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2017.10.28 09:19

조형숙 조회 수:56

<도서관>

   Central 도서관을 다녀왔다. 1926년 개관한 중앙 도서관은 글로벌 수준의 도서관으로 미 전국에서 세번째로 크다. 희귀도서 1만6000권을 포함해서 200만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다. 그 넓이와 크기, 많은 층에 소장된 엄청난 책들에 입이 벌어졌다. 많은 선조들과 작가들이 쓴 책과 문학이 다 있는 것 같았다. 알 수 없는 글자로 적혀 있는 책도 많았다. 한 모퉁이를 돌 때마다 꽂혀 있는 작은 책 하나하나에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책은 나와 전혀 다른 세계에 있는 신기하고 멋있는 것들을 알 수 있는 보물이다. 그 수천 수만의 보물을 아주 천천히 돌아보았다. 

    도서관의 책들은 영원히 이곳을 지키고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더 많은 신간의 책이 들어와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200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Orhan Pamuk은 수상 소감으로 쓴 '아버지의 여행 가방'에서 "세계 도서관에 자신의 책이 꽂힐 거라는 낙관적인 생각으로 작가의 길을 가면서 무한한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이제 글쓰기를 시작한 내가 "혹시 이다음에 내가 쓴 글이 들어 있는 책이 어느 도서관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으려나?" 생각하며 잠시 가슴이 벅차오른다. 진짜? 그럴 수 있을까?

   2017년은 셰익스피어(1564-1616) 서거 400주년 기념의 해다. 기념관 안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연극과 소설, 영화의 영상이 돌아가고 있어 400년 전 그때 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한 곳에는 연극의 소품들이 있고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도 있게 해 놓았다. 오필리아의 가발을 써 보았다. 줄리엣이 쓰던 술잔을 들어보고, 마시면서 쓰러지는 흉내도 내보았다. 햄릿의 모자를 쓰고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외쳐보기도 했다. 잠시 셰익스피어에 빠져 있다가 나왔다. 셰익스피어의 책을 빌려 가려고 골라 보았는데 모든 책이 시나리오처럼 대화식으로 되어 있다. 안 읽었던 책 중에 헨리 4세를 골랐다.  1부, 2부로 나누어져 있었다. 수만의 책 중에 두 권을 빌려 도서관을 나설 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쓸 정도는 아니었다.

   내친김에 브로드웨이와  5가 코너에 있는 The last book store에 들렀다.
빛바랜 고서들로 아치를 만들어 놓은 밑을 지나면서 둥근 테 쪽을 만져 보았다. 어느 책이라도 하나가 흔들리면 다 무너져 내리는 게 아닐까 순간 염려가 되기도 했다. 긴 벽에 3~4개의 줄이 매달려 있고 줄마다 책을 펼쳐 걸어 놓았다. 마치 햇빛에 말리려고 잔 빨래를 촘촘히 걸어 놓은 것 같았다. 걸려 있는 책들은 홍시의 색깔이 무색하리만치 진하게 퇴색이 되어 바라보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책방도 너무 크다. 사진, 그림책, 동화, 만화, 영화, 소설. 책이란 종류는 다 있는 것 같다. 2층에는 편물까지 전시하고 실을 팔기도 한다. 작은 갤러리 안에서 작가들이 직접 작품활동을 하고 판매한다. 전에 일터가 그 근방이라 이름은 알고 있어도 들러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엄청난 책을 소장하고 있는데 정말 놀랐다.

   더 많은 책을 읽고 쓰고 생각하겠다고 다짐했으니 관심을 가지고 책을 보아야 할 책임도 있고 필요도 있다. 쉼을 가지고 머리와 가슴을 비우고 나서 더 새로운 것으로 채워볼 생각이다.
(5매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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