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가을빛 속에서

2016.12.11 09:57

최선호 조회 수:17

 

 

가을빛 속에서


 

 

 

   따가운 여름햇살이 한풀 접히는가 싶더니 요즈음은 이채로운 가을빛과 함께 황홀한 모습으로 눈이 부시도록 우리들 시야에 다가와 준다.

 

  창세 때부터 이글거리며 떠올라 만물을 생성케 하고 결실케 하며 우리 인생들의 삶을 비춰주는 태양에서 따스하신 하나님의 가슴을 느낄 수 있고, 하나님의 영광을 발견하게 된다.

 

  저렇게 거대한 태양이 중천에 머물기도 했고, 주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는 그 순간에는 빛을 잃어 온 땅에 어두움을 내리기도 했으며, 이사야의 간구로 아하스의 일영표에 나아갔던 해의 그림자가 십 도나 물러가기도 하였었다니 참으로 신기하고 놀라움을 감출 길이 없다.

 

  태양은 그리스도의 영광을 위하여, 하나님의 은혜를 위하여, 성도들이 누리게 될 영광을 위하여, 여호와의 율법과 그 증거로 이 땅위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비추고 있음에 우리들이 살아 숨쉬는 오늘의 햇볕 속에서 무한한 감사와 기쁨을 느끼게 된다.

 

 날이면 날마다 떠올랐다가 지는 태양은 그저 떠올랐다가 지는 물체일 테지만, 저토록 웅대한 섭리를 바라보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생각지 않을 수가 없다.
 
  후리웨이를 달리면서 종종 태양과 마주치게 된다. 나는 지금 65마일의 속력으로 후리웨이를 달리고 있지만 저 태양은 나와 비교도 안 되는 빠른 속력으로 하늘을 달리고 있다. 물론, 자전과 공전으로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지만, 아침에 떠오른 태양이 하늘 중천을 지나 서녘 하늘을 물들이며 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하나님의 섭리와 인간의 삶을 생각해 본다.

 

  인생뿐 아니라 이 세상 만물들이 어딘가를 향해 무한히 달리고 있다. 소생을 위해 달리기도 하고, 죽음을 향해 달리기도 한다. 그러면서 봄을 맞고, 여름을 지나, 가을을 맞게 되고, 결국 겨울에 당도하게 된다. 한 평생 햇볕을 받아 살면서도 하늘에 뜬 저 붉은 태양을 제대로 바라보거나 태양을 통해 내려주시는 하나님의 영광과 사랑을 마음 깊이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언젠가 장님 목사님에게
 "만약 목사님께서 눈을 뜨신다면 가장 보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 보았다.
 목사님 대답은 "만약 내가 눈을 뜬다면 제일 먼저 보고 싶은 것은 서녘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태양과 그 주변에 펼쳐진 저녁노을"이라고 대답하면서, "다음으로는 손으로 쓰다듬어보기만 했던 아내와 자녀들의 얼굴"이라고 대답을 하였다.

 

  사랑하는 아내보다도, 귀여운 자녀보다도, 하늘에 뜬 태양과 저녁놀이 먼저 보고 싶다는 그 분의 대답과 함께 닫혀있는 눈언저리로 눈물이 번져 나오고 있었다.
 
  그렇다. 자기 자신의 얼굴 모습이 먼저 보고 싶은 것이 아니다. 영화나 소설책이 먼저 보고싶은 것도 아니다.
 
  저 하늘에 뜬 태양, 그 고운 빛으로 물든 하늘, 그리고 자녀들과 아내를 보고 싶은 것이 그 분의 확실한 소원이다. 순간 나는 가슴이 뭉클했다. 두 눈을 가지고 살면서도 바로 보아야 할 대상을 바로 보지 못하고 엉뚱한 것만 보면서 살아오지 않았는가, 자신을 살펴보게 된다. 내 모습을 보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을 찾으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자연의 모습과 식구들의 얼굴을 바로 보지 못하고 살아온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오늘, 이토록 이채로운 가을 햇살을 받으니,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 그리고 내 자신의 쑥스러운 모습이 더욱 뚜렷해지는 느낌에 뜨거운 눈물 돈다. (1996.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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