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해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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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Chuck

Good morning from Chuck!

I hope you might good to read that these poet.. 

Enjo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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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5 월 3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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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료한 열한시류인서


 

아홉시에서 열한시 사이,

석가가 거리로 나가 밥을 빌었다는 시간

그 시간 당신도 거리에 있고 끼니를 구걸 중에 있다

 

당신의 법()도 어쩌면 많은 집에서 많은 밥을 얻는 것일지 모른다

당신은 매일 수많은 집에서 수많은 문을 두드리며 이곳에 온다

이곳에는 관가와 상가와 은행가가 있다

 

아홉시에서 열한시 사이는 구걸하기 좋은 시간

거리에는 막무가내 태양의 핏빛을 색주머니에 퍼담는 곳들과

날선 잎손을 내밀어 초록을 구걸하는 나무들

당신은 또 다른 문 앞에 서있고

당신의 수상쩍은 주발은 옆구리에 매달려 흔들린다

서쪽으로 놓인 당신 그림자는 나귀를 닮았다

 

아홉시에서 열한시 사이

당신의 머리 위로 남루의 구름 함지를 이고 새들이 날아간다


시집 여우』 (문학동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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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는 인간이 태어나서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에 겪는 온갖 고통과 근심을 일체 면하고

지극한 즐거움과 행복만을 영원히 향유하며 살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따라서 그 방법을 찾아 고생하는 세상의 모든 중생들을 구원해야겠다는 뜻을 품고 

부모와 처자식을 버리고 29세에 가출을 감행하였다석가의 출가동기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으나그 가운데 하나는 조그만 새 한 마리가 벌레를 낚아채고 하늘로 날아오르자 그 뒤를 따라온 독수리가 그 새를 덥석 물고 가는 걸 목격한 뒤로 이 약육강식의 세계에 대해 

골똘한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는 설이다.


그리하여 석가는 인간의 생로병사에 대하여 한없이 고뇌하던 나머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필코 진리를 발견하고 깨우침을 열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각오하였다출가한 석가는 강가에서 스스로 삭발하고 편력의 무리 속에 몸을 던졌다그 과정에서 거리로 나가 밥을 빌었던’ 탁발의 수행을 시작했다하지만 인생의 덧없음을 깨달았으나 일체의 세속적 욕망을 단박에 끊고 그로부터 벗어나기란 지난할 수밖에 없다

생로병사와 길흉화복 등은 인생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6년의 고행 끝에 마침내 깨달음을 얻었다지만

직업을 가지면 속세에 관련된 욕심과 죄에서 헤어날 수 없으므로 생업을 갖지 말라는 말씀만큼은 

전혀 현실적이지 못하다.


우리들의 ()도 어쩌면 많은 집에서 많은 밥을 얻는 것일지 모른다’ 

우리들은 매일 수많은 집에서 수많은 문을 두드리며 이곳에 온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곳은 관가와 상가와 은행가들이 우글거리는 거리다

다만 모든 고통과 고뇌의 근원은 죄에 있으며그 죄는 욕심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일체의 욕망을 버리면 일체의 근심에서 떠날 수 있겠지만 그것은 도무지 불가능하다

생명의 솔직한 속성은 끊임없이 더 좋은 것을 원하고 추구하는 것이며

자손을 낳아 대를 이어나가는 것이다그러므로 중생들은 욕심을 한없이 부풀리기 보다는 

절제하고 욕망을 줄이고도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하리라.


먹고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수고와 고뇌는 숭고하고 엄숙한 것이다불교는 가끔 삶은 찰나이며 살아생전의 모든 즐거움은 덧없는 것이라고 말한다꽃은 금시 시들고 부귀영화도 순간이라고 한다

그러나 찰나의 생이라지만 삶은 충분히 길고 지루하다인간의 삶이 아침에 시작해서 저녁에 끝이 난다면 

몰라도 매일 우리들의 수상쩍은 주발은 옆구리에 매달려 흔들리고 있어‘ 그것은 불가능한 노릇이다

욕망의 절제를 통해 삶의 균형을 회복할 수밖에 없다.우리들의 머리 위로 남루의 구름 함지를 이고 

새들이 날아가는 이때현대 산업문명의 한계를 직시하면서 적정 규모의 절제 있는 소비로 

인간의 만족을 극대화하자는 E. F.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주장은 

우리들 삶의 대안경제로서 불교경제학의 가능성을 점검하는 거시적 접근이라 해도 좋겠다.  (글,권순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