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ck

                         기차 여행


달리는 차창 밖으로

고향 같은 마을이 내다뵌다

집집마다 감나무, 대추나무,

잎새들 몹시 반짝거려

동네가 환히 들여다 보인다.

툇마루마다 반들반들 닦아져 있고

방안엔 머리 감아 빗은

달덩이 같은 처녀 꽃수를 안고 있네.

그 앞집 부엌에선

떡시루 김 오르는 거 보이고

또 그 옆집 말끔히 쓸어진 뜰의 뽀얀 흙 위엔

암탉 한 마리 졸고

그 곁으로 어린애기 아장 걸어가고 있네.

"아, 저기는 내 고향,내가 자라던 동네

저 아장아장 겉고 있는 애기는

바로 내가 아닐까" 하는 순간

기차는 새된 기적 소리를 지르며

시커먼 터널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동리 소설가(1913~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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