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해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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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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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known)


예수라 불리는 젊은이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 소. 당장 잡아들입시다.”


유대 경건주의를 대표하는 바리사이파 원로가 회중(會衆)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원로의 이름은 플라비우스 요세프스.


그의 이 같은 단호함은 유대 분봉(分封)왕인 헤로데 1세를 움직였다.

헤로데 1세는 야심이 강하고 우유부단한 인물이었다.


왕이 말했다.

마침 잘됐구나. 나도 그 젊은이의 정체를 무척 궁금하게 여겼거든. 그가 마술(魔術)에도 능하다니 어여 데려 오너라. 그가 펼치는 쇼 타임을 즐겨보자.”


순간, 왕의 곁에 선 의 붓 딸 살로 매가 끼어들었다.

이봐요, 장군, 꼭 그 사람을 이곳으로 데려와요. 그 라바이에게 물어 볼 말이 있거든요.”


예수는 이런 경로를 거쳐 빌라도 총독 관저에 섰다.

때는 유대인들의 최대 명절인 유월절을 앞 둔 시기였다.


중동 지방 특유의 고온다습(高溫多濕)한 기온이 거듭되고 있는 때였다.

화강암을 다듬어 축조한 총독 관저 건물은 무미건조할 정도로 밋밋했다.


예수는 건물 중앙에 위치한 법정에 서 있었다.

튜니카와 비슷한 통자루 옷을 걸쳤고 맨발이었다.


예수가 겟세마네 구릉(丘陵)에서 연행될 때 신발이 벗겨진 채였기 때문 였다.

발은 예리한 돌과 나무 뿌리 등에 치어 곳곳에 살 거죽이 찢겨졌다.  

짙은 검정색 머리카락도 마구 헝클어져 있었다.

허나, 얼굴표정은 마치 명경지수(明鏡止水)처럼 고요했다.

초췌하거나 불안한 기운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 길 한복판에서 명상에 잠긴 그런 모습이었다.


작렬하는 뙤약볕에서 서 있은 지 한 시간이 넘어서고 있었다.

그럼에도 총독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예수는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자세를 흩뜨리지 않고 서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같은 시각.


총독 관저 내 사저에서는 두 중년의 남녀가 소근거리듯 밀담을 주고 받고 있었다.

총독 빌라도와 그의 부인 클라우디아 프로클라였다.


두 사람은 매우 초췌한 표정이었다.

관저 법정에 세워 둔 젊은 라바이의 심문이 내키지 않아서 였다.


부인이 말했다.

나리께서 방금 말씀하셨듯이 법정에 서 있는 젊은 선생은 아무런 범죄 혐의도 없어요. 그러니 신중하게 처신하세요.”

빌라도가 대답했다.

물론이요! 썩을 바리사이파 놈들.... 지 놈들 손에 피를 뭍이지 않으려고 저 친구를 나에게 떠 넘긴 거요. 그같은 얄팍한 수작에 넘어갈 내가 아니지.”


여기까지 말 한 빌라도가 사저 아래로 보이는 법정에 시선을 주었다.

법정 한가운데 선 예수가 보였다.

웬일인지 그의 모습이 거대한 산처럼 느껴졌다.

별일이군!’

빌라도는 속으로 이렇게 뇌까렸다.


부인이 빌라도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

“2주 전, 경비대 사령관 부인과 함께 겟세마네 동산에 갔었 어요.”

거기에는 왜?”

빌라도가 흠칫하며 물었다.

영 라바이가 기쁜 소식을(福音)을 들려준다 하기에 갔지요. 헌데, 소문 그대로 였어요.”

빌라도가 말했다.

그래서, 저 친구가 뭐라합니까?”

부인이 대답했다.

“8복을 말했어요. 그리고 너의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해라!”하며 시종일관 사랑을 강조 했어요. 심지어는 원수까지도 감싸고 보듬으라고 하더군요. 이렇게 가르치는 선생에게 무슨 죄를 묻겠 어요?”


주먹으로 턱을 괴고 부인의 말을 귀담고 있는 빌라도가 다시 걸음을 옮겨 법정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이 생각해도 이번 송사(訟事)처리는 진퇴양난이었다.

흙탕물에 발을 담그는 격이었다.

유대인들의 교묘한 술책에 걸려 들었다는 자괴감이 은근히 화를 돋구었다.

빌라도는 산만해진 머리를 추스르기 위해 아내가 청동기 잔에 가득 따라 준 포도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빌라도가 말했다.

부인. 나도 다 생각이 있소. 그러하니 걱정하지 마시고 마음 편히 계시구려.”


10분 후.


로마 복식(服飾)인 토가를 걸친 빌라도가 서재에서 천천히 계단을 밝고 내려왔다.

그러고는 법정 한가운데 서 있는 예수에게 다가갔다.


예수는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예수와 이마가 맞닿을 정도로 바짝 다가선 빌라도가 말했다.

이봐요. 젊은 선생! 대체 여기에는 왜 온 거요?”


이때가지 시선을 바닥에 고정시키고 있던 예수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빌라도에게 시선을 주었다.


순간 예수의 눈빛을 받은 빌라도가 움찔했다.

젊은 라바이의 눈빛이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없이 자애로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


빌라도는 예수로부터 받은 강렬한 느낌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한 발 물러섰다.


예수가 말했다.

그것을 왜 나에게 묻느냐?”


빌라도가 다시 물었다.

그 거야 당연하지. 그 늙은이들이 선생을 데려 왔으니까!”


예수가 말했다.

나에게 죄가 있다면 따져 묻고 아니라면, 풀어주면 그만이다.”


예수의 표현은 단호했으나 사리(事理)는 분명했다.


순간 예수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던 빌라도의 마음속에서 형언 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요동쳤다.

사저 창가에는 클라우디아 프로클라가 걱정스러 표정으로 두 사람을 내려 다 보고 있었다.


빌라도가 말했다.

선생! 이 질문은 송사와는 관련 없는 사견(私見)이요. 대답해 주시겠소?”

말해라.”

일전에 내 부관이 선생의 산상수훈을 듣고 와서 말했소. 예수가 말하길 하나님은 내 아버지이시다!’ 이 말이 사실이요?”


예수가 말했다.

그 말은, 총독의 호기심인가? 아니면, 진심으로 알고자 함인가?”


빌라도가 대답했다.

솔직히 대답 하겠소. 반 반입니다.”


예수가 말했다.

빌라도 총독. 그렇다면 내가 그대에게 묻노라. 그대는 나를 누구라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