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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지상주의

2018.02.04 03:12

라만섭 조회 수:7370

외모 지상주의

인종 차별, 성차별과 더불어, 사회 적 차별 행위에서 사람의 외모를 부각 시키는 루키즘(Lookism) 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을 평가 하는데 있어서 외모(인상)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인상이 좋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하여 돈을 더 많이 벌고, 돈 많은 배우자를 얻게 되며, 심지어는 은행 대출을 받는데 에도 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들었다.


요즘 얼굴 성형이 성행 하면서 외양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가는 젊은이들을 본다. 일각에서는 개성을 무시하고 미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내려는 발상 자체가 자연을 거스르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인공미에 대한 집착이 유난히 팽배해 있는 사회에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외모 지상주의가 이렇게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왕이면 다홍치마 라고, 보다 보기 좋은 것을 선호하는 심리는 인간 본연의 타고난 상정임을 증거하는 사례가 있다. 생후 3개월 에서 6개월 되는 아기들 앞에 예쁜 여자의 사진과 덜 예쁜 여자의 사진을 놓아 두고 반응을 살펴 보았더니, 그들이 예쁜 여자의 사진 앞에서 보다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하는 조사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캘리포니아주와 매싸츄셑주에서 학대를 피해 정부가 보호중인 아이들을 조사한바 있는데, 이 아이들은 대체로 평균 이하로 덜 예쁜 애들 이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주고 있다. Lookism을 부추 키는 사회적 요인으로, 드라마나 영화의 영향을 꼽고 있다. 훤칠한 체격에다 개성 미 넘치는 수려한 외모의 남주인공은 동경의 대상이 되며, 아름다운 여주인공의 매혹적인 얼굴과 몸매는 젊은 여성 시청자들이 바라는 표준형(Benchmarking)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미디어는 외모지상주의를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것으로 시청자들에게 부각 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외모 지상주의는 그 자체 내에 여러 문제를 내포 하고 있다. 자기 자신에게 신체적 결함이 있다는 선입관을 가지게끔 유발하는BDD( Body Dismorphic Disorder)가 대표적이라 한다. 이병을 가진 환자들은 극심한 불안 초조를 겪으며 성형 수술을 택하게 되는데, 어떤 이들은 처음의 성형 수술 결과에 만족 하지 못 하고, 또 다른 수술로 이어 진다는 것이다. 여러 번의 수술 끝에, 수술 전보다도 더 역겨워진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고민을 하다가 드디어느 배우자와 이혼을 하고 파탄을 맞기도 한다는 것이다. 외모 지상주의가 초래하는 부정적인 측면이라 하겠다.

외모 지상주의는 또한 성의 상품화를 촉진하는 역할도 한다고 한다. 즉 겉모양에 치중하여 그 사람의 값(가치)을 매기고, 성을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 시킨다는 것이다. “Sex and the City”같은 테레비 연속극은 그런 풍조를 잘 반영 하는 것이라 한다. 잘 생기지 못한 사람들은 외모에서 오는 차별을 당하게 되고 나아가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 해주는 조사가 행해 진바 있다. 별볼일 없이 생긴 키 작은 흑인 남자와, 잘 생기고 키가 큰 백인 남성 두 사람을 무작위로 추출하여 지나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길을 묻게 하였던바, 첫 번째 사람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거부 반응을 일으킨 데 반하여, 두 번째 사람에게는 친절하게 응해 주는 상반된 태도를 보여 주더라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은 취업 면에서도 들어 난다고 한다.

인종차별 행위는 많이 퇴색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인 근절에 거는 기대는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대부분의 백인의 뇌리에 뿌리 깊이 각인된 우월감이 완전히 지워 지기에는 요원한 느낌이 든다. 흑인 대통령의 탄생은 오히려 인종 증오를 부추기는 계기가 됐다고 하는 말도 있으며, 고용 균등 법 (Affirmative Action)의 폐기가 위헌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결도 나온바 있다. 미국 사회의 멜팅폿(Melting Pot)정신도 한낱 구두선( 口頭禪)에 그치고 마는 것인가.


사람의 외모를 바꾸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양적, 물리적인 변화는 인위적으로 어느 정도 가능 할지 모르나 질적, 화학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만약 추하게 태어나는 것이, 소수 인종이나 장애자로 태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법적인 핸디캡으로 간주된다고 가정할 때 이 또한 법의 보호를 받아 마땅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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