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여자

2016.07.18 02:31

백남규 조회 수:179

위험한 여자

 

  그녀는 오르기 위험한 산이었다. 미로와 절벽과 가파른 길엔 무서운 짐승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길을 잃기 일수였고 많은 남자들이 실종되었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녀의 매력은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어떤 남자도 그녀의 유혹을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하루종일, 일주일 내내 그녀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아니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유혹은 넋을 빼가는 것이다. 번지 점프를 하는 것,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것 같은 유혹이었지만 올라가지 않을 수 없었고 눈을 감고서라도 뛰어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를 껴안고 있는 순간은 해가 동창에 빛나는 것처럼 확실했지만 헤어진 후의 느낌은 ‘내가 저 여자를 껴안았던가?’ 그런 비현실적인 느낌, 곧 사라져버리는 신기루같았다. 분명 1분전까지 홀랑 벗고 같이 있었는데 말이다.참 희한한 여자다. 그녀는 통제 불가능한 최음향이요,기존의 질서를 무너지게하고 상식과 관습을 벗어나게 하는 존재였다.

 

 마흔 세 살에 재호는 채영을 만났다. 붐비는 인천공항 대합실에서 출발시간에 너무 일찍 나와 남아 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여 어슬렁거릴 때 한 여자가 눈에 띄었다. 그 여자의 첫인상은 뭐랄까,신분이 아주 높은 여자와 맞닥뜨린 것 같았다. 품위있고 도도하고 우아한 인상이었다. 그럼에도 손을 내밀면 거절하지 않을 것 같은 따뜻함이 느껴지는 여자였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그의 인생에 깊숙이 개입할 여자임을 첫 눈에 알아차렸다.투명한 봄햇살이 비치는 입구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재호는 그녀에에 가까이 다가가  넓은 유리창 너머의 비행기에 잠시 눈길을 주다가 그녀의 모습을 찬찬히 관찰했다.

 

 갸름한 얼굴, 촉촉하고 부드러운 피부,혈색이 좋고 건강하다, 어려보인다. 끝이 살짝 올라간 버선형 코, 도톰한 입술, 볼이 통통하면서도 턱은 날렵했다. 눈은 크고 콧날이 오똑했다. 눈매가 고왔다. 검정 재킷,검정 셔츠,검정 바지를 입고 있었다. 얼굴이 눈처럼 희었다. 가녀리고 섬세한 손가락이 눈에 들어왔다. 가슴과 허리,둔부로 흘러내리는 곡선이 환상적이었다. 너무나 아름답고 관능적인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 여자는 재호의 인생에 그냥 지나칠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그는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서늘한 느낌이 머리로 올라왔다.

 

 생각에 잠겨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그녀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깜짝 놀라서 여기 저기 허둥대며 찿아 보았지만 허사였다. 가슴 한 구석이 싸하니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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