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ck

오규원(오규옥)
Oh Kyu-won.jpg
출생1941년 12월 29일
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읍
사망2007년 2월 2일
직업시인, 교육자
국적대한민국 대한민국
장르
대표작<한 잎의 여자>
수상내역현대문학상, 연암문학상, 이산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오규원 시인은 보통 사람이 호흡하는 산소의 20퍼센트밖에 호흡하지 못하는 질환을 앓다가 

2007년 겨울에 타계하셨다. 나는 시인의 죽음이 물론 안타까웠지만 그보다도 

그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제자의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쓰셨다는 시가 가슴 깊이 남아있었다.

그는 임종 직전에

 

한적한 오후다

불타는 오후다

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나는 나무 속에서 자본다

 

라는 마지막 시를 남겼다. 그는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시를 품은 시인이었다. 

 

<한 잎의 女子1>는 시집 <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1987)에 실린 작품인데, 그 당시에 많은 연인들이 사랑하는 이에게 옮겨 보내곤 했다고 한다. 처음 이 시를 읽었을 땐 약간 흘러간 유행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 여자, 여자 하고 자꾸만 반복되는 시구가 자꾸만 입에 맴돌았다. 이 시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이 시를 사랑했던 여자의 모습들에 대한 아름다운 회상의 시, 혹은 헤어진 후에도 뒷방에서 그녀를 잊지 못하고 그리며 여자에 대한 서운함을 가진 남자의 푸념의 시로 읽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 있어 이 시의 묘미는 읽으면 읽을수록 여자에 대한 이미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언어에 대한 은유로 읽힌다는 것이었다.


시인은 죽어서 시를 남긴다는 건 틀린 말이다. 시인은 죽어서 시가 된다. 시가 되어 돌아온다.

지난 여름 병석에 누운 시인의 ‘불 타는 오후다’라는 시를 어느 시인으로부터 전해 듣고는 

망연자실했다.

그때 내 마음이 그랬으니까. 아껴둔 동반시다. 동반시에 대한 시평이 기막히게 좋다. 

시는 더 좋다.

잊지 말고 작성산의 정상에서 충주호를 바라보며 이 시를 읊자. 충주호같이 아름다운 호반을 닮은

여자를 생각하며. 이런 女子 하나 가슴에 품지 않은 남자는 남자가 아니다. 

이런 女子 하나조차 가슴에

품지 않은 남자 아닌 남자가 읊어라. 가을처럼 읊어라.

 

 

한 잎의 여자                    

                               오 규 원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끄만 女子, 

그 한 잎의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나는 정말로 한 女子를 사랑했네. 

女子만을 가진 女子, 

女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女子, 

女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女子, 

눈물 같은 女子,

슬픔 같은 女子, 

病身 같은 女子, 

詩集 같은 女子,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女子, 

그래서 불행한 女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女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女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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