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해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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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사랑 부재(不在)시대

2017.04.12 21:32

지/필/묵 조회 수: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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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프로패셔널 포토그래퍼 BUSAN 作)


사랑 부재(不在) 시대다.


존귀함의 표상인 사랑이 일회성 유희로 전락했다는 뜻이다.

TV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허접스런 사랑 놀음이 실제 삶이 된 것이다.


백년가약을 맺은 신혼부부가 석 달 열흘도 넘기지 못하고 원수처럼 앙금을 품고 헤어지기 일쑤다.

죽음이 갈라 놓을 때까지 함께 하겠다던 맹세를 밥 먹듯 했던 사이였다.

허나, 이 같은 사랑의 맹세도 가슴이 아닌, 혀끝에서 나온 립 서비스였을 뿐이다.


선남 선녀들의 사랑 일탈행위도 점입가경이다.

사랑하는 연인을 곁에 두고서도 숨겨둔 X와 버젓이 데이트를 즐기는 가면극 주인공들이 비일비재하다.

도덕적으로 일탈 행위라고 지적하면, 아직도 순애보타령이냐며 오히려 힐난한다.


오직 나 만을 사랑한다 했던 상대가, 결혼 예물이 빈약하다는 이유를 들어 등을 보이며 매몰차게 돌아선다.

가슴속에 진솔한 사랑이 아닌, 단지 사심을 품고 상대에게 접근한 결과다. 


틈 날때마다 나 없이는 못산다고 했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변신해 가슴에 대 못을 박는 경우도 있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별을 따겠다 했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주검도 불사하겠다는 비장함도 보였다.

뿐이던가?

시도 때도 없이 밤 낮을 가리지 않고 사랑한다!”며 매달렸다.

헌데, 별은 고사하고 사랑을 헌신짝 취급하는 사례가 다반사다.


과연 이같은 어처구니를 용납할 수 있을까?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 해도 변치 않는 것이 사랑이다.


프랑스 태생 영국여성 가수 겸 작사가인 캐터리나 밸런트(Caterina Valent)는 자신이 번안해 노래한 사랑의 맹세(Till)’를 이렇게 외쳤다.

달이 하늘을 버릴 때까지, 바다 물이 모두 마를 때까지 나는 오직 그대 만을 숭배할 것이다.”


음악과 시, 그림,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도 사랑은 절대적 주어(主語).

사랑이라는 단어 없이는 그 어떤 형용도 불가능하다.


칼 릴 지브란은 사랑은 떨리는 행복이라고 했다.

사랑의 숭고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빅토르 위고는 사랑에 빠진 영혼에 수많은 별들이 지나가고 있다.”고 저술했다.

사랑의 아름다움을 극대화 한 예찬이다.


바울이 머물렀던 코린트의 화강암 비석에는 다음과 같은 명문이 새겨져 있다.

사랑만이 모든 것을 초월 한다.”


금세기 최고의 포크 록 싱어 송라이터(Singer / Songwriter)밥 딜런은 자신의 걸작 앨범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Like a Rolling Stone)를 통해 오직 사랑만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며 사랑과 평화를 노래했다.


그런 가 하면, 어느 시인은사랑은 늘 고통을 페달 돌려 자기를 불 밝히는 것이라며 사랑의 구원을 외쳤다.


춘향의 지고 지순한 사랑 역시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그녀는 탐관오리의 집요한 회유와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오로지 사랑하는 이를 위해 고군분투했다.


사랑!

그것은 영원히 타 오르는 불꽃이다.

그리고 가슴이 피어 낸 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의 으뜸인 사랑.


윌 듀랜트는 사랑을 이렇게 표현했다.

모든 것은 사멸한다. 그러나 사랑만은 스러지지 않고 주검의 골짜기에 다리를 놓는다.”


아직도 사랑 때문에 주저하는가?

만약 그대가 진정한 사랑을 원한다면, 먼저 그대가 사랑이 되어라!


(신문 칼럼)


이산해: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