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해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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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검시(檢屍)

LA 카운티 셰리프국 과학수사대로 옮겨진 석비 시인의 주검은 DNA 분석과 탄도 측정 검사를 거치며 사인 규명의 윤곽을 드러냈다

주검의 최종적 사인(死因) 총격에 의한 쇼크와 과다출혈 이었다.  DNA 통해 시신의 실체가 코리안 혈통 미국인인 석비 시인으로 최종 판명됐다.그리고 탄도 측정 결과 피해자와 범인이 맞선 거리는  6피트로 추정했다., 

이와 함께 범인이 현장에 버리고 글록19 자동 권총의 출처는 LA 인근 데스 벨리(Death Valley)사막 지역 내에 위치한 전당포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절도 전담반 소속 형사들이 글록 권총에 음각(陰刻) 총기제조번호를 컴퓨터로 추적한 결과 밝힌 사실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범인이 사용한 글록 19 손잡이에서 지문이 채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총기분석요원에 따르면 범인은 글록 19 권총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장갑을 착용했거나 또는 손잡이를 갱스터 영화에서처럼 붕대 등으로 감아 사용한 것으로 예단(豫斷)했다.   

이처럼 신빙성 여부에도 불구하고 석비 시인을 살상(殺傷) 총기의 출처가 밝혀지자 수사는 급 물살을 탔다.

LAPD 살인계 소속 3 형사인 앨버트 하몬드 형사를 비롯한 파트너 여자 형사 앤더슨과 다른 동료 형사들의 지원을 등에 업은 스티브 형사는 소피아 형사와 함께 지체없이 데스 벨리를 향해 페달을 밟았다.

이처럼 스티브 형사가 발빠르게 움직인 이유는 사건 관할이 다름아닌 코리아 타운이었기 때문 였다.

이봐 형사이번 사건을 통해 자네의 능력을 맘껏 발휘해 보라구그동안 코리아 타운에선 크고 작은 각종의 사건들이 줄을 이었네그럴 때마다 자네는 번번히 범인을 놓치고 말았지때문에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미제(未濟)사건들이 자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하여노파심에 하는 말인데…. 이번만큼은 확실하게 범인을 잡게나보라는 놈의 손목에 은팔찌를 채워서 앞에 끌고 오란 말일세언더스탠?”

경광들을 번쩍이며 60 하이웨이 램프로 진입한 스티브 형사는 방금 반장이 피력한 주문을 떠올렸다.

그렇다.

반장 말대로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코리아 타운내 범죄 사건들이 비일비재했다.얼마나 한심한 쪽팔림인가?

흥분한 탓에 형사가 손으로 핸들을 내리치자 조수석에 앉은 소피아 형사가 말했다.무슨 일이라도 있는거야?”스티브 형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속으로 범인을 기필코 잡겠다는 다짐을 뿐이었다.

 

다음날 아침

종합일간지 정론직필 미주지사와 서부지역을 대표하는 권위지() LA 타임스, 그리고 CNN Fox 뉴스 메이저 언론들은 석비 시인 살해사건을 비중 있게 다루며 심층 보도에 나섰다

언론들은 석비 시인의 변화무쌍 했던 과거의 행적을 추적하며 다양한 해석을 쏟아냈다.

기사(記事), 석비 시인이 문단(文壇) 데뷔했을 때만 해도 날카롭고 해박한 촌철살인(寸鐵殺人)으로 인지도를 높였다고 평했다. 시인은 자신의 무기인 철필(鐵筆) 사상(思想) 적들을 마구 무찔렀다.그는자신들만이 ()이라고 교만을 진보 진영의 가증스런 위선과 궤변을 질타했고 보수 진영의 지리멸렬한 무능과 안이함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랬던 그녀가 느닷없이 돌아섰다좌파 중에서도 ()좌파로 변신한 것이다.

때문에 미주한인문단(美洲韓人文壇) 비롯한 수많은 문인들이 석비 시인의 360 변신에 뜨악한 표정들이었다.

석비 시인의 이같은 변화무쌍은 자신의 인지도(認知度) 끌어올리기 위해 계획한 위선(?)이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중론(衆論)이었다.    

 

블랙 로즈(Black Rose)

살인에 사용된 글록 19 자동 권총은 데스 벨리에 위치한 전당포(Pawn Shop)폭풍의 기사에서 판매한 것이었다.

이같은 사실은 LAPD 산하(傘下)총기관리국이 컴퓨터에 등재(登載) 총기 판매 현황 기록을 확인한데 따른 결과였다.

따라서 스티브 형사 팀은 생고생을 하며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됐다.

혁과 소피아 형사가 철재를 덧댄 입구를 통과해 안으로 들어서자 팔뚝과 목에 전갈과 코브라 문신을 건장한 백인 대머리가 게슴츠레한 시선으로 형사를 째렸다.

소피아 형사가 코브라문신을 향해 방패 배지를 들이댔다.

힘의 상징인 방패 배지(남근男根을 형상화 파커 빌딩이 음각돼 있다) 들여다 본 코브라 문신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형사 아가씨무엇을 도와드릴갑쇼?”

소피아 형사가 8X8 크기의 컬러사진을 보이며 말했다.이봐사진 글록19 이곳에서 것으로 알고 있어.사실이야?”

사진에 시선을 고정시킨 코브라 문신이 양미간을 찌푸리고 글록 19 살폈다.

그러고는 수초 입술을 움직였다.확실하진 않지만 1주일 이것과 같은 종류의 글록을 기억은 있어.”

소피아가 말했다.운운하지 말고 정확한 답을 말해.권총 총신에 총기 번호가 나열돼 있잖아그걸 판매 대장(臺帳) 확인해 보란말야.”

소피아 형사의 부드러웠으나 단호한 목소리에 제압당한 코브라 문신이 전당 물품이 빼곡히 진열된 유리 진열장 구석으로 걸음을 옮겼다.진열장 귀퉁이에는 한입 베어먹은 애플 심볼의 구형 맥북 데스크 컴퓨터가 놓여 있었다.

장신(長身) 코브라 문신이 허리를 구부리고 컴퓨터 화면에 시선을 주었다.

그러고는 독수리 타법으로 자판을 두드려 글록 19 총기 번호를 입력해 나갔다.

정확히 30 문제의 글록 19 판매 일자가 클로즈업 됐다.판매를 확인한 코브라 문신이 말했다."지난 1주일 그러니까 화요일 오후 2시께 판매 했네."

스티브 형사가 말했다.지금 화면에 판매 내역과 총을 구입한 구매자의 모습을 CCTV 녹화 필름으로 있겠지?”

동양인 (형사) 명령조로 말하자 비위가 상한 코브라 문신이 (Fuck)하고 소리를 질렀다.감히 동양인 주제에 자신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에 심기(心氣) 뒤틀린 것이다.

이를 알아챈 소피아가 눈에 불을 켜고 말했다.이봐여기서 영업을 계속하고 싶으면 우리말에 고분고분 해야 물론 우리의 요구가 귀찮겠지하지만 우리도 마찬가지야 무슨 뜻인지 알겠어?”

코브라 문신은 나긋나긋하게 생긴 형사가 영업 취소 운운하며 협박성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자. “옛써오피써!”하고 빈정거린 형사의 요구를 수용했다.

컴퓨터에서 출력한 총기 판매 대장에는 글록 19 5 달러에 판매한 것으로 기록했다.권총과 함께 9mm 총알 20개도 함께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력한 판매 대장을 손에 스티브 형사가 코브라 문신을 곁눈질 하며 말했다.글록을 날짜의 CCTV 모니터 해야겠다지금 있겠지?”

코브라는 대답대신 목구멍에서 가래침을 끌어 올려 보라는 !하고 내뱉고는 전당포 계산대 뒤에 위치한 사무실로 사라졌다.

 

10

코브라 문신이 손에 휴대용USB 플래쉬 드라이브를 움켜 쥐고 나타났다.

코브라 문신은 곧바로 USB 컴퓨터에 연결해 구동시키고는 화면을 가리켰다.

형사가 동시에 시선을 컴퓨터 모니터에 고정 시켰다.

화면 켠에서 스크롤하는 타임머신은 1355분을 가리켰다.그리고 장면은 검은 선글라스를 착용한 여성이 진열대에 다가서며 코브라문신에게 말을 걸었다.

코브라문신이 응대하자 여자는 선글라스를 벗고 매우 빠른 억양으로 무엇인가를 주문했다.

확대한 영상 여자는 대략 30 초반의 미녀로 히스패닉계로 추정됐다.눈매가 남미 특유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자의 주문을 받은 코브라 문신이 손바닥을 하늘로 향한 팔을 벌리고는 계산대 켠에 설치한 진열대 유리문을 열고 세정의 권총을 꺼내 왔다.이들 권총 가운데는 석비 시인에게 총알을 먹인 자동권총 글록19 포함돼 있었다.

코브라 문신은 유리 진열대 위에 펼쳐 놓은 권총을 집어 설명을 곁들이며 가격을 말했다.히스패닉계 여자는 그때마다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이내 결정을 우아하고 세련되게 생긴 글록 19 최종 흥정했다.

여자가 글록19 집어 들었다. 그리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격발 장치를 후진 시킨 뒤 약실을 눈여겨 보았다. 여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훔쳐보고 있는 코브라 문신도 연거푸 마른침을 삼켰다. 총을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 였다.

한동안 넋을 놓고 있던 코브라 문신이 말했다.핼로뷰티풀오늘 섹시 가이(Guy) 뜨겁게 즐겨보라구.”여자는 대답대신 음흉한 미소를었다.

여자가 샤넬 지갑에서 크레딧 카드를 꺼내들자 코브라문신이 정색하며 손사래를 쳤다.그러고는 훈계 하듯 말했다.뷰디풀이곳 데스 벨리에서는 크레딧 카드는 무용지물 이라구오직 캐시(현찰) 통용돼언더스탠?”

여자가 알아들었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손이 루이비통 가방으로 갔다. 그리고 주름 하나 없는 빳빳한 1백달러 지폐 7장을 꺼내 사내에게 건넸다권총과 탄환을 합친 돈이었다.   

캐시를 지불하고 총기를 건네는 장면까지 확인 형사와 소피아는 코브라문신에게 USB 플래쉬 드라이브를 잠시 빌리겠다고 요구한 자료를 챙겨 일어섰다.

형사가 전당포 '폭풍의 기사' 벗어나기 직전 코브라문신이 물었다.헌데형사 나리들 총이 무슨 문제라도 일으킨 거야?.”

소피아 형사가 말했다.네가 건네준 글록19 유명한 코리안 ()시인의 목숨을 끊었어때문에 우리가 나 선거야물론 당신은 총을 합법적으로 판매한 죄밖에 없어하지만 기분은 더럽겠지….안 그런가?”

코브라문신이 인상을 잔뜩 구기며 소리를 질렀다.!”

(계속)

이산해 / 추리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