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해의 문학서재






오늘:
0
어제:
1
전체:
1,255,516

이달의 작가

소설 / 칼럼 (2부) 14처(Via Dolorosa)

2023.06.14 20:10

이산해 조회 수:130

 

스크린샷 2023-06-13 오후 5.59.59.jpeg

(2) 예수의 수난(受難)과 재판(栽判)(tribulation and trial)

 

광장에서 수천명의 군중들에게 둘러 쌓여 8복을 설교한 예수는 제자들과 함께 성전내 위치한 지성소로 향했다.

 

지성소는 유대인들에게 거룩한 곳으로 여김 받는 장소다.

하나님의 존재를 상징할 분만 아니라 예식을 치루는 공간이기 때문이었다..

 

히브리어로 벳 하미크다쉬로 불리는 예루살렘 성전(Temple in Jerusalem)은 기원전 957년 솔로몬 대왕이 시축(始築)했다.

솔로몬의 성전으로 불린 건축물의 길이는 60(: 274미터)이었으며 넓이는 20( 94미터높이는 30( 137미터).

성전내 지성소의 바닥은 전나무로 만든 우드로 시공했으며밀실(密室)은 지성소의 가장 깊숙한 곳에 꾸며 놓았다.

 

이곳 밀실에는 언약궤(言約櫃)가 자리했다.

 

언약궤에는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야훼로부터 받은 돌판(십계명)과 유대인들의 역사와 신앙관련 내용을 기록한 책례가 보관돼 있다.

그런가 하면성전내 지성소에는 주요한 공간들이 들어섰다.

 

성소성전 내부의 가장 왼쪽에 위치일반인들은 감히 접할 수 없는 신성한 공간(대제사장 가야파만 출입할 수 있었다).

어린양 제단성전에서 제사를 올리기 위해 어린 양을 제물로 바치는 제단

금광주성소 안에 위치한 금으로 만든 빛의 석류유대인들은 이곳에서 신의 존재를 간접 체감했다.

▲새롭게 굽힌 해성전 지붕에 설치한 해 동상.해동상에 비치는 햇빛을 관측해 예배와 기도를 올렸다

▲이밖에 성소 내부에 신성한 가구와 방축 제 등이 구비돼 있었다.

 

이렇듯 제성전이라 불린 솔로몬 성전은 유대인들에게 있어 야웨가 머무는 신선한 공간으로 자리매김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수차례에 걸쳐 파괴와 재건축을 병행하다 결국 기원후 70년 유대 점령군인 로마군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됐다.

 

성전을 파괴한 로마군 장군은 황제 베스파시아누스(Vespasian)의 아들인 티투스(Titus)였다.

티투스는 유대전쟁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유대인들의 정서는 깡그리 무시한 채 오늘 날 통곡의 벽으로 불리는 서쪽 벽 일부만을 남기고 성 대부분을 철저하게 파괴했다.

 

성전이 파괴되기 전인 서기 33예수는 지성소를 향해 가는 도중 장터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거룩하고 신성해야 할 성전이 난장판이었기 때문이다.

 

이 시장통은 유대왕인 헤롯이 개축(改築)한 스룹바벨 성전내 위치해 있었다

시장통은 때마침 다가온 유월절(逾越節:Passover / 유대인들이 이집트 신왕국의 노예생활로부터 탈출한 기념일)을 맞아 인산인해였고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예수가 발걸음을 멈춘 시장통은 속칭 이방인의 뜰로 불리는 곳이었다.

 

시장통의 시끌벅적한 광경을 목격한 예수는 재빠른 걸음으로 이방인들의 돈을 교환해 주는 환전상에게 다가갔다..

환전상 주변은 로마 또는 헬라(그리스)화폐를 교환하기 위해 북적댔다.

곱슬머리에 삐쩍 마른 환전상은 자신을 둘러싼 이들과 돈 교환 거래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예수는 손가락에 침을 발라가며 주판을 튀기고 있는 환전상 곁에 다가섰다그러고는 상점 앞에 펼쳐 놓은 나무 탁자를 뒤집어 엎으며 소리쳤다.

이 곳이 어느 장소이냐하나님 아버지에게 기도를 드리는 곳이 아니냐헌데너희는 신성한 이곳을 강도의 굴혈(窟穴)로 만들었다.

예수의 격분이 알려지자 소식을 접하고 허둥지둥 달려 온 대제사장 가야파와 사두개인들은 이빨을 갈며 저마다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성전의 기득권을 움켜쥔 이들이 예수의 행동을 곁눈질하며 분통을 터뜨린 이유는 시장통의 이권 때문이었다.

 

이 당시 갈릴리(Galilee)와 페레아(Perea)4분봉 영주(四分封領主)인 유대왕 헤롯 안티파스(재위 BC 4/ AD 39)헤롯 성전내 귀빈실에서 로마군 백부장과 환담을 하고 있었다.

이방인의 뜰 시장통의 실제 관리자이기도 한 헤롯은 가파른 숨을 몰아쉬며 한걸음에 달려온 경비대장의 전갈(성전 정화)을 귀담고는 손에 쥔 포도주잔을 내동댕이쳤다.

동시의 그의 입에서 파열음이 터져나왔다.

이런, 빌어 처먹을….대체 그자의 정체가 뭔가? 내가 참수(斬首)한 침례자 요한(Jhon the Baptist)의 환생인가, 아니면 잘난 채를 좋아하는 관심종자인가. 아무튼 그자의 시건방을 마냥 방치할 수는 없어. 이봐, 경비대장 지금 당장 지성소로 달려가 대제사장을 오라해.”   

예수의 성전정화 사건을 지켜 본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도 예수를 더 이상 방치해선 곤란하다는 것에 방점(傍點)을 찍고 산헤드린을 통해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켰다.    

 

서기(AC) 33 44유대교 의회최고 재판정인 산헤드린(Sanhedrin)

예루살렘에 위치한 산헤드린 법정은 판관들의 갑론을박(甲論乙駁)으로 후끈 달아 올랐다.

이유는 지난 밤 겟세마네(Gethsemane)동산에서 연행한 라바이가 도착하기 때문이었다.

 

바리새인 판관(判官)들은 라바이에게 적용한 신성모독죄 과연 성립될  있느냐는 법리문제로 다퉜다.

언론의 자유가 차단된 상태이긴 했으나그렇다 해서 예수가 스스로 하나님의 아들이라 말했다는 표현이 불경죄에 해당하느냐 하는 갑론을박이었다.

하지만 개인의 의사 표시까지 법으로 제재하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소수 의견은 가차없이 묵살됐다.

잔뜩 인상을 구기고 있던 대제사장 가야파가 버럭 화를 내며 한목소리를 주문했기 때문 였다.  

따라서 산헤드린 소속 판관들은 만장일치로 라바이에게 신성모독죄를 뒤집어 씌우는데 합의했다..  

야훼를 모독했다는 죄명이 확정되자 최고 판관인 나시 코헨 가들과 부 판관인 아브 베잇 딘이 예수의 재판이 시작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의회 재판정에는 산헤드린 소속 23명의 판관들이 자리했다.

대다수는 바리새인이었고 나머지는 사두개인들이었다.

재판 절차가 마무리되자 판관들은 예수의 입정을 기다렸다.

 

1시간 뒤.

해롯 병사들에게 체포된 예수가 법정에 들어섰다.

통 자루 옷인 심나를 몸에 걸친 예수는 맨발이었고 발바닥은 피투성이였다.

강제연행으로 발바닥과 발가락이 찢기고 터진 탓이었다.

 

법정에 들어선 예수는 두 팔이 뒤로 묶인 상태였다.

병사들이 빈정거리며 예수를 법정 중앙에 세우자 호기심을 잔뜩 부추긴 판관들의 시선이 일제히 꽂혔다.

이들은 마치 기린같이 생긴 말을 보 듯 예수의 구석구석을 훔쳤다.

헌데피의자로 기소(起訴) 예수를 아무리 뜯어봐도 하나님의 아들 아니었다.

체포과정에서 시달린 탓에 모습은 다소 초췌 했으나 외모는 수려(秀麗)했다

특히 눈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우아하고 평온했다.

하지만 생김새가 그렇다 해서 자신들이 섬기는 야훼의 아들 이라니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판관들은 라바이가 과대망상증 환자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표했다.

그렇지 않고 서야 저토록 멀쩡하게 생긴 인간이 허튼소리를 할리가 없을 터였다

 

판관들이 예수를 살피며 저마다 입맛을 다시자 우쭐해진 대제사장 요셉  가야파가 기세 좋게 목청을 돋구었다.

예수를 신성모독(神聖冒瀆)죄로 옳아 맨 인물은 다름아닌 대제사장이었다 .

유대 총독인 빌라도가 임명해 대제사장이 된 그는 약 18년 간 최고위직을 누리다 서기(西紀)36년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2년 후인 38년도외간녀()와 방사(放事)를 치루다 복상사(腹上死)로 비명횡사한 인물이었다

이보시게라바이(선생).당신이 군중들이 모인 장소에서 대놓고 하나님의 아들이라 했다는데사실인가?

순간계단식  의자에 앉은 모든 시선이 예수에게 꽂혔다.

하지만 예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수가 묵묵부답하자 가야파가 목청을 돋구었다.

라바이.그대가 스스로 하나님의 우편에 앉은 라고 공언했다는데정말 그렇게 말했나?

“……”

예수가 계속 침묵하자 다혈질인 가아파가 버럭 성질을 부렸다.

이봐라바이수많은 군중 앞에서는 실타래가 풀리  막힘없이 말을  하드만어찌 갑작스레  먹은 벙어리라도 됐나가타부타 말을 해야 될 게 아닌가!

눈꼬리를 치켜 뜬 가야파가 삿대질을 하며 언성을 높였다.

법정의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자 30대로 추정되는 판관 하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성큼성큼 보폭을 넓히며 예수에게 다가갔다,

매부리 코에 송충이 눈썹을  사내의 이름은 헤로데아 아킴.

라바이와 비슷한 또래였다.

그는 판관들 사이에서 난폭자란 별명으로 불렸다.

꼬장꼬장한 성격의 아킴이 예수에게 다가서며 느닷없이 솥뚜껑 만한 손바닥으로 얼굴을 후려쳤다.

동시에 그의 입에서 파열음이 섞인 육두문자가 튀어 나왔다.

헤로데아 아킴이 내뱉은 쌍욕 은 차마 글로 표현하기가 민망해 표기하지 않겠다..

난폭자가 휘두른 거친 폭력은 입안과 입술을 찢었다.

신성(神性)의 붉은 선혈(鮮血)  주변으로 흘러내렸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한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예수는 고요했다.

푸른 초장(草長)에서 풀을 뜯는 양과 같았다.

하지만 누구라도 불시에 타격(打擊) 받는다면 급격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얼굴이 돌아가거나 또는 부레가 터지는 신음을 하거나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는 등.

허나예수는 미동(微動)조차도 하지 않았다.

명경지수(明鏡止水)그 자체였다.

 

이처럼 예수가 가야파의 끈질긴 유도질문에도 묵묵부답을 고수하자 급기야 판관들 가운데 일부가 예수에게 달려들어 정강이를 걷어차거나 옷을 찢는  히스테리를 부렸다.

갑자기 법정분위기가 개싸움 투견(鬪犬)판처럼 어수선했다.

그러자 나쉬 코헤 가둘이 신고 있던 가죽 신발을 벗어 붙박이 탁자에 신경질적으로 내리치며 소리를 질렀다..

이런빌어먹을도대체 저자는 원래 벙어리인가아니면 혀가 짧은가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묵비권을 행사해이봐요대제사장 이상 저자를 심문할  없어요당장 판결을 내려요.

 

예수는 형식과 절차가 무시된 불법 재판을 통해 신성모독죄명을 쓰고 로마 총독(유대에 파견된 제5대 총독:A.D.26년부터 36년까지 10년간 유대와 사마리아 지역을 관할 통치빌라도(Pontius Pilate)에게 넘겨졌다.

 

46

총독() 관저에서  중년의 남녀가 숨죽인 체 밀담을 나누 있었다

 총독 빌라도와 그의 부인 클라우디아 프로클(Claudia Procula)였다

 

 사람은 매우 초췌한 표정이었다

법정에 서 있는 라바이의 심문이 내키지 았기 때문이었다.

부인이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남편 빌라도에게 말했다

“나리께서 방금 말씀하셨듯이 법정에  있는 라바이는 아무런 범죄 혐의 없어요.그러니 신중하게 처신하세요."

빌라도가 말했다

“물론이요교활(狡猾) 야비한 바리새인놈들 같으니..지놈들은 손에 피한방울 뭍이지 않으려고  친구를 나에게  넘긴거요하지만 고구려 속담에 뛰는  위에 나는  있다 했소하여가야파의 얄팍한 수작에 넘어갈 내가 아니지."

여기까지 말한 빌라도가 관저 아래로 보이는 법정에 시선을 주었다.

(빌라도와 예수는 두번째 대면이었다. 빌라도는 심문에 앞서 헤롯 안티파스에게 예수를 보냈다. 헤롯이 예수의 다양한 기적과 이적담()에 호기심을 느끼고 보기를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법정 담벼락  켠에는 채찍과 쇠꼬챙이를 비롯한 각종의 고문도구들이 을씨년스럽게 내걸려 있었다

예수는 고문도구들이 주렁주렁 내걸린 곳에서 1백여 미터 떨어진 위치에 서 있었다.

빌라도는 예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거대한 산맥(山脈)같다고 생각했

‘별일이군.

빌라도는 속으로 뇌까렸다

부인이 재차 빌라도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

2 경비대 사령관 부인과 함께 갈릴리에 위치한 다볼산(산상수훈(山上垂訓현장 갔었어요."

빌라도가 흠칫하며 말했

“거기에는 ?"

저분이 기쁜소식(福音) 들려준다 하기에 갔지요.

빌라도가 입맛을 다시며 덧붙였다.

"그래서. 라바이 뭐랍딥까?

부인이 대답했다

“사랑을 말했어요.’너의 이웃을  몸처럼 사랑해라’하며 시종일관 사랑을 강조 했어요심지어는 ‘원수까지도 감싸고 보듬으라’이렇게 가르치는 선생에게 무슨 죄를 묻겠 어요."

 

부인의 말을 귀담고 있던 빌라도가 자리에 일어났다.

그러고는 다시 법정을 내려다보았다

아무 생각해도 이번 송사(訟事) 진퇴양난이었다.

구정물에 발을 담근 격이었다

유대인들의 교묘한 술책에 걸려 들었다는 자괴감이 은근히 화를 돋구었다

 

빌라도는 산만해진 머리를 추스르기 위해 아내가 잔에 가득 따라  포도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빌라도가 말했다

“부인나도  생각이 있소그러하니 걱정하지 마시고 마음 편히 계시구려.

 

10 .

로마 복식(服飾) 토가를 걸친 빌라도가 관사에서 천천히 계단을 밝고 내려왔다.

그러고는 법정 발코니에  있는 예수에게 다가갔다

호기심이 발동한 빌라도 예수를 노려보았다.

헌데이 무슨 조화인가빌라도의 심장이 바짝 쪼그라드는 느낌이었다.

허파 속의 모든 에너지가 순식간에 방출(放出)되는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고통을 참지 못한 빌라도가 법정을 지키고 있는 당직 부사관을 향해 소리쳤다.

이봐콘스탄틴어여물 가져와!

빌라도의 다급한 재촉에 놀란 부사관이 황급히 물을  빌라도에게 가져갔다.

빌라도는 청동 잔에 가득 담긴 물을 단숨에 들이켰다.

정신없이 물을 들이킨 빌라도는 그제서야 마음의 평정을 찾았다.

빌라도가 입가에 묻은 물기를 옷깃으로 닦아내며 예수를 향해 말했다.

“이봐요라바이대체이곳에   거요?"

예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수가 침묵하자 빌라도가 다시 노려보았다하지만  다시 움찔했다.

라바이의 눈빛이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강렬했 때문 .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없이 자애로운 기운이 서려 있다는 것을 감지(感知)했다.

 

빌라도는 예수로부터 방출(放出)되는 예측 불가능  ()때문에 선뜻 접근할   없었다.

생의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예수 곁에서 한발 뒤로 물러선 빌라도가 재차 물었다.

선생. 7백년 전 유대의 예언자 이사야(이사야 7~53장 인용)가 말한 메시아가 정말 당신이요?

역시 묵묵부답.

무릎까지 내려오는 양팔을 늘어뜨리고 고요히 앞을 바라보고 있는 예수에게 빌라도가 덧붙였다.

나는 처음에는 당신이 신성(神性)이라는 것에 의구심이 들었소.그러나 한편으론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왜냐아무리 뛰어난 마술사라도 죽은 지 사흘 된 시체를 살려내고 문둥병 환자를 단숨에 치유한 예는 인류사 이래 전무후무했기 때문이요이 같은 기적은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하오세상에는 다양한 힘을 구사하는 부류가 존재하오 하지만 그들은 엄연히 한계가 있소하지만 선생은 초자연적인 이적의 역사(役事)를 지녔소감히 말하건 데그것은 신만이 할 수 있는 그 무엇이오나는 군인이기 전에 지식인이며문사철(文史哲)에도 일가견이 있소때문에 유대에 부임하기 직전 로마에서 유대의 역사책인 구약을 통독했 소하지만 구약 어디에도 라바이 같은 선지자는 없더군.로마에도 수많은 신들이 존재하오티베리우스 황제도 엄연한 신이니까따라서 스스로 선 오브 갓(son of god)이라 참칭(僭稱)한 선생의 말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소

예수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나는 네가 말하는 우상이 아니다나는 창세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는 나다.

순간법정 밖에서 예수의 말을 귀담은 유대인들이 기겁을 하며 경끼를 일으켰다.

저자가 야훼를 자기의 아버지라고 사기를 치며 신성을 모독한다당장 주리를 틀고 심장을 도려내라!

흥분한 유대인과 바리새인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빌라도 향해 손가락질을 퍼부었다.

당장 주리를 틀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유대인들이 길길이 날뛰자 빌라도가 곤혹스런 표정으로 예수를 곁눈질했다.

2층 관사 베란다에서 시시각각 펼쳐지고 있는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는 클라우디아 프로클라도 마음을 조이며 전전긍긍하는 눈치였다.

행여 일이 잘못 꼬이기라도 한다면 남편인 빌라도에게 불행한 일이 닥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피해가지 않고 빌라도에게 머물렀다.

지구별의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남편의 이름이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

창으로 무장한이란 뜻을 지닌 이름의 빌라도는 서기(AD)26년부터 36년까지 10년 동안 유대와 사마리아 지역을 관장한 제5대 총독이었다.

유대의 법률과 치안 그리고 세금 징수를 주요 통치수단으로 다룬 그는 유대사회의 커뮤니티 문제만큼은 유대인들의 최고 의결기구인 산헤드린 공회가 자치하도록 맡겼다.

산헤드린의 수장이자 대제사장인 바리새인 가야파도 빌라도가 지명한 인물이었다.

 

로마 황제의 대리인 역할을 한 빌라도는 로마 총독 가운데 유일하게 예수를 직접 대면하고 심문한 인물이었다.

유월절 전 날(Easter)아침빌라도는 예수를 향해 인류사상 가장 심오한 질문을 던졌다.

진리란 무엇인가?

물론 빌라도의 이 같은 날카로운 질문에 대해 예수는 즉답하지 않았다.

단지내가 이세상에 있음은 진리를 위해 있느니라.하여진리를 사랑하는 자마다 내 음성을 듣는다.(요한복음:18/37)

예수가 말한 진리는 다름아닌 예수의 신성(하늘나라)과 말씀을 뜻한 것이다.  

니체는 예수가 진리에 대한 답을 물은 것에 대해 침묵한 것과 관련, 빌라도가 끈질기게 되물어 답을 이끌어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빌라도는 예수와 성난 군중 사이에서 우물쭈물 하는 우유부단(優柔不斷)을 자초하며 시간을 끌었다. .

법정 근처 군중속에 모습을 드러낸 고유리에게 시선을 주고 있는 예수를 곁눈질한 빌라도는 기발한 착상을 떠올렸다.

유대 명절에는 죄수 한 명을 석방하는 관습이 있었다.

빌라도는 이것을 생각한 것이다.

 

빌라도가 얼굴에 흡족한 미소를 띄며 법정 주변을 둘러싼 군중들을 향해 소리쳤다.

씨리즌(시민여러분)! 당신들이 석방을 원하는 이가 누구인가?

순간 유대인들이 팔을 휘저으며 한 목소리로 외쳤다.

바라바를 석방하고예수를 십자가형에 처하라!

마치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일치된 목소리는 유대 열심 당원들이었다.

요즘으로 말하면 강성 팬덤들인 것이다.

이들은 미친듯이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꺾고 라바이를 처형하라고 주문했다.

빌어먹을유대인들……”

빌라도는 턱으로 예수를 재차 가리키며 유대인들에게 소리쳤다.

씨리즌이 라바이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따라서 나에게 주어진 권한에 따라 직권으로 무죄방면(無罪放免)할 것이다.

빌라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법정 주변을 빼곡히 둘러싼 유대인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 펄쩍펄쩍 뛰었다.

이봐,폰티우스 필라투스 총독농담도 지나치면 화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아시겠지당신 곁에 서있는 저자는 우리들의 하나님 야훼를 능멸 했어신성모독을 했다이 말이야뭘 제대로 알기나 하고 씨부리는거야총독은 말도 안되는 주접 집어 쳐권한 좋하하구 있네.당장 저 정신병자를 주리 틀고 십자가에 매달아언더스탠!

 

군중속에는 상당수의 열심당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예수를 폄훼하며 조작했다.

이들은 예수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육두문자를 난발했다.

이봐요, 빌라도 총독! 자칭 야훼의 아들이라 씨부리는 저자는 우리 유대민족을 전복시키고 가이사(로마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을 반대했어. 어디 그 뿐인가,자기가 유대의 왕이라고 구라를 쳤다고.”

 

이처럼 유대인들이 길길이 날뛰자 빌라도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빌라도가 예수에게 눈길을 주며 말했다.

이봐요, 라바이. 당신이 정말 유대 사람(Jews)의 왕이오?”

예수가 군중속의 고유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말하고 있다.”

순간, 대제사장 가야파를 비롯한 바리새이파()소속 율법학자(teachers of the law)들은 자신들의 가슴을 쥐어뜯으며 오도방정을 떨었다.

그리고 빌라도를 겁박했다.

저 미친놈이 야훼를 능멸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이봐요, 총독 저 자식을 당장 신성모독죄와 선동죄로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야 하오. 지켜보겠오.”

 

바리새인의 수장인 가야파가 정색한 얼굴로 단호하게 말하자 난처한 입장에 빠진 빌라도는 고개를 잘래잘래 흔들며 뒷걸음을 쳤다.

 

뒤로 물러나 한동안 예수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그는 곁에서 수발을 들고 있는 로마 병사 콘스탄틴을 턱으로 불렀다.

이봐부사관지금 당장 졸병을 시켜 옥에 가둔 바라바를 끌고와.

(바라바 석방과 관련된 대목은 공관(共觀)복음서에서 개략(槪略)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강성 여론에 떠밀린 빌라도는 결국 바리새인들의 흉계(凶計)대로 라바이를 구속 수감하고 졸병이 내온 청동 대야의 물로 손을 세척한  자신은 이번 재판에서 불법한 판결을 내리지 않았음을 애써 자위했다.

(사가(史家)들은 이 대목에서 빌라도의 우유부단을 탓하기도 했다빌라도의 권력이라면 얼마든지 예수를 방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그러나 한편에서는 빌라도가 로마 출신의 군인이자 야망을 지닌 정치가여서 여타 분란에 휩쓸리는 행동을 애써 피한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뿐만 아니라 빌라도는 신약의 한 축을 담당한 예정된 인물이었다는 예정설을 주장하기도)    

 

어째서 나라들이 술렁거리며 / 민족들이 헛된 일을 꾀하는가 / 세상의 왕들이 자기를 내세우고 / 통치자들이 모여 여호와와 그 기름 부음 받은 이를 거스르며(시편:Pssalms / 21~2)

 ▲“세상의 왕들이 일어나고 / 통치자들이 함께 모여 / 주와 그분의 그리스도를 대항하고 있구나”(사도행전(Acts / 426)

 

빌라도의 평결(評決) 열심당 우두머리인 바라바가 석방되자 군중들은 미친듯이 환호작약(歡呼雀躍)하며 그를 무등 태워 행진해 나갔다.

 

한편 바리새인들은 과격한 바라바가 석방되자 내심 불쾌해 하며 입맛을 다셨다.

바라바 역시 자신들의 장애물이었기 때문이다.(설에 따르면 바라바는 상인들 보호 명분으로 성전내 시장통 자리세를 가야파로부터 뜯어낸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자신들의 의도대로 예수가 구속 됨으로써 위안으로 삼았다.

유대인 군중속에는 가룟 유다의 모습도 보였다.그는 과격단체인 열심당원들과 함께 있었다.

예수가 빌라도에게 유죄선거를 받는 순간 가룟 유다는 고개를 떨구고 어깨가 흔들릴 정도로 흐느꼈다.

12제자 가운데 11명은 갈릴리 촌놈들이었다.

그러나 자신은 예루살렘 출신이었고 학식도 촌놈들보다 월등했다.

뿐만 아니다.

자신은 로마 식민지인 유대해방을 위해 열심당원으로 고군분투했던 전력(前歷)을 지녔다.

스스로 예수에게 다가가 제자 될 것을 청한 이유도 예수의 초월적 수퍼내츄럴(Supernatural)과 다윗을 뛰어넘는 천재적 지성에 매료됐기 때문이었다.

덧붙여 예수의 이 같은 능력을 앞세운다면 유대가 로마 압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에 차 있었다.

머리회전이 빠른 가룟 유다가 예수의 제자가 된 이유도 다름아닌 라바이가 혁명의 주체로써 유대를 구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룟 유다의 기대는 헛된 꿈이었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라바이를 향해 설득했던 혁명(反亂)의 타당성에 대해 이렇다 할 답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예수는 대신 가룟 유다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원수는 또 다른 원수를 낳는지라.

생뚱맞 은 답변이라고 치부한 가룟 유다는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며 혼란스런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빌라도와 더불어 부도덕한 인몰로 영원히 낙인 찍히는 인물이 됐다

한편 군중 맨 앞줄에서 예수재판  전과정을 지켜 본 고유라는 이 재판은 명백한 마녀사냥이라는 것을 의심치 않았다.

 

다음 날

총독 관저에서 부인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던 빌라도는 예수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빌라도는 로마에서 배울 만큼 배운  출신 정치인이었고 사리판단도   아는 인물이었다.

 

총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하여이렇다  죄도 없는 라바이를 사형시킨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을 뿐더러 법리에도 위배(違背)된다는 생각이었다.

신성모독죄라니로마에서는 어떤 신이라도 자신의 아버지가   있지 않은가!

 

빌라도는 고심 끝에 예수를 살리기 위한 묘책을 강구키로 했다.

다름아닌 채찍형()이었던 것이다

 

엄청난 고통을 수반(隨伴)하는 채찍질로 예수를 능욕함으로써 그가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라 일개 범부(凡夫)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바리새인과 유대인들에게 설득하기 위함 이었다.

빌라도는 자신의 꼼수를 실현키 위해 로마 병사 가운데 고문 전문가를 불러 예수에게 채찍질을 하명했다.

 

채찍질에 동원된 고문 병사는 힘이 좋은 엄청난 거구였다.

이름은 막스 콘트라스.

거구는 방금 옥에서 끌려 나온 예수를 노려보며 곁에서 감시하는 졸병을 시켜 겉옷을 벗겼다그러고는 쇠로 만든 고문 틀에 무릎을 꿇리고 등에 기름을 뿌렸다.

 

거구의 손에는 채찍이 바짝 꼬나 쥐어 있었다.

채찍은 3대가 물려 쓴다는 터어키  물소 가죽으로 만든 제품이었다.

1미터 길이의 채찍은 모두 39 개의 가닥으로 묶여 있었다.

39 가죽에는 짐승의 날카로운 뼛조각과 담금질한 쇠를  날처럼 갈아 잘라낸 쇳조각을 비롯한 쇠구슬과 장미 가시  치명적인 흉기들이 부착됐다.

가죽 채찍은 예수의 체형을 위해 전날밤 물에 불린 상태여서 끔찍한 고통을 주기엔  안성마춤이었다.

예수에게 다가선 거구는 꼬나  채찍을 허공으로 치켜들었다.

그러고는 복근에서 끌어 올린 () 다해 사정없이 등을 내리쳤다.

순간예수의 등에서 붕어의 부레가 터지듯 탁한 파열음(破裂音) 일었다.

뿐만 아니라 예수의 입에서는 형용할  없는 단발마(斷末魔) 신음이 터졌다.

거구가 손에  채찍에는 너덜너덜한 수많은 살점이 박쥐처럼 매달려 있었다.

채찍에 부착한 쇠구슬은 예수의 등을 타격하며 찢어진 근육조직에 더한 상처를 가했고뼛조각은  거죽을 뜯어내는 역할을 했다.

처음 채찍을 가한 등에는 수십 가닥의 살점이 뜯겨 나가면서 붉은 피가 솟구쳤다.

피를  거구는 흥분한 탓에 첫번째 채찍질과는 달리 더욱 힘을 실어 등과 목덜미 허리 등을 내리쳤다.

채찍이 등에 닿는 순간 그것을 무게로 환산하면 대략 1톤에 가까운 파괴력이었다.

이정도의 힘이라면 아무리 항우(項羽)장사라도  자리에서 탈진(脫盡) 것이다.

 

두번째 채찍은 척추를 타격했다.

근육을 파고든 채찍은 손바닥 만한 크기의 살점을 뜯어내며 척추의 일부를 손상시켰다.

채찍이 등에 달라붙는 순간 26개의 척추(脊椎: Vertebral Column)가운데 등뼈(胸椎:12)일부가 금이갔다.

7개의 () 조직된 목뼈(頸椎) 채찍으로 얻어 맞아 심한 부상을 입었다.

뿐만 아니다.

열이 받친 거구가 인정 사정없이 내리친 채찍으로 타격을 당한 갈비뼈(肋骨)24 가운데 절반 가까이 가 금이 가거나 부러졌다.

뼈에 균열이 생기면서 끔찍한 고통이 따랐다.

 고통을 감히 글로 형용할  있겠는가.

(만약 예수가 당한 고통이 궁금하다면 당신도 똑같은 채찍으로 한번 맞아 보시라.)

순간예수의  안에 고인 뜨거운 고열(高熱) 기도(氣道) 차단했다.

자칫하면 심장이 멈췄을 것이다

 

예수의 입에서는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거친 소리가 세어 나왔다.

헌데어찌된 일인지 이처럼 광포(狂暴) 고통속에서도 혼절하거나 의식을 잃지 않았다.

예수 곁에서 체형을 지켜보고 있는 부사관 콘스탄틴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거구를 곁눈질했다.

한편으론 놀라움에 질린 표정이었다.

여태껏 수많은 범죄자들을 채찍 체형으로 처벌한 이들 로마 병사들이었다.

아무리  놈이라도 채찍질 두어 차례면 모두가 혼절해 버렸다.

그러나  라바이는 어찌된 영문인가?

 번의 채찍을 맞고서도 눈빛이 또렷하지 않은가.

어리둥절한 것은 거구도 마찬가지 였다.

소위 고문의 스페셜리스트라 불리는 자신한테 채찍질을 당한 죄수들은 열이면  모두  방에 스러지고 말았다.

헌데 무슨 해괴망측한 일인가.

바짝 약이 오른 거구가 다시 한번 복근부터 끌어올린 모든 기를 모아 채찍에 실은   호흡에 등을 내리쳤다.

21세기 현대인들은  순간을 목격하지 못해 별것도 아닌 으로 치부(置簿) 것이다.

하지만 박물관에 전시된 로마시대 채찍을 목격해 보시라.

단번에 생각이 바뀔 것이다.

그것은 말그대로 전율이며 공포다.

그리고 저주다.

채찍을 보는 순간그리고 그것을 만든 창작자를  울리는 순간 지구별에서 가장 악랄하고 사악한 동물은 다름아닌 인간벌레라는 것을 자책하게 된다.

예수는 부활한  채찍으로 흉측하게 찢겨 나간 몸을 성녀(聖女)비르짓다에게 발현(發顯) 보여주었다.

성녀 비르짓다는 예수 부활   생생함을 많은 이들에게 증언했다

한편채찍을 휘두르는 거구의 체력은  수록 소진됐다.

반대로 살과 골격 근육까지 찢겨 나간 예수는  한번의 혼절(昏絶)없이 묵묵히 고통을 감내(堪耐)했다.

 고통은 인간 세계인 지구별에 오기  예정설(豫定說)속에 포함된 것이었다.

예수는 하데스의 지옥보다  끔찍스런 채찍형을 당하면서도 속으로 기도했다.

그것은 지구별의 인간벌레들이 저지르고 있는 다양한 악행에 대한 죄사함이었다.

예수는 십자가에 매달려 있을 때에도 똑같이 말했다.

저들은저들이 범하는 악행에 대해서 조차 어리석게 행하고 있다.저들의 죄를 사함은 나를 버려 대속(代贖)하는 일이다.

인류사(人類史)이래 이처럼 지고지순(至高至純) 인물은 없었다.

동서고금(東西古今) 막론하고  누가 이와 같이 사랑 실천했는가?

예수는  지구별에서 신의 세계를 보여준 최초의 인간이었다.

등과 허리 엉덩이와 허벅지의 살점과 근육까지 뜯겨 나간 예수의 육체는  그대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마치 야비한 하이에나에게 갈가리 찢긴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는  손으로 고문 틀을 붙들고 자신에게 가해지는 고통을 묵묵히 참아냈다.

 고통을 스스로 맛봄으로써 비로소 하늘과 땅의 소통이 이뤄졌음을 확인한 것이다.

 

예수를 향해 마지막 채찍을 휘두른 거구가 입에서 단내를 뿜어내며 부사관에게 말했다.

도대체 인간은 멉니까이정도 채찍을 맞았으면 진즉 저승길로 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그런데보십시오.아직도 저토록 정신이 말짱하다니.이게 말이나 될 법한 거요혹시 라바이 정말 하나님이라는 () 아들 아뇨세상에 그렇지 않고 서야 어찌 저리도 멀쩡하 답니까!

거구의 말을 듣고 있는 콘스탄틴 부사관도 도저히 믿을  없다는 표정이었다.

고개만 갸우뚱  뿐이었다.

부사관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사의  일이라고 뇌까렸다.

 

놀란 것은 비단 이들 뿐만 아니었다.

빌라도 역시 할말을 잃은  전전긍긍했다.

관저에서 예수의 체벌을 내려다보고 있는 부인 클라우디아 프로클라도 심장이 뛰었다.

클라우디아는 갈릴리 산상수훈(山上垂訓)  올렸다.

그리고 방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끔찍한 채찍질 태형(笞刑) 생각했다.

 

웬일인지 클라우디아 프로클라는 원인 모를 벅찬 감동에 휩싸였다.

지금 채찍으로 온몸이 뜯기고 있는 예수의 모습은 인간이 아닌 하나님  자체였다.

가공할 고통속에서도 저토록 초연(超然)한 모습이 어찌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

클라우디아는 끓어오르는 감동을 애써 추스르며 요단강에서 세례를  요한의 말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하나님의 독생자(獨生子).

이렇게 생각을 고쳐 잡은 빌라도의 아내는  이상 괴롭고 불안해 하지 않았다.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고통도 이내 사라졌다.

이제 자신은 예수를 편히 보낼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그는 무너진 예루살렘 성을 사흘만에 다시 쌓아 올릴 것이기 때문에.

클라우디아는 곁에서 불안에 떨고 있는 남편을 위로했다..

그리고 예수가 걷는 인간의  순응하라고 말했다.

 

예수의 십자가 처형(Crucifixion of Jesus)

 

Via Dolorosa 1()   

예수는 총독청을 떠나기 앞서 머리에 면류관을 썼다.

로마 군인들이 대추나무 가지를 잘라 만든 면류관을 왕관이라고 비아냥 하며  리에 씌운 것이다.

 

면류관은 예루살렘 야생지에서 흔히   있는 대추나무 가지를 잘라 만든 것이었다.

헌데대추나무 가지에는 크고 날카로운 가시가 촘촘히 박혀 있었다.

나무 가지에 날카롭고 촘촘하게 박혀 있는 수많은 가시들이 머리 피부를

파고들며 엄청난 고통을 수반(隨伴)했다.

뿐만 아니었다.

칼날처럼 예리한 가시들이 피부를 파고들자 끊임없이 피가 흘러나왔다.

선혈이 낭자한 피는 땀과 섞여 하염없이  속으로 스며들었다.

 

또 한 붉은 홍포(紅袍)를 입히고는 이스라엘 왕이시어!하며 조롱했다.

십자가의 무게로 가뜩이나 몸을 지탱하기 힘든 상태에서 시야마저 불투명해 진퇴양난이었다.

 

십자가에 무게는 대략 70킬로였다.

80킬로   가마니와 비슷했다.

허나아무리 힘이 좋은 장사(壯士) 해도초주검이 되도록 모진 체형을 당하고 이 같은 무게를 지탱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예수는 왼쪽 어깨에 십자가를 짊어졌다.

 

십자가는 하늘과 땅(天地), 그리고 동서남북(東西南北) 뜻한다.

사계절도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십자가는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의 상징이며생사(生死)의 표징(表徵)이다.

예수는 짊어진 십자가를 통해 세상 모든 이의 죄를 십자가에 대속(代贖)했다.

 

예수의 어깨에 놓인 십자가는 산딸나무로 만들었다.

대한민국 중부 이남 지방에서도 자생하는 산딸나무는 중근동 지방에서는 흔히   있는 과실수(果實樹).

십자가를 어깨에 짊어지고 총독청에서  발을 내디딘 예수는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을 향해 빗발치듯 쏟아내는 비난과 비아냥에 분노하지는 않았을까?

아니면사서 고생한다는 자책을 하지는 않았을까?

하지만 예수는 그렇지 않았다.

예수는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고난의 길) 길을 오르면서 오직 세상의 구원만을 생각했다.

나는 의인(義人)을 구하려 온 것이 아니다죄인을 구하러 온 것이다.

당초 하늘에서 인간세계로 내려 온 계기는 세례 요한의 말처럼 세상의 모든 죄를 씻어내기 위함이었다.

그렇기에 예수는 신성을 드러내며 회개하고 옳은 길을 가라고 가르쳤다.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유대왕이 되는 것은 식은죽 먹기였다.

아니마음만 먹는다면 유럽 최강의 권력국가인 로마의 황제가 되는 것 역시 별것 아니었다따라서 예수는 지금 이 순간처럼 고통과 야유를 당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예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일개 유대인이 아니었다.

예수는 지구별 인류를 죄로부터 해방시켜 완전한 천국인(天國人)으로 만들기 위해 하늘에서 온 신성이었던 것이다.   

예수는 험준한 골고다 언덕을 향해 오르면서 연민(憐憫) 표하는 이들을 오히려 다독이며 위로했다.

갈릴리에 위치한  다불산(산상수훈(The Sermon on the Mount)에서 가르친 8(八福)을 실천하라고 타일렀다.

나는  돌아올 것이므로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이 같은 예언은 불과 사흘만에 이뤄졌다.

예루살렘 성전을 부숴라내가 사흘만에 다시 세울 것이다

예수는 8백 여미터(2,624ft)길이 선상(線上)의 갈고리 언덕(Golgotha Hill)을 향해 한발을 내딛었다.(14(Via Dolorosa) 1730년대부터 1740년까지 교황으로 활동한 클레멘스 12(속명:로렌조 코르시니)가 정식으로 공표해 명명했다.)

 

2처소

이마가 땅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구부리고 십자가를 이끌고 있는 예수는 2처소(處所) 도달하자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속의 산소가 희박해 지면서 호흡이 거칠어진데다 이마에서는 여전히 선지처럼 묽어진 피가 땀에 섞여 끊임없이  안으로 스며들었기 때문이었다.

설살가상으로 끔찍스런 채찍이 뜯어낸 자리에 근육들이 늘어나면서 신경조직을 압박해 육체적 고통을 더욱 배가(倍加)시켰다.

갈지자 걸음으로 앞으로 나간 예수의 발걸음이 갑자기 중심을 앓고  십자로 꼬였다.

순간왼쪽 어깨에 짊어진 십자가가 예수의 몸을 짓누르며 널브러졌다.

동시에 십자가 모서리에 짓눌린 등과 어깨에서 붉은 피가 꾸역꾸역 솟아 올랐다.

생각조차 끔찍스런 채찍이 뜯어낸 근육에서 나오는 선혈(鮮血)이었다.

힘에 부친 예수가 비틀거리며 땅바닥에 주저 앉고 말았다.

 디딜 틈조차 없을 만큼 빼곡히 들어찬 군중들이 예수의 힘겨운 모습을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야유를 퍼붓기 시작했다.

이봐라바이당신이 진정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지금 당장 십자가를 무용지물(無用之物) 만들라구그러면 지금처럼 힘들이지 않고 골고다까지   있을걸세.

어이예수당신은 얼마전 까지만 해도 죽은 나사로를 살렸고실로암 연못에서 늙은 맹인(盲人) 눈뜨게 했지당신은  밖에도 세상을 깜짝 놀라게  요술(妖術) 많이 보여 주었어대표적인 것이 오병이어(五餠二漁)였어헌데지금은 요술을 부리지 않는거지혹시 약발이  떨어져서 그런거 아냐.

군중들은 낄낄거리며 예수를 향해 온갖 비아냥을 퍼부었다.

심지어 폭행도 서슴치 않았다.

예수와 지근거리에 있는 과격한 유대인들이 로마병사들의 소홀한 감시를 틈타 달려들어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하는가 하면가래침을 끌어올려 얼굴에 뱉는 파렴치범도 있었다.

성난 

군중속에는 낯익은 얼굴도 섞여 있었다.

다름아닌 가룟 유다였다.

미트파하트 복장을 한 유다는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눈물을 가득 머금은 그는 애처로운 표정으로 지친 예수를 바라보았다.

예수도 가룟 유다를 보았다.

예수의 시선을 의식한 유다는 그 자리에서 고개를 떨구고 격한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이내 등을 보이며 사라졌다

 

이즈음 십자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예수가 땅바닥에 널브러졌다.

곁에 따라붙은 로마군 호위병들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라바이허우대는 멀쩡한데  부리지 말고 어여 일어나.

핀잔을 준 호위병은  끝으로 예수의 어깨를 쿡쿡 찔렀다.

 

예수는 엄청난 피로와 가공할 더위 때문에 도무지 움직일   없었다.

그렇다 해서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많은 없는 노릇이었다.

기력을 다해 예루살렘 동쪽에 위치한 골고다 언덕까지 가야할 것이었다.

그야말로 험준한 언덕이었다.

 

호위병들의 채근으로 다시 십자가를 어깨에 짊어진 예수는  힘을 다해 허리를 폈다.

80킬로에 달하는 십자가는 비명을 지르며 가까스로 들렸다.

순간적으로 기력을  탓에 온몸에서 또다시 비오  피와 땀이 쏟아졌다.

피범벅이 된 땀은 눈을 파고 들었다.

때문에 시계(視界) 제로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의존할 것은 오로지 정신 뿐이었다.

 

예수가 이리저리 휘청거리며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자 유대인들은 하이에나처럼 더욱 기고만장하며 날뛰었다.

예수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육두문자와 비아냥을 들으며 온 기력을 다해 앞으로 나갔다.

세상의 모든 위선과 원죄(原罪) 걸머지고.

 

3

3처까지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짓물러 터진 발바닥이 돌에 채이면서 엄청난 고통을 몰고왔다.

차마 글로 옮길 수 없는 온갖 비아냥을 쏟아내는 군중속에 4명의 여인과 2명의 젊은 사내가 애처로운 표정으로 예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름아닌 어머니 마리아와 막달라 지역 출신 마리아죽었으나 사흘만에 되살아 난 나사로와 누이인 마르타와 마리와 그리고 예수가 아낀 제자 요한이었다.

 

이들 곁에는 독특한 차림새의 동양인 사내의 모습도 보였다.

다름아닌 고유라였다.

그는 총독실 법정에서부터 예수를 따라나섰다.

 

한편 어머니 마리아를 비롯한 일행은 예수를 지근거리에서 바라보며 오열했다.

갈기갈기 찢긴 예수의 몸과 가시관이 덮인 머리에서 쉴 틈없이 쏟아지는 시뻘건 선혈이 이들의 가슴을 적셨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예수를 도울 방법이 없다는 상황에 자괴감을 느끼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자신들의 나약한 처지가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전신이 피범벅이 된 예수가 오른 팔로 땅을 딛고 얼굴을 들어 이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예수가 대여섯걸음 앞으로 나가다 다시 멈추자 어머니 마리아가 재빠른 움직임으로 예수에게 다가 두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순간예수를 감시하던 로마군 병사가 마리아를 제지하려다 멈칫했다.

그러고는 웬일인지 애써 고개를 돌려 시선을 군중속에 주며 딴짓을 했다.

또다른 감시병 역시 시선을 군중속으로 돌리고는 수십 초 동안 등만 보였다.

 

예수의 얼굴을 감싼 마리아의 손길에서 뜨거운 열기가 전해졌다.

그 느낌은 처녀의 몸이었던 마리아가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받은 성령(聖靈)과 같았다.

너는 하나님의 은혜가 충만한 여자다때문에 두려워 하지 말라.

7백여년 전예수의 탄생을 그 누구보다 정확히 예언한 선지자 이사야는 이렇게 말했다.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 이름을 임마누엘(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이라 할 것이다(이사야 서 7 14)

그런 가 하면유년 시절 예수가 보인 수많은 이적과 기적들이 주마등처럼 오버랩 됐다.

뿐만 아니다.

석양이 붉게 물들 때 어린 예수는 갈릴리 동산에 올라 오랫동안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도의 내용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방언이었다.

유대인들의 공용어인 아람어도 아니었고 히브리어도 아니었다.나른하고 아늑한 그런 음절의 소리였다.

기도를 마치고 돌아선 예수의 얼굴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위엄이 서려 있었다.

마치 세상사 모든 것을 해탈한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짧은 순간 상념에 젖었던 어머니 마리아가 붉은 피가 묻은 두 손을 거두며 예수를 보았다.

그리고 감시병들의 성화 끝에 마리아가 요한의 부축을 받으며 몸을 일으키자 비로소 두 명의 로마군 병사가 각기 십자가와 예수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점점 더 날씨가 더워지고 있어어여 출발하자구!

예수의 왼팔을 부여잡고 일으켜 세운 로마군 병사가 재촉하며 외쳤다.

예수가 몸을 일으켜 세우자 또 다시 군중속에서 야유와 비아냥이 쏟아졌다.

이들이 쏟아내는 파열음의 팩트는 대부분 기적담()과 관련된 내용들이었다.

38년 동안 소경으로 지낸 거렁뱅이의 눈을 뜨게 하고 베다니의 문둥병 환자를 단숨에 치유한 능력을 왜 자신에게는 적용하지 않느냐하는 비아냥이었다.

덧붙여 혹시 그 마술이 효력을 다해 이젠 별볼일 없는 것은 아니냐?며 침을 뱉거나 발길질 흉내를 내는 것이었다.

 

곁에서 유대인들의 비아냥을 귀동냥한 로마군 병사들도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낄낄거렸다.

 

이산해 추리 소설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0 장편 추리소설 "코드원" 出刊 / 이산해 作 (교보문고 / Yes24 / 알라딘 등 :ebook) file 이산해 2023.12.20 116
99 "絶唱(빼어난 詩文)" 지하철 驛舍에 내 걸린 傑作 시 file 이산해 2023.12.16 89
98 "신은 인간을 만들고, 인간은 광학문명(光學文明)동산에 챗GPT 아담을 만들다" file 이산해 2023.12.10 81
97 "인류 사상 가장 위대(偉大)한 시(詩)" file 이산해 2023.11.24 153
96 종로(鍾路)3가 지하철 역에 내걸린 걸작(傑作) 시문(詩文) "인생은 상추처럼" file 이산해 2023.11.14 62
95 "스마트 폰과 유튜브에 '영혼이 잠식 당한 현대인(現代人)들" file 이산해 2023.11.09 46
94 "絶唱" 崇拜하는 어느 女 詩人에게 file 이산해 2023.10.02 223
93 "絶唱" / 崇拜하는 어느 女 詩人에게 file 이산해 2023.09.26 159
92 "絶唱" 崇拜하는 어느 女 詩人에게 file 이산해 2023.09.13 255
91 "絶唱" 崇拜하는 어느 女 詩人에게 file 이산해 2023.09.11 145
90 "絶唱" 崇拜하는 어느 女 詩人에게 file 이산해 2023.09.07 145
89 "絶唱" 敬愛하는 어느 女 詩人에게 file 이산해 2023.09.06 112
88 "絶唱" 敬愛하는 女 詩人에게 file 이산해 2023.09.05 113
87 "絶唱" 존경하는 女 詩人에게 file 이산해 2023.09.04 113
86 도박은 인간의 영혼을 황폐화 시킨다 file 이산해 2023.08.24 85
» (2부) 14처(Via Dolorosa) file 이산해 2023.06.14 130
84 14처(고난의 길) file 이산해 2023.06.06 131
83 비밀스런 눈동자 file 이산해 2022.07.07 173
82 김준철 회장이 사고를 쳤다 [3] file 이산해 2022.06.02 325
81 륜서결(윤석열 대통령) file 이산해 2022.05.10 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