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ck

                                           7월의 詩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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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목필균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

돌아 선 반환점에

무리지어 핀 개망초

 

한 해의 궤도를 순환하는

레일에 깔린 절반의 날들

시간의 음소까지 조각난 눈물

장대비로 내린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폭염 속으로 무성하게

피어난 잎새도 기울면

중년의 머리카락처럼

단풍 들겠지

 

무성한 잎새로도

견딜 수 없는 햇살

굵게 접힌 마음 한 자락

폭우 속으로 쓸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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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가슴에 7월이 오면-이채

 

탓하지 마라

바람이 있기에 꽃이 피고

꽃이 져야 열매가 있거늘

떨어진 꽃잎 주워들고 울지 마라

 

저 숲, 저 푸른 숲에 고요히 앉은

한 마리 새야, 부디 울지 마라

인생이란 희극도 비극도 아닌 것을

산다는 건 그 어떤 이유도 없음이야

 

세상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는

부와 명예일지 몰라도

세월이 내게 물려준 유산은

정직과 감사였다네

 

불지 않으면 바람이 아니고

늙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고

가지 않으면 세월이 아니지

세상엔 그 어떤 것도 무한하지 않아

아득한 구름 속으로 아득히 흘러간

내 젊은 한 때도 그저 통속하는

세월의 한 장면 일 뿐이지

그대,

초월이라는 말을 아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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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 꿈꾸는 사랑 -이채.

 

하찮은 풀 한 포기에도

뿌리가 있고

이름 모를 들꽃에도

꽃대와 꽃술이 있지요

아무리 작은 존재라 해도

갖출 것을 다 갖춰야 비로소 생명인 걸요

 

뜨거운 태양 아래

바람에 흔들리며 흔들리며

소박하게 겸허하게 살아가는

저 여린 풀과 들꽃을 보노라면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견딜 것을 다 견뎌야 비로소 삶인 걸요

 

대의만이 명분인가요

장엄해야 위대한가요

힘만 세다고 이길 수 있나요

저마다의 하늘을 열고

저마다의 의미를 갖는

그 어떤 삶도 나름의 철학이 있는 걸요

어울려 세상을 이루는 그대들이여!

저 풀처럼 들꽃처럼

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 무엇하나 넉넉하지 않아도

이 하루 살아 있음이 행복하고

더불어 자연의 한 조각임이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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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육사

-1904~1944

- 경북 안동 출생

-본명 이원록

-그의 시는 식민지하의 민족족 비운을 소재로 삼아 강렬한 저항 의지를 나타내고,

꺼지지 않는 민족정신을 장엄하게 노래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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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이 오면 -오정방

훨훨 날아가는 갈매기 
옛 친구같이 찾아올 
7월이 오면 
이육사를 만나는 것으로 
첫날을 열어 보리

활활 타오르는 태양이 
소낙비처럼 쏟아질 
7월이 오면 
청포도를 맛보는 것으로 
첫날을 시작하리

(오정방·재미 시인,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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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이해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 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 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 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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