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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불법 체류자

2018.03.27 04:17

라만섭 조회 수:12

불법 체류자

백호주의(White Australianism)의 나라 호주 땅에 내가 처음으로 발을 디디게 된 1960년대 만해도, 현지의 공식 문서 에서는 모든 외국인을 통틀어 Alien이라고 일컬었다. 그럴때 마다 묘한 거부감 비슷한 것이 일곤 하던 기억이난다. 왜냐 하면 Alien은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을 뜻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합법 신분이었음에도 외계에서 날아온 완전히 다른 생물(동물) 취급을 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였다. 은연중에 가슴 한구석에는 일종의 피해 의식이 자리 하고 있었던 듯하다. 외국인 가운데 특히 비백인을 그렇게 지칭 한것 같다.

잠시 호주 이민의 역사를 들여다 본다. 18세기에 아메리카 대륙 이라는 거대한 식민지를 잃게 된 영국은 때마침 겹친 생활고로 말미암아 크고 작은 범법자 들로 영국내의 감옥이 초만원을 이루게 됐다. 넘쳐 나는 죄수(Convicts)들의 수감 시설 부족으로 골치 앓던 영국에게, 호주 라는 식민지는 그들의 유배지로 적격 이었던 것이다. 원주민 (Aborigines)에 대한 핍박과 만행을 일삼으면서 앵글로쌕손의 또 다른 식민지 건설이 시작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후예들인 오늘의 호주 백인들은 그들 사회의 동질성( Homogenity)을 내세우면서, 텃세를 부려 왔다. 호주 이민의 문은 백호 주의라는 단어가 말해 주듯 그동안 비백인 에게는 굳게 닫혀 있다가, 1970년대부터 조금씩 열리기 시작 했다. 그러다가 월남 전쟁에서 싸이공이 함락된 직후, 많은 한국인 근로자 들이, 급조된 관광 비자를 가지고 호주로 대거 입국 하게 됐는데, 이들은 체류 기간이 만료 된 후에도 계속 머물러 불법 체류자 신세로 전락 하고 말았다. 그 후 우여 곡절 끝에 그들은 구제된 것으로 안다.

나는 1976년에 미국으로 오게 됐는데 이민이 나라라고 하는 미국에서도 먼저 정착한 이민자들(백인)의 텃세는 호주와 다름 없었다. 다만 미국 에서의 Alien, 주로 외계인에 대한 호칭으로 통용되는 것 뿐이었다. 같은 영어권 이지만 용도의 차이를 느꼈다. 미국 이민 역사는 17세기 영국에서 청교도들이 종교 탄압과 극심한 생활고를 피해 신대륙으로 이주 하기 시작 하면서 본격화 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 후 많은 이민자들이 유렆의 여러 나라에서 기회의 땅 신대륙으로 밀려와American Dream을 이루고, 미국 이라는 부강한 나라를 건설 하기에 이른 것이다. 잛은 기간 동안에 미국이 세계사에 보기드문 부흥을 가져 오게된 배경에는, 이만자 들의 투철한 개척 정신과 더불어 그들의 실용주의 사상에 힘입었다고 본다. 같은 무렵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의 강제 이주도 17세기 부터19세기에 걸쳐 꾸준히 행해 졌던것이다. 이렇듯 유렆 백인의 이주와 아프리카 흑인의 유입이 전부 이다 싶이 하던 미대륙에, 골드럿쉬(Gold Rush)를 전후하여 많은 중국인들이 멀리 바다건너에서 밀려와 백인의 경제적 기득권을 잠식 하기 시작 했다. 이는 그 후(1882)에 소위 중국인 배제법(Chinese Exclusion Act)의 발효를 기져오기에 이른다. 그 당시 샌프란시스코의 한 공원 입구에는 개와 중국인의 출입을 금지 한다는 팻말( No dogs and Chinese) 이 등장 하는 일까지 생기게 되었던 것이다.

1965년 이전의 미국 이민은 유렆계 백인들을 대상으로 한것 이었으나 오늘에 와서는 아세아계와 중남미계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것은 합법적인 이민에 있는 것이 아니고, 합법적인 체류 신분이 없는 불법 체류자 들이다. 법의 사각(死角) 지대에 놓여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 할수도 없고 법의 보호를 받을 수 도없는 힘 없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신분을 입증할 서류가 없는 이른바 서류미비자(Undocumented Immigrants)이다. 현재 미국에는 11백만명이 넘는 불법 체류자가 있으며 그중의 26십만 정도는 캘리포니아에 거주 하는데 전체 가주 노동 인구의 10%를 차지 한다고 하며, 가주 GDP30%는 이들의 손에 의하여 창출 되고 있다고 한다. 이들중 약 675,000명 에게는 미국에서 출생한 자녀가 있다고 한다. 이른바 드리머(Dreamers)인 것이다. 이 같은 불법 체류자 문제는 미국 사회의 주요 골칫거리로 선거철 마다 큰 이쓔가 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문제를 놓고 의회와 협의하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고 있으나, 공화당의 강한 반발에 부딛쳐 교착 상태에서 벗어 나지 못 하고 있다. 하원을 지배하는 공화당은 만약에 오바마가 행정명령(Executive Authority)을 발동하면 돈줄을 끊어 버리겠다고 위협 하고 있다. 민주당원 들도 표의 향배를 놓고 불안해 하기는 마찬가지 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래 이들의 추방하기 위하여 애쓰고 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수많은 불법 체류자 가운데 33세의 호세 안토니오 바르게스 라고 하는 이름의 좀 특별한 케이스가 있어 아래에 소개 한다. 그는 12살나던 해에 미국에 사는 조부모가 마련해준 위조 비자를 가지고 필리핀 에서 미국으로 밀입국 하여 21년째 불법 체류자로 살고 있다. 현재 신문 기자로 활약 하고 있는 그는 최근에 텍사스에서 중남미 아동 밀입국 사건의 취재를 끝내고 돌아 가다가 국경 수비대에 체포될 때까지, 단 한번도 검거 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가 16살때 운전 면허를 취득하러 DMV에 갔다가 자신의 신분증이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는 불법 체류자로서 아무런 제약 없이 살아 왔던 것이다. 대학도 졸업하고 신문 기자가 된 그는 2007년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 취재로 Pulitzer상을 수상 하게 된 것을 계기로 유명해 졌다. 2011년 그는 자신이 불법 체류자임을 밝히면서 미국내의 불법 체류자 문제를 공론화 하기에 이르른다. 그리고 Define American이라는 단체도 결성 하였다. 그런데 자신을 모델(Role model)로 한 중남미 아동 밀입국 사건 취재에 나섰다가 합법적 서류를 제시 하지 못해 체포된 사건이 생긴 것이다. 당시 그는 입국비자가 없는 필리핀 여권을 소지 하고 있었다 한다. 수갑이 채워져 구금 되기는 하였으나 법정에 출두 하겠다는 서약서에 서명 함으로써 하룻만에 풀려 났으며 그후 3년간 40개주를 돌아 다녔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이같은 그의 행각은 적지 않은 파문을 낳기도 하고 성과도 거두게 되었다고 하겠다. 얼마전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 명령을 발표 하였는데, 거기에 의하면 16세 이전에 미국에 입국하여 5년 이상 지속적으로 체류한 15--30세의 불법체류자의 추방을 중단 한다는 것이였다. 불법 이민자들에게 미 시민권 취득의 기회를 부여 하겠다는 민주당의 포괄적인 이민 개혁 법안인 Deam Act의 추진 계획도 아울러 발표 하였다. ‘바르가스는 작년에 자신의 경험을 소재로한 영화를 제작 감독한바 도 있다. 그런데 그의 이같은 행동은 예상치 않은 또 다른 문제를 몰고 온 것이다. 다름 아니라 중남미 지역으로 부터의 16세 미만 소년들의 대거 밀입국 사태가 불거져 나온 것이다. 부모의 종용으로 국경을 넘다 붇잡힌 미성년자의 수가 자그만치 57천명을 넘어섬으로써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공화당은 오바마가 이같은 사태를 초래 했다고 정치 공세를 펴고 있다. 이에 오바마는 미성년자 수용 시설을 증축하고 국경 경비를 강화할 목적으로 의회에 37억불의 예산을 요청 하였으나 가센 반발에 부딛치고 있는 실정이다. 진퇴 양란의 골치 거리가 된 불법 체류자 문제는 이미 고장난지 오래인 사회보장제도 와 더불어 미국이 앞으로 풀어 가야 할 수 많은 난제 중의 하나로 남아 있다.

불법 체류자 문제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렆의 여러 선진국 에서도 사회 문제가 된지 오래이다. 현재 한국에도 상당수의 불법 체류 외국 근로자가 있는 것으로 안다.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불법 체류자 문제는 세계화 시대에 사는 오늘날, 웬만큼 산업화를 이룬 국가에서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사회 문제로 대두 되고 있다. 세계화의 거센 물결이, 종래의 국경이 가지는 의미를 희석 시키는 결과 인지도 모른다.

 

 

201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