼 있음을 직감 했던 것이다.

 

원래 기자(記者)라는 직업이 취재원의 눈치를 살피며 족집게처럼 상대의  빈틈을 잡아내 이를 공론화 시키는 것이어서, 시각과 촉각 눈치 하나 만큼은 야생동물 못지 않게 발달돼 있었다

하여, 연구소 안에서 드러내놓고 기사거리를 낚으려 하지는 않았으나 오늘 따라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것이다.

월터 기자는 연구소 고참 수석 연구원에게 접근한 뒤 기자 특유의 낚시 밥을 던졌다.

마치 자신이 무언가를 알고 있다며 눙을 친 것이다.

기자의 심리전에 말린 수석 연구원은 얼떨결에 상아 사건을 실토 했고, 월터 기자는 뜻하지 않은 스쿠프(특종) 낚았.

성격이 다혈질인 월터 기자는 지금 이순간 만큼은 데스크에 앉아 원고를 작성해 출고하는 절차를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는 기자 수첩에 받아 쓴 속기문을  연구소 내 기자실에서 소속사인 커네버넬 크로니컬 사회부에 전화로 송고했다.

월터 기자의 스쿠프를 전화로 받아 적고 있는 사회부장 재프 박스터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사회부장이 즉석에서 가필한 원고는 다름아닌 특종기사였기 때문이었다.

사회부 데스크로부터 원고를 넘겨 받은 편집국장도 흥분하기는 매한가지였다.

편집국장은 헤드 테이블에 마주한 편집담당 부장에게 시선을 주며 말했다.

"종합판에 문제의 기사와 관련 사진을 함께 게재하시오."

 

다음 날 아침 


신문 가판대에 진열된 특종 기사 헤드라인은 "예수는 인도에서 112살에 죽었다". 머리기사였다.

 

기사 1() 조간 신문과 해당 언론사 인터넷 웹사이트에 편집돼 실리자 세게 유수의 사학계(史學界) 물론, 바티칸과 프로테스탄트 계열의 기독교가 발칵 뒤집혔다.

뿐만 아니었다.

심지어는 불교계와 무슬림 종단에서도 특종 기사에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바티칸의 경우, 기사의 내용 여부를 떠나 예수가 인도 캐쉬미르에서 112세에 죽었다는 근거가 어디에서 기인 한 것인지를 확인키 위해 바티칸 대외 협력기구 산하 묜셀 신부를 플로리다 키웨스트로 급파했다.

 

텍사스 티후아나에 본부를 개신교에서도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 성경편찬위원회 소속 간부 목사들을 호출해 탄소측정 연구소에 급파했다.

목사 가운데는 평생 예수 연구에 매진한 플리처상 수상자 엔리코 레오네도 속했다.

한적하고 조용하기만 했던 케이프 커네버넬의 작은 지방 마을이 특종 기사 건으로 갑자기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에 따른 여파로 수많은 외지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학계와 종교계 언론사들 심지어는 수십만 명의 예수교 신자들이 승용차와 버스를 대절해 연구소로 속속 집결했다.

 

사전에 이 같은 여론 파급효과를 전혀 예측치 연구소는 당황했다. 하루가 멀다 않고 들이닥치는 엄청난 사람들로 인해 날벼락을 맞은 형국이 된 것이다.

연구소장 이반 레이철은 날이 갈수록 연구소 주변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판단을 했다.

그는 더 늦기 전에 지역 카운티 경찰과 방위군을 동원해 줄 것을 관련 당국에 요청하는 한편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 문제의 상아를 대중 앞에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한마디로 노!였다.  

생각을 정리한 이반은 철저한 보안과 삼엄한 경비가 펼쳐진 가운데 상아 4개를 황급히 모처로 이송했다.

 

다음 아침 10.

케이프 커네버넬에서 3'.5마일 떨어진 곳에 자리한 플로리다 방위사령부 지하 작전 지휘부는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 가운데 비밀스런 작업이  펼쳐지고 있었다.  

다름아닌 상아에 음각된 고문헌을 판독하고 있었던 것이다.

석학들이 해독 하려는 문헌은 상아에 음각된 기록을 레이저 프린트로 복사한 것들이다.

 

연구원들이 둘러 앉은 원탁 켠에는 고대 인도 벵갈어를 해독해 풀이한 고 문서 관련 책자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문헌 판독 작업 지휘자는 미 동부 보스턴에서 날아 온 하바드 대 교수 패트릭 커밍행이었다.

커밍햄 교수는 한국의 벤처 기업이 만든 특수 전자 현미경으로 상아 표면의 고대 벵갈어를 들여다 보며 음각문자들을 판독 해나갔다.

판독된 음각문자는 커밍햄 교수의 제자이자 역시 뱅갈어에 능통한 올샌 여교수가 문맥의 행간(行間) 감수했다.,

그리고 판독 작업에 참여한 예수 집필 칼럼니스트 세미 (한국인 2) 이를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채문(採文)하는 작업을 거들었.

철통같은 보안 속에서 펼쳐진 음각문자 판독 작업은 무려 한달간 계속됐다.

작업이 펼쳐지는 기간에는 참여 인사들의 외부인과의 접촉을 불허했다.

보안을 우려했기 때문 였다.

그만큼 음각문자에 담긴 내용이 전대미문의 것이어서 외부와의 차단은 필수 였던 것이다. 


시종일관 긴장의 연속 이었던 연구원들의 작업 분위기는 시간을 더헐 수록 음각문자들의 내용이 예수의 생애를 기록한 문헌으로 드러나자 당초 엄숙함에서 절로 탄성이 배어 나오는 경이로운 분위기로 전환됐.

실제로 음각문장의 판독을 지휘하고 있는 커밍햄 박사의 입에서는 '오마이 !' 또는 지저스!’라는 놀라움의 감탄사가 끊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었다. 

음각 해 작업을 거들고 있는 여타 연구원들도 너나 것 없이 연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

 

곁에서 이들 석학들의 일 거수 일 투족을 곁눈질하고 있는 압둘 칸도 주체할 없는 흥분에 들떠 있었다.  

자신의 심장이 연거푸 애드레날린을 방출하는 것을 한껏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일까?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칸이 목청을 돋우며 소리쳤다.

"맙소사! , 상아가 '이사( Issa:예수의 불교식 이름)' 일생을 기록한 보물 이라니정말 믿을 수가 없군요."


인간의 모습으로 지구별에 온 예수

 

한편 판독 전문가들의 음각 문헌 판독은 무려 한 달 하고도 이틀이 더 경과했다.

허나, 이같은 장시간에 걸친 고대 사문(史文) 판독은 결코 정독(正讀) 아니었다.

상아에 기록된 문자 내용이 무엇을 암시 하는지를 겨우 해독한 것 뿐이었다.

 

완벽한 정해(正解) 얻어내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판독에 필요한 참고 문헌과 고대 뱅갈어 관련 석학들의 자문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 참석자들 결론이었다.

 

장시간 동안 전자 현미경에 시선을 고정 시켰던 커밍햄 박사가 숙이고 있던 상체를 일으키며 동료 박사들에게 말했다.

그동안 설()로만 회자 됐던 예수의 인도 생애가 비로소 실체를 드러내려 하오. 물론 우리가 지금 밝혀내려고 하는 이 문헌의 기록이 사실로 판명 되더라도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오. , 조심스레 말할 수 있는 것은 문헌 내용이 강조 하듯 '예수는 인간의 모습으로  지구별에 와 장엄한 신의 사업을 펼쳤다는 사실이오.”


여기까지 말한 커밍행 교수는 동료들을 향해 블랙 타임을 구한 휴식에 들어갔다.

(계속)

 

이산해 /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