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해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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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도박.png : 도박은 인간의 영혼을 황폐화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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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사흘째 쏟아지고 있다.

마치, 지구별을 쓸어버릴 듯한 기세다.

옆 방에선 아직도 애정유희가 한창이다

부실한 방음 탓인가?

여인숙 방을 투과해 전해오는 색음(色音)이 현악기인 아쟁의 산조(散調)가락처럼 고저(高低)의 음으로 부유(浮游)하며 말초신경을 자극한다.

사랑이란 저토록 열락(悅樂)의 진리를 득해야 만 비로소 여물지는 것인가 보다.

아무런 불평없이 세찬 폭우를 받아 들이는 진공 속 공간은 화선지에 스미는 먹물처럼 그렇게 조금씩 어둠속으로 침참하고 있다.

 

스트리트 인(Street Inn).

하루 밤 여장을 푼 싸구려 모텔 이름이다.

나는 1990년도 식 흰색 혼다 시빅 승용차를 주차장에 세운 뒤 모텔 프론트 데스크로 다가갔다.

침침한 조명이 사방을 비춘 데스크 뒷벽에는 화가 모딜리니의 그림을 모사(模寫)한 나부(裸婦)가 걸려 있었다.

모사 치고는 너무도 노골적이었다.

선정적인 그림에 시선을 처박고 있을 즈음

만삭의 임산부처럼 엄청나게 배가 튀어나 온 배불뚝이 백인 사내가 프론트 데스크로 다가오며 게슴츠레 한 시선으로 나의 전신을 훑었다

그러고는 양손으로 데스크를 움켜쥐며 말했다.                                                                         

메아 핼프 유?”

나는 대답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입맛을 다신 배불뚝이가 퉁명스런 억양으로 아이디(신분증)를 요구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청바지 뒷주머니에서 사용 기간이 한창 지난 드라이브 라이선스를 꺼내 건넸다.

운전면허증을 받아 쥔 배불뚝이가 이를 건성으로 훑어 보고는 복사기로 가져갔다.

그러고는 카피한 사본을 숙박인 명부에 넣은 뒤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35달러를 요구했다.

35달러라니, 후줄근하게 보이는 모텔인데….

나는 속으로 괜한 불평을 하며 브래지어 안에 꼼 처넣은 20달러 지폐 두 장을 건넨 뒤 거스름돈을 돌려 받았다.

거친 소리가 날정도로 돈 통을 들이 민 배불뚝이가 다시한번 나를 흘끔거리며 열쇠를 건넸다.

동으로 주조한 열쇠는 오렌지 색 플라스틱 홀더에 고리 채어 있었다.

홀더 끝부분에는 숫자 9가 음각 됐다.

배불뚝이가 턱으로 9호실을 가리킨 뒤 이내 등을 보이며 촘촘히 사라졌다..

 

2

철재문을 여러차례 더덕더덕 색을 덧칠한 9호실은 열려 있었다.

실내로 들어서니 형용할 수 없는 궁상맞은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며 비위를 건드렸다.

나는 살인현장을 탐문하는 감식 계 형사처럼 한동안 방 안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이내 침대 모서리에 엉덩이를 내려 놓았다.

흰 석회를 잘게 반죽해 팝콘처럼 뿌린 천장과, 인조 실크 벽지로 마감 처리한 벽은 마치 단테의 신곡 가운데 지옥편을 연상케 하는 음습한 얼룩들로 그로데스크 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삐걱거리며 비명을 지르는 낡은 침대 맞은편에는 삼성 로고가 선명하게 부착된 색 바랜 구형 아날로그 텔레비전이 묵언수행(默言修行)하는 구도자처럼 침묵속에 놓여 있었다.

텔레비전의 전원을 켜자 드릴 러 무비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할리우드 감독 데이빗 핀처의 수작(秀作)인 세븐(Seven)이 클로즈업 됐다.

화면에는 무비스타 모건 프리먼과 브렛 피트의 불꽃 튀는 명연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시선은 동영상에 고정돼 있었으나 머리 속에는 여전히 자살 하겠다는 생각이 감성을 마구 충동질함으로써 혼란스럽기만 할 뿐이었다.

기분 전환을 위해 텔레비전에서 시선을 떼고 샤워 탑으로 향했다.

모서리가 깨진 세면대 앞에서 차가운 물로 얼굴을 적시며 붙박이로 고정된 대형 거울에 얼굴을 비추었다.

순간, 나는 거울속에 반영(反影)된 낯 선 모습을 보며 화들짝 놀랬다.

기괴하게 생긴 여자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영된 모습은 피폐했고 을씨년스러웠다.

또 한 매우 초라해 보였다.

진정 저 모습이 나란 말인가!

대학시절 올해의 미인으로 꼽힐 만큼 아름다움을 과시했던 그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나는 샤워 탑 안에 설치된 변기에 걸 터 앉아 가슴이 흔들릴 정도로 흐느끼며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자아를 깨웠다.

 

3

다이안 고.

이 글을 기록한 나의 미국명()이다.

한학자이셨던 친 할아버지께서 지어 주신 이름은 고 은빛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동에서 태어났으며, 대한민국의 명문여대 미화(美華)대학 영문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중 주변의 권유로 미국에 유학한 뒤 아예 미국에 눌러 앉았다.

 

올해로 42. 현재 직업은 카지노 뒷전이다.

헌데, 뜬금없이 카지노 뒷전이라니…?

독자들 가운데 도박을 경멸하는 이에게는 생소한 뜻 말일 것이다.

다름아닌 카지노 도박장에서 통용되는 속어(俗語).

 

미 서부에 위치한 네바다 주내 라스베가스 카지노 단지를 필두로, 미동부지역에 위치한 애틸랜틱 시티 카지노 군락(群落)과 코네티컷 주 지역에 산재한 카지노에서 도박꾼을 상대로 구걸행위를 하는 것을 뜻한다.

강원도 정선 카지노에서는 뒷전을 앵벌이이라고 했다..

 

카지노 뒷전 경력3년 째인 나의 작업장(?)주무대는 다름아닌 이 곳이다.

미 동부 뉴저지 주에 위치한 애틸랜틱 시티 카지노 군락에서 시설과 규모가 가장 화려한 B카지노를 필두로 T카지노와 C카지노 등 모두 15군가 도미노처럼 운집해 있다.

나는 매일 밤 7시가 되면 깔끔하게 몸단장을 한 차림으로 룸메이트 아파트를 벗어나 카지노를 순례한다.

 

문제의 그 날도 나는 어김없이 내가 가장 선호하는(벌이가 좋은 장소라는 뜻) 초특급 도박장인 B카지노로 향했다.

그런데, 이상하기도 하지.

늘 그러하 듯 카지노 도박장에 들어서기만 하면, 잠잠하던 심장이 요란스레 박 동치며 흥분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슬롯머신이 쏟아내는 야릇한 기계음과 저절로 몸을 흔들게 만드는 강렬한 비트의 음악, 그리고 도박꾼들이 환호작약하(歡呼雀躍)하며 질러 대는 괴성 등이 아드레날린을 마구 솟구치게 한다.

비록 나의 처지가 구걸 행각에 나선 비루한 인생 이기는 하나, 이같은 본능은 달리 억제할 수가 없다.

나는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포크 록 그룹 버즈(The Birds)의 아름다운 연가 곡 턴!!!(Turn! Turn! Turn! : 복음서 구약 시편에 서술된 시어)을 청음(聽音)하며 바카라와 블랙 잭 겜블 테이블이 즐비하게 늘어선 객장으로 들어섰다.

주중인 수요일 밤 평일임에도 카드 게임 객장 안은 도박꾼들로 넘쳐났다.

나는 하이리밋(고액 베팅)겜블 테이블이 즐비하게 들어찬 구역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선행(적선)을 베 풀만 한 대상을 꼼꼼하게 물색했다.

한참을 그렇게 탐색하다 순간적인 승리에 도취해 박장대소하며 못 먹어도 고!’를 외치는 코리안 계() 도박꾼들이 자리한 테이블로 다가갔다.

이 가운데 혼자서 블랙 잭 겜블 테이블을 차지하고 베팅을 하고 있는 동양계 사내 곁으로 접근했다.

곁눈질로 통해 본 사내는 이목구비가 반듯해 보였다.

미뤄 보건대, 심성이 고약한 도박꾼은 아닐 것이라는 예단(豫斷)이 앞섰다.

나이는 대략 40대로 추정됐다.

사내는 블랙 잭 겜블에 몰입하고 있었다.

나는 한동안 사내의 등 뒤에서 그의 겜블을 엿보다가 딜러가 셔플(카드를 섞는 일)을 하는 틈을 타 그를 향해 나자 막히 속삭였다.

유아 코리안?”

순간, 사내가 고개를 젖히고 나를 올려 다 보았다.

예스! ”

사내가 순순히 반응했다.

좋은 징조였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 틈도 주지 않고 말했다.

저도 코리안이예요.”

사내는 나의 느닷없는 출현에 잠시 당황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이내 자세를 고쳐 잡고 자신의 스팟(도박꾼들이 차지한 자리)앞에 놓인 겜블 칩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사내는 카지노에서 현금처럼 다루는 다양한 액수의 칩을 만리장성처럼 빼곡히 쌓아 놓고 베팅 중이었다.

나는 사내의 겜블 칩에 눈독을 들이며 수작을 걸었다.

오늘 선생님의 끗발은 그 누구도 제어할 수 없을 거예요.딜러가 건네는 카드의 십중팔구는 모두 완승이니까요.하지만 그럴수록 심사숙고하면서 겜블을 해야 한다고요.”

세치 혀에서 쏟아내는 상투적인 조언이기 했으나, 웬일인지 사내도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을 수긍한다는 눈치였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사내의 승낙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의 옆자리에 덥석 앉았다.

때마침 나의 일 거수 일 투족을 주시하고 있던 카지노 플로어 매니저(딜러와 겜블 테이블의 운영을 관리 감시하는 직책)가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향해 입술을 움직이려 다 이내 고개를 돌려 딴전을 피웠다.

플로워 매니저가 내게 못마땅한 시선을 보낸 이유는 다름아닌 나의 정체가 뒷전이란 사실을 그가 꿰뚫고 있기 때문이었다.

헌데, 오늘은 웬일인지 내게 아무런 제제도 가하지 않고 모른 체 하며 등을 보인 것이다.

카지노 운영자 측은 객장내 도박꾼들이 안락한 겜블을 즐길 수 있도록 온 갖 정성을 다 쏟는다. 물론 카지노 측의 이같은 상술은 도박꾼들의 호주머니를 최대한 털어내기 위함 에서다.

따라서 카지노 측은 도박꾼들을 귀찮게 하거나 추근대는 뒷전 들에게는 가혹하리 만큼 제제를 가한다.

처음에는 도박꾼들을 향한 접근 불허와 이를 불이행할 경우 카지노를 경비하는 씨큐어리티를 동원해 등을 떠밀려 강제로 내쫓긴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에는 당해(當該) 카지노 출입을 봉쇄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이같은 해프닝은 비일비재하다.

왜냐? 애틸랜틱 시티에서 영업중인 15군데 카지노 측이 공동으로 확보한 명단에 나의 뒷전 기록이 고스란히 낙인(烙印)돼 있기 때문이다.

나의 신상 리스트는 카지노 마다 운영하는 보안실(카지노 홀 전체를 CCTV로 감시하는 장소)벽 한 켠에 10x10 크기의 실물 사진과 함께 등재 돼있다.

때문에, 플로워 매니저가 마음 먹기에 따라 나의 하루 일수가 좋고 나쁨으로 갈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방금 플로워 매니저가 보여준 모르쇠(?)행동은 내게 있어서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내가 사내 곁에 엉덩이를 내려 놓자마자 그가 말했다.

혹시 저에게 원하는 것이 있습니까?”

내가 얼굴에 온갖 아양기를 드러내며 말했다.

저녁 식사를 거르다 보니 속이 너무 허전 해요.만약 가능하다면, 선생님한테 저녁 식사 대접을 받고 싶어요.”

“……?”

멍한 표정의 사내가 나를 곁눈질하며 순간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것 같았다.

수초가 지나자 사내는 나를 카지노 호텔 5층에 위치한 이태리 식 고급 레스토랑으로 데려갔다.

카지노 VIP 고객들만 이용하는 장소였다.

사내는 나를 향해 먹고 싶은 대로 주문해라 말하고는 값비싼 와인을 반주로 한 해물 스파게티 등 다양한 음식들을 선택했다.

머리칼 한 올 붙어있지 않은 민 대머리의 웨이터가 주문 받은 음식들을 수첩에 기록한 뒤 등을 보이며 사라졌다.

 

4

식탁에서 마주보고 앉은 우리 두 사람은 한동안 침묵하며 딴청을 피웠다.

이를 의식했음 인가?

사내가 식탁 위에 놓인 크리스탈 유리잔을 만지 작 거리며 말했다.

얼굴 모습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보기 드문 미인이시군요.”

사내는 진심에서 드러낸 감정을 표출했다.

얼굴이 붉어진 나는 대답 대신 가벼운 미소로 화답했다.

사내의 형용처럼 내가 빼어난 미인이라는 것은 카지노 세계에서는 이미 정평이 나 있었다.

나의 아름다움은 비단 얼굴 뿐만이 아니었다.

히스패닉계 무비스타 살마 하예크()와 흡사한 엄청난 몸매로 사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따라서 나는 금전적으로 매우 궁핍한 경우 나의 유일한 자산(資産)인 미인계(美人計)를 동원, 돈을 거액을 뜯어내기도 했다.

나의 이같은 행위가 과연 도덕적이냐 아니냐 하는 설왕설래는 단지 배부른 자들의 언어유희 일 뿐이다.

당신도 노름이라는 지옥구덩이에 빠져 보라,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단언컨 데, 클레오파트라도 도박에 빠져 패가망신하면 자신의 몸이라도 팔아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 할 것이다

이같은 현상이 바로 도박 중독의 결과다.

아무튼 사내가 나를 향해 지난 시절 한국 영화계를 풍미했던 여배우 문희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을 때 민 대머리 웨이터가 음식을 나르는 수레를 끌고 와 주문한 음식과 와인을 식탁 위에 가지런히 놓았다.

오래 만에 마주한 산해진미였다.

나는 우선 사내 앞에 놓인 크리스탈 유리잔에 다소곳한 자세로 와인을 따라준 뒤 방금 접시에 담아 내 온 음식들을 게 눈 감추 듯 먹어 치우기 시작 했다.

사내는 나의 이같은 몸 눌림을 유심히 관찰하며 내심 줄기는 눈치였다.

정식인 해물 스파게티는 물론, 후식으로 내 온 아이스크림과 과일 한 접시 마저 말끔히 비워낸 뒤 잔에 가득 채 운 와인을 들이키는 순간 사내가 말했다.

실례지만 어떤 일에 종사하시는 여성입니까?”

자신을 50대 초반이라고 밝힌 미남형의 사내는 비록 카지노 도박에 몰두하는 꾼이었으나, 한편으론 세련된 매너도 갖춘 호남(好男)이었다.

입술에 가져간 와인 잔을 떼며 말했다.

보다시피 카지노에서 도박꾼들을 상대로 빌어먹고 사는 뒷전 이예요.”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나의 단도직입적 답변에 사내는 눈을 크게 뜨며 강한 호기심을 부추겼다.

뒷전이라뇨, 무슨 뜻입니까?”

사내가 정색한 어투로 물었고 내가 대답했다.

강원도 정선 카지노에서는 뒷전을 일컬어 앵벌이라 하더군요. 말그대로 구걸인 이란 뜻 이예요.”

좀 더 디테일 하게 말씀해 주시죠?”

예를 들어 말씀드릴께요. 조금 전에 제가 선생님에게 은근히 접근 했듯이, 칩이 많이 쌓여 있는 대상을 타킷 삼아 접근한 뒤 말을 건네고는 상대가 호의적으로 나올 경우 작업을 걸죠.”

사내가 말했다.

어떤 식으로 말입니까?”

내가 말했다.

“ ‘정신없이 겜블을 하다 돈을 다 잃고 나니 승용차에 기름을 채울 돈이 없다며 도와 달라고 읍소를 하거나 또는 곁에서 아양을 떨며 박수를 치는 등 온갖 응원을 펼쳐요..이렇듯 전혀 마음에도 없는 수작을 펴며 얻어내는 구전(求錢)이 재수가 좋은 날의 경우에는 수 백 달러에 달하기도 해요.”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내 앞에 놓인 유리잔에 와인을 가득 채웠다,

나는 포도 향이 물씬 배어난 와인을 단숨에 비우고 덧붙였다.

물론 아양을 떨며 응원을 한다 해서 코리안 도박꾼들 모두가 흡족해 하지는 않아요. 어쩌다가 재수가 없는 날은 도박꾼 곁에 다가서기 무섭게 육두문자가 섞인 험악한 꼴을 당하는 경우도 있어요. 도박꾼이 이미 저의 정체를 파악하고 있거나 상당 액수의 도박 밑천을 겜블에 빠뜨려 상심해 있을 경우와 또는 카지노에 코리안 출신 뒷전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눈치채고 이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 예요. 어쩌다 성깔이 고약한 코리안 도박꾼에게 걸려들면 온갖 욕설은 물론, 얼굴에다 침을 뱉는 못된 놈들도 있죠. 심지어는 욕정(欲情)을 채우고 나서 약조한 대가는 커녕 오히려 윤락행위를 카지노 측에 알리겠다고 겁박 하며 뻔뻔스럽게 사라지는 코리안 남성들도 있어요. 차이니스 또는 백인들은 이처럼 야비한 짓은 절대 하지 않죠. 백 프로 약속을 을 지켜요. 헌데, 유독 코리안 들만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야수 짓을 해요.”

나의 말을 진지하게 귀담는 사내의 양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마지막 행간 때문이었다.

나는 계속했다.

드문 경우이긴 하나, 여러 날 카지노를 전전하며 뒷전을 해도 단 한푼 수입이 없는 경우도 있어요. 헌데, 이럴 때 일수록 특히 돈은 더욱 필요하더군요. 룸메이트 렌트 비도 밀리고, 유일한 통신 수단인 스마트 폰 전화요금도 채납돼 심적 고통을 겪죠.”

사내가 물었다.

그렇다면, 그처럼 어려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가십니까?”

어쩔 수 없죠. 앞서 잠깐 언급 했듯이 사면초가에 몰리면 저의 유일한 수단을 활용해요.”

그게 뭡니까?”

여자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면 무엇이겠어요?”

나의 선문답같은 장황 설에 고개를 갸우뚱 하던 사내가 뒤늦게 알아차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다시 덧붙였다.

재수가 좋은 날은 후한 인심의 코리안으로부터 수 백 달러를 받기도 해요. 하지만 그 반대일 경우에는 흥정한 가격은 고사하고 오히려 거친 폭력과 협박을 감내하는 어처구니를 맛보기도 하죠.”

그렇게 벌어들인 돈은 어떤 용도에 쓰입니까?”

사내가 폐부 깊숙이 들이 마신 담배 연기를 허공에 뿌리며 물었다.

배운 도둑질을 어찌 하겠어요. 그것을 판 돈으로 도박을 하죠. 선생님도 느끼시겠지만, 도박꾼들이 가장 행복해 하는 순간이 언제일까요?다름아닌 겜블 테이블에 앉아서 도박을 즐기고 있을 때죠.그 시간 만큼은 세상 모든 것이 내 것인 냥 착각의 늪으로 빠져들어요.이같은 환상은 마약에 취한 중독자들의 황홀한 느낌과 별반 다름 없다구요.딜러에 카드를 연거푸 꺾고 이길 때에는 앤돌핀이 마구 솟구치고…… .”

여기까지 말한 나는 지그시 두 눈을 감았다.

가슴이 울컥했기 때문이었다.

잠시 말을 중단한 채 침묵했던 나는 유리잔을 집어 들고 절반 가량 담긴 와인을 단숨에 들이켰다.

사내는 나의 일 거수 일 투족을 곁눈질하며 혹심을 부추겼다.

나는 사내의 의중(意中)을 간파하고 비워진 술잔을 내려 놓으며 말했다.

선생님, 하지만 그같은 환희도 잠시 예요. 결국 손에 쥔 판돈을 카지노에 모두 털리고 겜블 테이블을 떠나는 순간 모든 것이 허망할 뿐이죠. 주체 할 수 없는 절망과 자책감이 쓰나미처럼 파고들어 가슴을 마구 할퀴며 괴롭혀요. 이럴 때면 자살충동을 느끼죠, 뿐 만 아니라, 강도짓이라도 해서 도박 밑천을 마련하고 픈 비틀린 허영이 악마처럼 꿈틀거립니다. 이것이야 말로 도박으로 패가망신한 노름쟁이들의 황폐한 영혼의 단면 이예요.”

장황 설을 늘어 놓은 나는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내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내가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훌쩍이자 사내가 팔을 뻗어 나의 어깨를 다독였다.

카지노와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는 그동안 도박장을 드나들며 귀동냥을 통해 대충 들어 온 터였습니다 만, 막상 그 실제 주인공과(사내는 이 대목에서 자신의 어휘 인용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마주한 자리에서 얘기를 경청하다 보니 마냥 몰골이 송연 해지는 기분입니다.”

사내는 기왕지사 말이 나왔으므로 내가 그동안 카지노에서 몸소 체험하고 행한 일들을 상세하게 들려줄 것을 구했다.

사내는 이같이 말하고는, 덧붙여 귀하의 귀중한 경험담에 따른 충분한 보답을 하겠다.”는 언급도 잊지 않았다.

사내의 보답운운에 귀가 솔깃해 진 나는 전쟁터에 나선 전사처럼 자세를 고추 세우고 지난 3년 여간 카지노 도박장에서 몸소 느끼고 체험한 일들을 오버랩 했다.

내가 말했다.

선생님, 도박은 인간의 영혼을 황폐화 시키는 무시무시한 악마의 유혹 이예요.”

사내가 입가에 미소를 띄며 말했다.

다이앤씨의 표현이 마치 철학적 사유(思惟)를 뜻하는 것처럼 심오함이 묻어 있습니다.”

 

다이앤 고가 사내에게 들려주는 카지노 체험담을 따옴표안으로 옮겨 재구성하면 이랬다.

전미주 지역내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카지노 군락인 뉴저지 주()내 아틀랜틱 시티(Atlantic City)에는 현재 15개의 초특급 대형 카지노가 운집해 있다.

이와 함께 뉴저지 주와 인접한 도시인 팬실베니아 주내 필라델피아와 정치 1번가인 워싱턴 DC를 둘러싼 메릴랜드 주와 버지니아 주 그리고 보스톤과 인접한 코네티컷 주 등 미 동부지역내 주요 도시에도 크고 작은 규모의 카지노들이 성업 중이다.

이들 카지노들의 주요 고객은 1순위는 차이니스(중국인)이며, 뒤를 이어 코리안(한국인), 세번째 순으로는 베트남 인()등 아시안계, 그리고 남미 계인 히스패닉과 뒤를 이어 백인, 흑인, 등인 것으로 알려진다.

나열한 순서처럼 특히 동양계의 카지노 출입이 압도적인 것은 DNA속에 남달리 도박 근성이 특출 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 주된 이유다.

물론 이 같은 분석은 일방적 가설(假說)이 아닌, 카지노 관련 주도박관리위원회도박장애치료기관등 겜블과 관련된 각종 단체에서 조사 수집한 자료를 근거로 예시(豫示)한 내용이다.

일례로, 한국계 2세인 전직 카지노 호스트 마이클 탁이 귀띔한 정보에 따르면 카지노의 일상 매출액 가운데 코리안과 차이니스의 겜블머니(도박자금)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반 수준을 웃도는 형편이라 했다.

카지노 측은 이들 동양계 도박꾼들을 일컬어 카지노를 살찌게 하는 황금 거위로 비유한다 는 것이다.

때문인가?

미주지역에 산재한 카지노에서 코리안과 차이니스 도박꾼들에게 펴는 놀라운 서비스 구애(求愛)는 참으로 눈물 겹다 할 정도로 집요하고 또 한 현란하다.

가진 것()이 많은 코리안 도박꾼들을 카지노로 끌어들이기 위해 헬기를 띄우고 리무진을 사업장으로 보내는가 하면, 미인계를 동원해 도박의 늪으로 유인한다.

카지노 생태계 이후 카지노 겜블로 모든 것을 탕진하고 패가망신한 코리안들의 카지노 행로를 추적하다 보면 그 길목에는 언제나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카지노 측의 일사불란한 도박꾼 유인 책이 도사리고 있다.

 

5

정회장.

카지노 도박에 빠져 자신이 지난 35년 간 일궈 놓은 아메리칸 드림을 산산조각 낸 인물이다.

두 눈을 지그시 감았던 다이앤 고가 사내가 따라 준 와인을 들이킨 후 말했다.

뉴욕 맨해튼내 요지인 휩스 애비뉴(Fifth Avenue)에서 핫푸드 델리 스토어를 무려 5곳이나 운영했던 코리안이었어요.”

스티브 정이라는 미국명으로 불린 정회장은 전북 광주에서 명문대에 재학 중 미국으로 유학한 뒤 주경야독을 통해 익힌 핫푸드 델리 비지니스에 뛰어 들었다.

대학 졸업 후, 맨해튼 미드타운 지역 내 월스트릿 인근에 소규모 핫 푸드 델리가게를 오픈한 그는 자신이 독자적으로 조리한 다양한 메뉴를 선보여 히트를 쳤고, 이를 발판 삼아 자신의 고유 브랜드인 J마켓을 등록 상호로 내걸며 사세를 확장해 나갔다.

그의 사업은 마치 마이다스의 손을 거친 것처럼 승승장구 뻗어갔으며, 이에 따른 부와 명예도 자연스레 따랐다.

한마디로 축복이 넘친 삶이었다.

더욱이 그는 뉴욕 퀸즈에 위치한 대형교회의 시무장로였다.

그러나 호사다마라 했던가?

좋은 일에는 늘 불운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 않던가.

거칠 것이 없을 것만 같았던 그의 일상에도 악마가 개입한 것이다.

카지노 노름쟁이인 친구의 집요하고 간교한 꾐에 빠져 아틀랜틱 시티 카지노 리조트로 골프 여행을 떠난 것이 화근이었다.

카지노에서 코리안 도박꾼들(재력이 튼튼한)을 관리하는 코리안 호스트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골프를 즐긴 정회장은 해가 저물 무렵 친구와 함께 카지노 호스트의 안내를 받으며 카지노로 직행, 사전 준비된 팬트 하우스에서 휴식을 취하며 한 병에 수 백 달러를 호가하는 와인을 곁들인 최상급 요리를 만끽했다.

뿐만 아니었다.

이 날 정회장은 빼어난 미인인 다이앤 고를 섹스 파트너로 맞아 사업으로 인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욕정의 화덕에 맘껏 불을 지폈다.

코리안 출신 카지노 호스트로부터 1천달러의 겜블 칩을 건네 받고 몸 수발에 나선 여자는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기량을 상대에게 쏟아부었다.   

정회장은 카지노 골프 여행을 통해 황홀한 쾌감을 맛보며 지금껏 돈 만을 목적으로 달려 온 자신의 삶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카지노에서 무료로 제공한 팬트 하우스에서 다이앤 고와 뜨거운 애락(哀樂)을 만끽한 후 늦은 밤 시각에 친구가 권유한 카지노 겜블에 뛰어들었다.

정회장이 친구와 함께 자리한 겜블 테이블은 블랙 잭이었다.

미니멈(Minimum Bet: 최소로 베팅할 수 있는 금액)1백 달러에서, 맥시멈(Maximum Bet: 최대로 베팅할 수 있는 금액)5 천 달러까지 베팅을 할 수 있는 하이리밋 도박 테이블이었던 것이다.

친구가 권하는 자리에 앉자 예의 없이 여성 코리안 카지노 호스트가 나타나 입가에 터져 나갈 듯한 함박 웃음을 지으며 애교를 부렸다.

호스트는 이어 저희 카지노에서 특별히 정회장님을 위해 1천달 달러 겜블 칩을 무료로 제공한다며 딜러에게 눈치를 보내 5백 달러에 상응하는 퍼플 칩과 개당 1백 달러인 블랙 칩 을 섞어 건넸다.

정회장이 느닷없는 상황에 영문을 몰라 해 하자 여자 코리안 카지노 호스트가 코맹맹이 소리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고는 덧붙여 블랙 랙 겜블에 대한 룰(방식)을 조목조목 말하고는 다시 한번 허리를 90도로 꺾어 예를 표한 뒤 사라졌다.

호스트가 사라지자 본격적으로 블랙 잭 겜블이 펼쳐졌다.

딜러가 건네는 카드가 오갈 때마다 유독 정회장은 거의 90%에 달하는 승기를 낚았다.

불과 1시 간여만에 공짜로 받은 밑천 1천 달러로 10배에 달하는 1민 달러를 벌어들였다.

정회장은 자신의 스팟 앞에 놓인 겜블 칩을 바라보며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옆자리에서 정회장의 그같은 과잉 된 흥분을 엿보던 친구가 환호작약하며 손바닥을 활짝 펴 화이 파이브를 유도하며 분위기를 한껏 고조 시켰다.

친구의 이같은 몸짓 뒤에는 음흉한 흉계가 도사리고 있었다.

직설 하면, 카지노 도박으로 모든 것을 탕진하고 전전긍긍하던 친구는 정회장을 카지노로 유인하는 는 대가로 일정한 액수의 게임머니를 받았다.

물론 친구도 자신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으나, 그 역시 이미 카지노 도박증세에 깊숙이 감염돼 구제불능 상태였던 것이다.

친구의 유인을 꿈에도 눈치채지 못 한 정회장은 이날 블랙 잭 겜블 승리를 만끽하며 귀가 했다.

이 후부터 정회장의 삶속에 악마가 개입했어요.”

다인앤 고가 타다 남은 담배 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6

사업장으로 돌아 온 정회장은 각 업소에 필요한 물품들을 공급할 식재 목록을 작성하면서도 머리속은 온통 카지노 블랙 잭 겜블 생각 뿐이었다.

해를 거듭할 수록 벌어들이는 수익이 신통치 않던 차에 맛 본 카지노 노름 수입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마이다스의 손 이었다.

이렇듯 허황된 상상에 빠져든 정회장은 딱 한번만 더!’’하며 리무진에 몸을 실었다.

리무진 서비스는 카지노측이 정회장의 재무상태를 완벽하게 파악한 뒤 그를 ‘VIP’로 분류해 선심공세를 펴기 시작한 일환의 한 단계였다.

 

정회장을 태운 리무진은 곧바로 맨해튼 12애비뉴 리버사이드에 위치한 헬리포트로 가 그를 헬기로 옮겨 태운 뒤 사라졌다.

이같은 환상적인 서비스는 모두 카지노 부담이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법이다.

더군다나 카지노가 어떤 곳인가?

돈이라면, 지옥불에도 뛰어들 기업이다.

투자하면 투자한 만큼의 이익이 수십 배 또는 수 백배로 불어나 돌아 온다는 사실을 꽤 뚫고 있는 이들이다.

따라서 카지노측은 인간의 절대 약점인 허영심을 최대한 부추겨 환심을 이끌어 낸다.

정회장은 카지노가 쳐 놓은 교묘한 파멸의 그물에 걸려든 것이다.

자신에게 온갖 지극 정성을 기울여 대접하는 코리안 호스트의 서비스와 카지노측의 환대는 정회장으로 하여금 황제처럼 칙사대접을 받는다는 자긍심을 부추기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오로지 자신의 사업장과 교회, , 그리고 가족들만이 자신의 전부였던 정회장이 주위의 시선을 감쪽같이 따돌리고 카지노를 들락거리자 난공불락처럼 견고했던 그의 현찰 금고도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코리안들의 비지니스 스타일이 그러하 듯 정회장 역시 케쉬(현금)수입의 대부분은 은행 예치를 피해 집 안 깊숙한 장소에 설치한 사금고에 보관하고 있는 터였다.

따라서 카지노 겜블 수렁에 빠져 든 정회장은 카지노를 출입할 때마 적게는 수 천 달러에서 수 만 달러까지 현금을 지참하고 도박에 뛰어들었다.

장시간 도박을 하며 지참했던 밑천을 탕진할 경우 그는 카지노에서 무담보로 신용대출 하는 마커(Marker:카지노가 신용고객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카지노 무담보 수표 )’를 이용하기도 했다.

허나 마커를 자주 사용할 경우 자신의 발자취는 물론, 세무와 관련된 법적추궁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자금 출처를 피할 수 있는 자신의 보유 현찰을 겜블머니로 사용했던 것이다.

당초 친구의 권유로 시작된 정회장의 블랙 잭 겜블은 횟수가 거듭될 수록 액수가 늘어났다.

도박꾼들의 심리상태가 거의 비슷하 듯, 카지노 겜블에서 거액을 잃고 나면 잃은 돈을 만회키 위해 다시 또 겜블에 도전한다.

도박 자금의 액수도 배가한다.

도박꾼들의 이 같은 비상식적 행위를 일컬어 추격매수라 하며 또 한 이와 같은 동작이 잘못된 것임을 시인하면서도 행동(도박)을 멈추지 못하는 것을 조절실패라 한다.

정회장의 비틀린 행동장애는 다름아닌 추격매수와 조절실패에 따른 것에서 파생된 것이다.

카지노 도박을 하다가 자금이 떨어지면 강도로 돌변하거나 친족은 물론 직계 가족까지 살해하면서 도박 밑천을 만드는 경우도 다반사예요. 과거 뉴저지와 LA 코리아 타운 등지에서 일어난 한국계 도박꾼들의 끔찍한 강도 살해 사건의 배경에는 모두 카지노 도박 자금과 관련이 있죠,”

상대의 겜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경청하는 사내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내가 말했다.

정회장의 결과가 궁금합니다.”

순간, 다이앤 진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고는 한 숨을 내쉬며 결코 잊혀지지 않는 그 순간들을 떠올렸다.

그렇게 하루가 멀다 하며 카지노를 들락거린 정회장은 자신의 전재산이 블랙 잭 겜블로 탕진되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기어코 만회한다는 허황된 망상(妄想)에 사로잡혀 오히려 도박에 몰입했다.

정회장의 이 같은 어리석은 행동은 그의 특이성격이 한몫을 했다.

결코 지고는 못배기는 행동장애 때문이었다.

이는 카지노 겜블에서 절대 금기시 하는 치명적 약점이다.

카지노 측이 도박꾼을 상대로 노리는 것 역시 바로 이 대목이다.

아무튼 그는 어느 날 느닷없이 자신의 핫푸드 사업장에 들이닥친 채권자들의 으름장과 노골적인 회유를 접하고 경악하며 아연실색(啞然失色)하는 낭패를 맛보았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카지노에 상주하며 고리대금업을 하는 업자들에게 자신의 신용을 담보로 거액의 고리대금을 즉석에서 차용해 도박을 펼치는가 하면, 그동안 비지니스를 통해 구축 해온 인맥들에게 사업자금을 빌미로 급전을 차용한 것이 부메랑으로 돼 돌아 온 것이다.

평생을 살면서 타인에게 해()가 되는 언행을 하지 않았던 그가 카지노 노름에 빠지면서 거짓말을 밥 먹듯 하며 돈을 빌리기에 급급했고, 자신의 도박행위를 눈치챈 아내와 자식들의 완곡한 도박금지 간청에 대해서도 오히려 폭언과 폭력으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등 도박꾼들에게서 볼 수 있는 정신장애 현상을 여과없이 그대로 드러냈다.

필터까지 타 들어간 담배 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끈 다이앤 고가 집어 든 새 담배에 불을 붙여 폐부 깊숙이 연기를 흡입한 뒤 입술을 움직였다.

카지노에는 한국인과 중국인이 불법으로 운용하는 고리대금이 있어요. 이들은 카지노 객장에 상주하면서 돈 많은 도밖꾼들을 상대로 급전(急錢)을 대출해 주죠. 고리대금은 한마디로 갈취나 다름없어요. 예컨데 1 만 달러를 차용하면 즉석에서 10%(1 천 달러)를 이자로 차감(差減)한 뒤 9천 달러를 빌려줘요.그러고는 도박꾼이 어쩌다 끗발이 좋아 빌린 고리대금으로 카지노 돈을 따면 이유불문하고 그 자리에서 빌려 준 원금을 회수해요. 하지만 만 끝내는 겜블로 따 낸 돈마저 모두 잃고 또 다시 그 자리에서 고리대금 급전을 빌리는 악순환을 되풀이해요.”

그렇다!

카지노 도박은 이같은 악순환의 연속에 의해 도박꾼이 패가망신의 길로 들어선다.

카지노에서 모든 것을 잃고 뒷전으로 전락한 대부분의 코리안 도박꾼들의 과거 행로를 추적하면 카지노에서 적은 밑천으로 큰 돈을 딴 것이 그 발로(發路)).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

카지노 도박은 어떤 이유가 따른다 해도 절대 돈을 딸 수 없는 구조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은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내재한 욕심 때문이며 다음으로는 겜블 카드의 절묘한 흐름이 한 몫을 한다.이는 마치 마술사가 관객의 눈을 속이며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예와 같다.

그 밖에도 예측 불허의 변수들로 하여금 도박꾼들의 무릎을 꿇린다.

카지노 도박은 설령 부처와 예수가 경쟁한다 해도 결코 이길 수 없다.

카지노 도박을 이길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단호한 단()도박 아니면, 자살하는 것 뿐이다.

카지노 업무에 종사했던 전현직 딜러들도 이구동성으로 충고한다.

카지노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는 과대망상을 버리라는 것이다.

다이앤 고가 쓸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스개 소리로 치부할 수 있는 한 대목을 들려드리죠. 도박꾼들이 카지노에서 돈을 잃고 실의에 빠졌다는 소문을 귀동냥한 도널드 트럼프(미국 제45대 대통령)가 말했다죠.’손님들은 제가 운영하는 카지노(타지마할 / 트럼프 프라자 등)에서 저의 돈을 따려는 열정은 버리십시오. 다만 아주 적은 소액으로 게임을 하시고 카지노에 마련된 음식점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맛있는 음식을 식음(食飮)하시며 즐기시다가 미련없이 떠나십시오. 만약 손님께서 돈에 욕심이 생겨 저의 주머니(카지노)를 털어가겠다는 생각이시라면, 이번 기회에 다음과 과 같이 충고 드립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카지노 돈을 따고 싶다면 당신이 우선 트럼프가 돼야 한다고 말입니다!”    

카지노 도박에 자신이 일군 아메리칸 드림을 물거품으로 만든 정회장은 끝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채권단과 돈을 차용한 지인들에게 남겨진 재산을 모두 차압 당했고, 자신을 의지하며 살았던 아내와 자식들에게 마저 버림을 받는 수모를 감내해야만 했다.

어디 그 뿐인가!

초대형 교회의 시무 장로로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후광(後光)도 지옥처럼 변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후회를 했지만 이미 모든 것이 파괴된 상태였다.

한때 자신의 영광을 담보했던 돈과 명예, 그리고 단란했던 가족은 물거품처럼 모두 사라졌다.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카지노 도박 수렁에 빠져 탐닉하기 시작한 코카인(마약)과 알코올 중독은 건강했던 육체마저 파괴함으로써 몸과 마음 모두가 피폐한 상태가 됐다.

정회장은 카지노 도박에 깊숙이 빠져 패가망신(敗家亡身)의 길에 접어들면서 심신의 고통을 잊기 위해 중독성이 강한 마약에 손을 뻗쳤던 것이다.

훗날 알게 된 사실이예요. 우연히 정회장과 마주쳤는데, 눈동자의 초점이 흐드러진데다 대화를 나누면서도 계속 횡설수설하는 거예요.’몸이 안 좋은가하고 물었죠.그가 말했어요.’매일 코카인을 코로 흡입한다고요.”

그렇게까지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을 수 있습니까?”

사내가 의구심을 드러냈다.

다이앤 고가 말했다.

정회장과 같은 입장에 놓이면 허탈한 상실감을 추스르기 위해 마약에 손을 뻗는 예가 허다하죠.”

마약은 누가 공급합니까?”

여러 경로를 통해서예요. 이미 마약쟁이로 전락한 주변의 친구 또는 카지노에서 사귄 동료 도박꾼 또는 저와 같은 뒷전들이 은밀히 권유를 하죠.”

가격은?”

왜요? 선생님도 마약에 호기심이 가나요?”

“….. ?”

카지노 주변에서 거래되는 코카인 가격은 대부분 엇비슷해요. 성인 엄지 손톱 크기만 한 플라스틱 에 담긴 코카인은 30달러~40달러에 밀거래 되고 있어요.”

유통은 주로 누가 합니까?”

흑인들 이예요. 뉴욕의 브롱스와 메릴랜드의 볼티모어 등지에서 가져와 은밀하게 도박꾼들에게 넘겨요.”

도박으로 인한 폐해는 비단 당사자 뿐 만 아니라 그 후유증이 친 가족 등 주변 인물들은 물론 사회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마약 중독은 물리치료와 정신상담 등을 통해 치유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도박중독은 치유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도박관련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유는,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방법이라면 그것은 당해 자(도박꾼)의 굳센 의지가 뒷받침 될 경우 사회환원이 가능하다고 본다.

홀연 단신 무일푼으로 미국에 건너와 10만 명 당 한 명 정도가 성취한다는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s)을 이루고 주변 코리언들의 존경을 즐기며 달콤한 성공신화에 젖었던 정회장이었다.

그러나 그도 악마의 유희(遊戱)’로 불리는 카지노 도박으로 몰락한 후 자신의 삶을 포기한 채 마약을 탐하며 폐인의 길을 걷다가 끝내는 도박꾼들의 말로 인 뒷전으로 전락했다.

뒷전으로 전락한 정회장은 커네티컷 주 내 인디언 보호구역 지역에 위치한 카지노 리조트를 오가며 코리안 도박꾼들을 상대로 구걸행위를 하다 마약 과다 흡입으로 인한 심장쇼크로 사망했다.

그의 시신은 카지노 화장실에서 발견됐다.

전해진 소식에 따르면, 그의 사망소식을 알리기 위해 직계 가족들을 수소문 했으나 끝내 연락이 닿지 않자 무연고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놀라운 일은 그가 몸담았던 교회에서 조차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7

사내가 비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도박으로 인해 그처럼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다니 요. 마냥 안타까울 뿐입니다.”

여자가 단호히 말했다.

선생님도 이 기회에 카지노도박과 결별하세요.”

사내가 자세를 고추 세우며 말했다.

솔직히 저 역시도 자가진단을 통해 도박중독 증세를 느낍니다. 다이앤께서 앞서 언급한 정회장 수준의 만성(慢性)은 아니지만, 곧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비로서 와닿습니다.”

정색한 표정의 여자가 덧붙였다.

카지노 도박으로 모든 것을 잃고 뒷전으로 나선 저의 비루한 몰골이 파멸에 대한 표징(票徵)이예요. 물론 선생님은 이렇게 강변하실 거예요.’나는 절대로 정회장과 같은 전철은 밟지 않는다고요. 하지만 이는 괴변에 불과해요. 도박꾼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그런 식으로 자신을 합리화 시키려 하죠.”

이런 식의 표현이 적당할지 모르겠으나 카지노측은 정회장의 주검에 대해 어떻게 처신했습니까?”

선생님은 매우 순진하시군요. 3자의 시선으로는 카지노측이 정회장의 주검을 불러들인 한 객체로 여길 수 있겠으나, 그것은 대단히 잘못된 선입견이예요. 정회장의 일탈행위에 대해 카지노가 하등 책임을 져야할 이유가 있을까요? 한마디로 !’예요. 잘못은 정회장에게 있었고, 카지노는 단지 돈 놓고 돈 먹는 장소만 제공했을 뿐이죠. 물론 카지노에게 도덕적 책임은 물을 수 있겠으나, 이 역시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예요.”

정회장이란 그 분께서는 자신의 어리석은 주검을 위해 매우 비싼 값을 치뤘군요?”

 

두 사람의 겜블 스토리가 갈수록 점입가경으로 빠져 들면서 식탁 위에 놓인 와인 잔도 급속히 비워져 갔다.

사내는 바닥 난 술 병을 흔들어 보이며 웨이터를 불러 새 와인을 주문했다.

취기가 오른 탓에 얼굴이 붉게 물든 다이앤 고가 화장실을 간 틈 사이에 사내는 손목에 찬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거리낌 없이 자신을 뒷전이라고 소개한 여자와 함께한 시간이 어느새 2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화장실에서 한참 후 돌아온 다이앤 고의 얼굴 색조화장이 깔끔하게 채화(彩畵)돼 있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여자는 사내에게 잔을 내밀어 와인을 요구했다.

투명한 술병에서 쏟아져 나오는 와인에서 향기로운 포도 향이 훑어졌다.

사내가 와인잔의 테두리를 만지며 말했다.

또 다른 카지노 겜블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다인앤 고가 대답했다.

기왕에 말이 나왔으니 계속하죠. 선생님도 이미 목격하셨을 거예요. 카지노에 들어서는 코리안들을 보세요. 마치 자신들이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 포효(咆嚆)하며 거들먹거려요. 도박을 하면서 어쩌다가 승기를 잡으면 카지노가 떠나갈 듯 소리를 지르고 딜러에게는 전혀 아깝지 않다는 투로 거액의 팁을 건네요. 하지만 제가 이들 코리안 도박꾼들에게 다가가 손을 벌리고 적선을 구하면, 육두문자를 섞은 비아냥으로 응대합니다. ‘재수에 옴이 붙었다는 등 벼라 별 욕지거리를 서슴지 않죠.그래도 이 같은 경우는 양반이예요.심한 경우에는 카지노 경비원을 부르기도 하고 나를 향해 발길질을 하는 못된 자들도 있어요.비단 코리안 남성 뿐만이 아니 예요.여자들도 남자들 못지 않게 매우 비정하고 몰상식하죠.”

사내가 말했다.

원래 코리안들은 다혈질입니다.”

코리안들만의 전형적인 속물근성이죠. 강한 자 앞에선 비굴하고, 약한 자에게는 거만을 떠는……아무튼 비교는 바람직스럽지 않으나 차이니스 또는 현지 백인들은 절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요. 구걸하는 내게 좋다 싫다 하는 표현조차 없어요.”

그렇다!

다이앤 고의 경험담을 인용치 않더라도 카지노에서 목소리가 유달리 큰 민족은 코리안들 뿐이다.

겜블 분위기가 고조되면 여기저기서 못 먹어도 고!”하는 외침이 객장을 들썩이게 한다.

감정이 격해지면 손바닥으로 겜블 테이블을 사정없이 내리치며 흥분한다.

뿐이던가!

어쩌다 한 번 딜러의 카드를 누르고 승기를 잡으면 자신이 거둬들인 수확의 10%를 선뜻 팁으로 내민다.

여타 민족에게 선 찾아볼 수 없는 객기(客氣)를 마구 남발 하는 것이다.

카지노측은 코리안들의 이 같은 허풍을 엿보며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코리안들, 카지노의 밥이라는 것이다.’

돈 잃고 체면 구기는 민족(民族)이다.

카지노가 떠나갈 듯 환호작약하며 노름을 즐겼던 코리안 도박꾼들이 어느 순간 모든 것을 다 털리고 빈털털이가 돼 어깨를 축 늘인 채 카지노 객장을 빠져나간다.

이들 코리안 도박꾼들은 도박으로 낭패를 당했으나 결코 이를 괘념치 않는다.

단지 다음 기회를 다짐할 뿐이다.

다음에야 말로 틀림없이 카지노 돈을 긁어 모을 수 있다는 허황된 과대망상 말이다.

카지노 겜블을 이길 수 있는 확률은 제로다.

그동안 세상에는 카지노 겜블과 관련된 승률여부에 따른 수학적 데이타가 범람했다.

미 할리우드 무비를 통해서 카지노 겜블 시나리오를 배경으로 한 과장된 영화가 팬들의 흥미를 자극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관객의 말초신경을 즐겁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허구의 픽션일 뿐이다.

만약 천재 수학자들의 주장처럼 수학적으로 카지노 게임을 리드하거나, 또는 영화에서처럼 베팅을 할 때마다 1백프로의 승률을 기록한다면, 지구상에서 살아남을 카지노가 과연 있겠는가?

지구촌 경제가 장기 불황에 허우적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카지노가 급신장세를 거듭하며 갈수록 그 수가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카지노의 수입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카지노가 파산선고를 했다는 뉴스는 그야말로 가뭄의 콩 나듯하는 대서특필이다.

사내가 말했다.

그렇다면, 다이앤께서는 카지노와 결별할 수 있는 방법도 알고 계십니까?”

여자가 단호히 말했다.

간단해요. 선생님이 진정으로 카지노 도박을 끊겠다고 다짐하셨다면 우선 카지노에 기생하는 코리안 뒷전들을 만나서 그들과 대화를 해보세요. 현재 아틀랜틱 시티와 라스베가스, LA, 커네티컷, 메릴랜드, 필라델피아 등 미주 전지역에 산재한 카지노에는 상당수 코리안 뒷전들이 앵벌이를 하고 있어요. 그들과 접촉해 현재 일상을 집적 눈 여겨 보세요. 카지노 도박을 끊는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뒷전의 이 같은 충고와 배려가 통해서 일까?

아무런 조건 없이 다이앤 고에게 거액의 칩을 건네고 사라진 사내의 모습을 그후로는 아틀랜틱 시티 카지노 군락에서는 더 이상 목격할 수가 없었다.

당시, 사내는 다인앤 고에게 등을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고은빛씨는 아름다운 외모만으로도 충분히 뒷전 생활을 청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늦게 전에 카지노를 떠나십시오.

 

8

사내와 헤어진 뒤 나는 그가 건넨 1만 달러를 밑천으로 LA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신용조사가 필요 없는 웨스턴 인근 한국인 셋방에 자리를 잡고 웨이츄레스로 나섰다.  

한편으론 지난 3년 여 간 카지노에서 뒷전 생황을 하며 눈 여겨 본 수많은 에피소드를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마블 노트에 기록해 나갔다.

카지노 일상들을 세상에 알려 도박이 인간의 영혼을 얼마 만큼이나 황폐화 시키는지일깨우기 위한 확신 때문이었다.

나는 오늘 끝내 자신의 신상을 밝히지 않고 나의 겜블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한 뒤 거액을 남기고 떠난 사내에게 못다한 사연을 이 기회를 통해 덧붙여 전한다.

카지노 도박에 빠져 모든 것을 탕진한 코리안 도박꾼(차이니스 등 여타 민족 포함)가운데 일부는 자제력을 잃고 도박 자금을 확보키 위해 위험을 감내하는 무모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살인행각은 물론, 자신의 신체장기 축출을 말하는 것이다.

한국계와 중국계 생활 정보지 광고난에 게재되는 장기 기증브로커와 비밀리에 접촉, 수매를 원하는 매입자의 요구에 따라 콩팥 또는 간과 심지어는 안구를 척출하고 적게는 3천 여 달러에서 많게는 1만 여 달러를 받는다.

이처럼 자신의 신체 일부를 때어내 밀매한 피 뭍은 혈전(血餞)은 결국 카지노의 금고로 고스란히 이입된다.

하늘이 내린 고귀한 신체를 팔아 이를 도박 밑천으로 삼았으나 결국 이마저도 물거품처럼 허무하게 사라진 것이다.

도박꾼들이 자살충동에 휩싸이는 순간이 바로 이때다.

눈을 떼어내 마련한 도박 밑천이 카지노에서 순식간에 연기처럼 사라졌을 때 거센 파도처럼 밀어 닥치는 그 좌절감은 말로는 형용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 같은 감정은 뒷전이라면 너나할 것없이 이구동성으로 내뱉는 말이다.

끝없이 떨어지는 나락의 텅 빈 공허, 바로 그 느낌을 뜻한다.

코리안 여성들이 카지노에서 거액을 잃고 급기야는 매춘 행위도 서슴지 않는 굴절된 행위를 어떻게 변명해야 할까?

카지노 도박에 빠진 아내를 집으로 귀가 시키기 위해 카지노를 찾은 남편을, ‘나와는 상관없는 남자라며 카지노 경비원을 호출해 내쫓는 비정한 여자 코리언이 있는가 하면, 도박 밑천이 궁하자 자신의 아내를 낯 선 사내에게 동침 시켜 돈을 마련하는 후안무치의 코리안들이 한탕을 꿈꾸며 인면수심의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카지노 도박에 빠져 학업을 중단하는 유학생들의 수도 상당수에 이르고, 마사지 팔러 등 매춘으로 벌어들인 돈을 귀한줄도 모르고 카지노에 쏟아 붓는 어리석은 코리안 직업여성들도 부지기 수다.

뿐만 아니다.

하루하루 힘겨운 노동을 통해 벌어들인 피땀서린 돈으로 목돈을 마련한다는 허황된 생각을 품고 카지노로 향하는 수많은 코리안 계 노동자들의 일탈행위를 보고 측은지심의 동정을 보내지만, 이들의 삿댄 욕망은 끝내 고쳐지지 않는다.

내노라 하는 국내 연예계 유명인사들과 체육계, 문화계 등 사회 오피니언 리더들이 해외원정 카지노 도박으로 구설수에 올라 곤욕을 치루는 해프닝이 어디 한 두 건이던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발표한 백서에 따르면 코리안 ▲20세 이상 성인 38백 만 2천 여명 가운데 5.4% 2백 백 만 7백여 명이 도박 중독 유병자로 잠정 집계됐다.

이들 가운데 도박 중세가 중간 정도인 위험 자 수는 전체의 ▲3.9% 1 50만 여명, 그리고 문제가 심각한 도박 중독자 수는 전체의 ▲1.5% 57만 여명으로 추산했다.

이같은 국내 상황에 비춰볼 때 미국의 경우 도박 중중 환자 수는 기하급수일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대한민국내 도박 중독 유병자 증가 추이는 지난 2008 9.5% / 2011 6.1% / 2012 7.2% / 2014 5.4%로 등락을 거듭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령대별 도박 중독 유병률은 ▲30 6.8% ▲40 6.5% ▲50 6.2% 등 사회 경제활동이 활발한 30~50대 중 장년층 세대가 높았다.

이처럼 당초 평범한 성향의 인물들이 도박 중독에 빠지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바대로 일확천금에 대한 잘못된 기대와 허황 때문이다.

한편 중독성이 강한 도박인 고스톱을 국민놀이로 여기는 현시점에서 정치인들이 앞장서 카지노 유치를 적극 외치는 것은 망극을 조장하는 매국행위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카지노 유치에 따른 생산효과로 일자리 창출과 소비촉진 외화반출 절감 등을 꼽고 있으나, 이는 숲은 보지 않고 나무만 처다 보는 꼴이다.

물론 지구촌의 카지노 메카로 자리잡은 미국에서도 카지노가 막대한 세수입을 창출한다는 명목을 들어 각주마다 신규 카지노 유치에 발벗고 나서는 예가 만만치 않다. 허나 이 역시 일시적인 신기루 효과일 뿐이다.

카지노 군락이 형성된 지 약 40여년만에 쇠락해 가는 아틀랜틱 시티 카지노가 좋은 본보기다.

뉴저지 주에 엄청난 세수입을 안기며 효자 노릇을 했던 이 곳 15군데 초특급 카지노가 도박꾼들의 발길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슬럼화 해가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오늘도 카지노 도박을 통해 일확천금을 꿈꾸며 도박장으로 발걸음을 하는 코리안 도박꾼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뉴욕 맨해튼 42가에 위치한 그레이하운드 버스 터미널을 비롯한 차이나 타운과 퀸즈 내 플러싱과 브루클린 등 사통팔달의 각 지역에서 운행하는 카지노행 버스에는 코리안 도박꾼들이 한탕을 노리며 카지노로 향한다.

천사(天使)의 도시. LA 코리안 밀집지역인 올림픽 블러바드와 웨스턴 등 지역에선 카지노로 운행하는 버스들이 코리안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카지노 행(\)버스 승객들 대부분은 60대 이상 노인층이다.

이들 코리안 가운데는 정부에서 지급하는 웰 페어(시회보장기금)와 푸드 스탬프(극빈자들을 위한 정부보조 식품 구입 티킷)를 밑천으로 도박원정에 나서는 노인들도 상당수다.

코리안 노년층은 카지노 도박 가운데 슬롯머신에 밑천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지참한 밑천을 노름기계에 모두 탕진한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이들 노인 도박꾼들은 자신들이 잃은 밑천을 회수한다는 과대망상에 이끌려 다시 또 카지노 행 버스에 오른다.

이같은 일상이 반복되면서 이들이 가정과 사회의 문제인물로 부상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도박꾼들은 카지노로부터 무료 버스 왕복 승차권과 소규모 액수의 겜블머니, 그리고 무료 음식을 서비스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카지노 측의 이 같은 서비스 유인책으로 말미암아 카지노 도박에 이끌려 중독된 코리안 노인층의 수가 갈수록 늘어가는 추세를 보임으로써 한인사회 단체들의 적극적인 계몽과 차단운동이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카지노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한 코리안 계 젊은이가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직계 가족을 무참히 살해하고 강탈한 돈으로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는 패륜행위도 서슴지 않는가 하면, 자신의 딸을 마사지가게에 팔아 넘기고 챙긴 돈으로 카지노 도박을 즐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사법기관에 체포된 비정한 코리안.

코리안 커뮤니티에 X칠을 한 인면수심의 코리안 출신 카지노 도박 중독자 사건은 도박 중독의 패해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실감케 한 표징이었다.

 

9

도박.

그것은 악마의 농간이며,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무시무시한 유희다.

오늘도 우리 주변에는 부나비처럼 카지노를 향해 달려가는 코리안들이 부지기 수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도박환자이며, 언제 어느 순간에 폭탄으로 변할 수 있는 섬뜩한 뇌관들이다.

따라서 주변에 직계 가족 또는 지우(知友) 가운데 도박 중독자가 있다면, 그들을 무척추 동물을 대하 듯 꺼릴 것이 아니라 도박의 늪에서 벗어나도록 위안을 주는 상대가 돼야 할 것이다.

카지노 도박으로 생의 모든 것을 잃고 한동안 앵벌이로 연명했던 도박 중독자, 다이앤 고가 코리아 타운에 완곡히 호소한다.

도박은 인간의 영혼을 황폐화 시킨다!”

(끝)

 

이산해 / 추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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