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아름다운 켈리

2017.11.28 00:19

서경 조회 수:196


아름다운 켈리 1.jpg



단골 손님 켈리가 왔다. 
언제나 아름다운 미소를 잃지 않는 켈리.
처음부터 나는 그녀가 좋았다.
그녀도 처음부터 나를 좋아했다. 
우리 가게는 비유티 제품 판매와 서비스를 동시에 하는 뷰틱살롱이다. 
 
이민 와서 한동안 문화부 기자 생활을 하던 내가 얼토당토하지 않게 이 계통으로 빠져버린 건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첫째, 이민 생활 2년차를 지나며 코리아타운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외국인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또한,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생활 영어도 배우며 글감도 얻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나의 예상은 적중했고,  손님과의 대화가 바로 자연 인터뷰로 연결되는 직장 환경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덕분에, 돈과 지위를 떠나 지금까지 즐겁고 행복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제일 짧게 공부하고 라이센스를 딸 수 있는 게 네일 테크니션. 
한국 사람들이 거의 도전하지 않는 분야로, 3개월이면 된다고 했다. 
인내심 없는 나는 척추 신경 의사 공부 하자는 친구의 권유를 뿌리치고 그것부터 도전했다.
유명한 야마노 비유티 칼리지를 졸업하고 영어로 된 150 문제의 이론 시험과 실기 시험을 거쳐 당당히 합격했다.
특히, 초보자 생활 6개월만에 LA Time지를 펼쳐들고 베벌리 힐스 일번지 로데오 거리로 진출할 수 있었던 건 즐거운 시건방(?)이었다. 
젊어서 그랬을까.
34세의 거침없는 하이킥이었다. 
 
티파니 바로 옆에 붙어 있던 죠지아 클링거.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킨 케어 제품과 프랜차이즈 살롱을 가진 고급 뷰틱 회사였다.
이층까지 연결된 솟을 대문같은 은색 철문을 밀고 들어서면서 나의 새로운 필드가 열렸다.

이건,  뷰티 살롱이 아니라 완전기업이다.
짧은 노랑 단발 머리에 짙은 코발트 색깔의 스카프로 어깨를 감싼 매니저 패트리샤는 5 피트 단신 동양 여자를 호기심 있게 내려다 봤다.
섰을 땐 키 차이가 많이 났어도, 앉으니까 그다지 기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미국 회사 인터뷰할 때의 첫째 금기는 '동양적 겸손함'이라고 들었다.
"못하지만, 잘 해 보겠습니다!" 하면 잡 인터뷰에서 백발백중 떨어진다고. 
당당하고 자신있는 태도가 좋은 인상을 준다는 말을 그래픽 디자인 교수님은 누누이 강조하셨다. 
그 이후, 그래픽 디자인 클래스에서 들은 이 말씀은 인터뷰 때마다 적용하는 제1 세칙이 되었다.  
떠듬거리는 영어로도 태도만은 자신감있게 보인 탓인지, 인터뷰도 쉽게 통과하고 월급도 기자보다 훨씬 많이 받았다. 
그때부터 시작된 베벌리힐스 직장 생활.
세계적 명품 로데오 거리에 사이즈 6도 채 안 되는 내 작은 발로 무수히 많은 문신을 찍어댔다.
해마다, 그레미 어워드와 에이미 어워드를 치루고 제품 세일과 서비스를 넘나들다 보니 어느 새 30년이 훌쩍 지났다.  
 
미국이 좋긴 좋다. 
얼굴엔 밭두렁논두렁 같은 주름을 지니고, 환갑 진갑 다 지난 여자가 아직도 shop in shop을 운영하며 비유티 필드에서 활개치고 있으니 말이다.
쌓인 햇수만큼이나 얘기거리도 많다.
그동안, 앨리자베스 테일러와 실린 디온, 앨톤 죤까지 세계적 스타와 가수들을 많이 만났다. 
내 노라하는 CNN 앵커와 유명 인사도 많이 만났다.
하지만, 그건 대단한 얘기거리가 아니다. 
나는 그들과 사진 한 장 같이 찍지 않았다.
나는 그들을 친밀한 한 사람의 손님으로 대했을 뿐, 스타로서 만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그들을 사랑한다. 
가진 자가 더 너그러운 것도 그들로부터 배웠다. 
그들의 겸손함과 너그러움 그리고 나를 파안대소하게 하는 유머 감각이 그들을 더욱 사랑하게 만들었다.
그들과 나누었던 인간적 교감은 앞으로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볼려고 한다.  
 
오늘 내 이야기의 물꼬를 틀어준 켈리는 세계적 스타도 가수도 아니다.
하지만, 그녀의 삶 자체는 내겐 한 권의 잠언서다.
내가 그녀를 만난 첫날이, 하필이면 그녀가 유방암 수술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미소 지으며 담담하게 "내일이 바로 내 유방암 수술 날짜야!" 하고 말하던 그녀 표정을 난 잊지 못한다.
단 한 점의 그늘도 걱정도 없어 보이던 그녀의 미소.
그 미소가 외려 내 누선을 자극했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여인.
나는 그녀를 힘껏 껴안고 "잘 될 거야! 힘 내!" 하며 보냈다. 
수술을 받고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그녀.
풍성했던 그녀의 갈색 머리칼은 죄다 빠져 버리고, 그녀는 스카프와 밀집 모자로 멋지게 치장을 하고 나타났다.
여전히 잃지 않은 그녀의 아름다운 미소!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그녀의 말에, 난 완쾌 되면 코리언 바비큐를 사 주겠다는 말로 화답했다.
종종 내 카카오 스토리에 실린 글을 보여주며 긍정적 삶을 
나누는 그녀. 
오늘 나는, 네 얘기를 쓰고 싶다며 그녀에게 포즈를 취해 달라고 했다. 
그녀는 " 오케이!" 하며 흔쾌히 포즈를 취해 주었다.
초상권 문제로 날 고소하지 말라며 농을 했더니 함박웃음을 날렸다. 
좋은 사람과의 아름다운 만남.
이것이 바로 생활의 비타민이 아니고 무엇이랴!

                                                                                      (사진 : 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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