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앉아서 소변을

2015.10.09 05:17

김학천 조회 수:383

   지난 연휴 때 지인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 여러 가족이 모여 그 동안 적조한 탓에 못 다한 이야기들로 꽃을 피웠다. 한참을 떠들다가 화장실을 가게 되었는데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공중 시설도 아닌 개인 집에서 화장실을 남녀 따로 따로 구분해 놓은 것이었다. 자리에 돌아와 사연을 물으니 안주인께서‘남자 분들 좀 각성하시라고요’하며 놀리는 듯 웃었다. 

   불현듯 여성들을 짜증나게 하는 것이 남자들이 화장실을 다녀 온 후라고 하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변기주변에 어지러이 흘려진 자국들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꼭 여성들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불쾌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남자들이 용무를 본 다음 속 덮개를 열어놓은 채 놔둔 것이라 한다. 이런 경우 이를 모르고 여성들이 무심코 앉았다가 낭패를 봤다면 짜증이 아니라 분노가 일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죽하면 미국에서 '서서 소변보기에 반대하는 엄마들'이라는 시민단체까지 생겨났으랴. 

  사회 관습적으로 '남자는 서서', '여자는 앉아서' 소변을 보게 된 것이 언제부터인지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미 대부분의 남성도 앉아서 소변을 본다고 하는데 독일을 비롯한 유럽이나 일본 같은 경우 그 비율이 꽤 높아 유럽은 60% 이상, 일본은 거의 30-40%라고 한다. 독일에서는 아예 어릴 때부터 남자도 앉아서 소변보도록 조기교육을 한다고 한다. 이슬람권에서도 오래 전부터 엄격한 율법에 따라 남성들도 앉아서 소변보는 관습 때문에 공공화장실에 남성용 소변기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는 단지 청결의 이유만은 아닌 것 같다. 선 자세로 소변을 보았을 경우 수많은 '파편'들이 화장실 바닥은 물론 세면대까지 심지어 칫솔에도 그 흔적이 남는다는 실험 보고도 있는 걸 보면 건강에도 위협이 되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일 게다. 

  어디 그것뿐일까? 남자들의 부주의가 부부간에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니 말이다. 해서 그랬는지 3년 전 대만의 환경부 장관이 화장실 청결과 가정의 화목을 위해‘대만 남성들도 소변을 볼 때 앉아서 보라’고 제안한 것을 두고 찬반양론이 들끓은 적도 있었다.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남성이 앉아서 소변을 보거나 이에 관심 갖는 일이 더 이상 생소한 일이 아닌데도 조사에 의하면 한국 남자들에게는 아직도 상당한 거부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 홀로 독서실’이란 말이 있다. 혼자서 신문도 보고, 책도 보며 안락과 편안함을 즐기는 곳, 바로 화장실의 별칭이다. 중국의 문장가 구양수도 생각하기 좋은 세 곳을 삼사상(三思上)이라 하여 말 위(馬上), 잠자리(枕上), 변소(厠上)라 했거늘. 

  좌변기에 편안히 앉아 용무를 봄으로서 주위위생은 물론 집안 여자들 일도 돕고, 거기다 사색까지 곁들인다면 그야말로‘일석 다조’가 아닐까? 그런데도 정 앉아서 일보기가 싫다는 분들이 있다면 유럽 남성들이 청소하는 아내와 어머니를 위해 앉는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면 어떨는지. 

  그 날 이후로 우리는 가족의 건강에 위협을 주는‘물방울테러’를 근절하기 위해 뒤에 자취를 남기면 벌금감이라며 술잔을 들고 외치고 한바탕 웃었다. 앉아 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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