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ck

6월에 익어가는 것들, 혹은 화해와 평화

6월이다. 한동안 다투어 피어나던 꽃들도 고비를 맞았다. 
찔레에 이어 온 동네를 붉게 물들이던 장미꽃이 아마 동네에서 만난 마지막 봄꽃이 아닌가 싶다. 어느 날 불타오르기 시작한 장미는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시작하여 인근 공립 중학교, 그리고 산 아래 이어지는 주택가 담장으로 번져갔다. 


· 동네 한 바퀴-매화 지고 앵두, 살구꽃까지 
· 동네 한 바퀴 ② 살구와 명자 지고 사과꽃 피다 

그러나 꽃의 목숨은 그리 길지 않다. 어느 날부턴가 꽃은 시들고, 한 장 한 장 꽃잎을 떨구고 마침내 스러진다. 여전히 장미꽃 행렬은 이어지지만,

어느 날부터 활기를 잃고 어두워지더니 이미 꽃잎이 떨어져 

별 모양이 된 꽃받침과 동서(同棲)하고 있다.


6월, 계절이 여름으로 접어드는 시기니 나무들이 열매를 맺기 시작한 건 

당연한 일이다. 세상의 변화나 인간의 삶과 무관하게 식물들은 

자신의 한살이를 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들의 성장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지난겨울부터 

그들을 지켜보아 왔기 때문이다


총알구멍의 침묵-평화도 익어간다


“지금 익어가는 것은 물기 많은 과실만이 아니다. 
지금 익어가는 것은 저 깜깜한 총알구멍의 침묵이다.”


이는 산행을 마칠 때마다 내 입에서 맴도는 시구다. 아마 4·19 혁명 이후에 발표된 시라고 기억되는데, 안타깝게도 기억은 거기까지다. 스무 살 무렵에 읽은 그 시는 누가 썼는지, 제목이 무엇이었는지도 모른다. 

인터넷을 검색해 봐도 찾을 길이 없다.


오늘,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완전 비핵화·안보보장’ 4개 항을 합의하고 

막을 내렸다. 어떤 일정과 방식으로 한국전쟁의 종전선언과 평화선언이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공교롭게도 6월은 68년 전, 한국전쟁(1950~1953)이 일어난 달이다. 

아마 그래서 익어가는 과실들을 바라볼 때마다 저 40년도 전에 읽은 시구가 

떠올랐을 것이다.


익어가는 총알구멍의 침묵. 이미 지난 4월 27일에 판문점선언을 통하여 남북 정상은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선언한 바 있었다.

쉬 믿어지지 않지만, 남북 화해와 평화의 시대가 지금 눈 앞에 펼쳐지고 있고, 

우리는 그 시대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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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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