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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의 인생설계

2018.07.14 08:06

라만섭 조회 수:10

백세 시대의 인생설계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요즈음, 65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18세미만의 청소년을 이미 앞질렀다. 내가 입주해 있는 은퇴촌의 평균 연령은 78세이다. 60~70대는 청장년, 80대는 초로(初老), 90대에 가서야 비로소 노년기에 들어서는 영광(?)을 누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총인구 9천명 가운데, 90대는 수두룩하며 100세를 넘긴 사람도 30~40명 정도 된다는 전언이다.

 

오래전 점심 식사 차 씨즐러 식당에 갔을 때의 일이다. 씨니어 할인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는 직원의 친절한 제의에, 얼굴이 화끈 거리던 생각이 떠오른다. 철없던 시절(60여세 정도), 늙은이 취급에 심한 거부감을 보였던 것 같다. 어디를 가나 할아버지로 통하는 요즘과는 격세지감을 느낀다. 한 리서치기관의 조사는, 2050년쯤에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100세를 넘긴 인구가 전체인구의 약 10%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본다. 요즈음은 80을 훨씬 넘긴 나이임에도 청년 못지않게 활발한 사회활동을 이어가는 신세대 노인들이 있다. 특히 할머니들의 활약이 눈에 뜨인다. 그들은 틀니를 하고 호물거리며 허송세월을 일삼는 구식 늙은이가 아니다.

 

하지만 주변에는 이 같은 노인들의 적극적인 생활태도를 무색하게 하는 현상이 존재한다. 다름 아닌 노인차별(Ageism)이다. 거기에는 노인에 대한 무시와 편견과 혐오의 그늘이 짙게 깔려 있다. 영국의 한 통계는 노인 차별이 성차별이나 인종차별을 훨씬 넘어 선다고 밝히고 있다. 고독과 빈곤, 그리고 신병은 그들이 사회를 기피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 된다. 때로는 소외와 상실의 삶을 이어가다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노인의 경우도 본다.

 

노인차별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해가는 사회는, 일찌감치 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이다. 노인차별의 출발점은, 노인의 연령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해 놓고 판에 박힌 고정관념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라는 것이다. 최근 일본정부는 현재 노인의 연령 기준을 70세로 상향조정 중이라고 한다. 노인은 사회에 부담만 안겨주는 무익한 존재일 뿐이라는 일반의 인식도 문제를 키우는 요인이 된다고 하겠다. 노인도 얼마든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한 이유이다.

 

고령화 시대에 걸 맞는 인생설계를 다시 짤 필요가 생겼다. 즉 기대수명이 길어짐에 따라서 노후설계를 다시 계획해야 할 세상이 됐다. 100세를 넘긴 나이임에도 골프를 치고 책을 출간하는 등 노익장을 과시하는 건강한 노인을 주위에서 본다. 그 배경에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요인보다도 후천적인 노력이 보다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되는 면이 있다. 내가 아는 91세 된 6,25 참전용사는, 수영과 걷기 운동에 매일 두 시간 가량을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남은 시간은 집에서 글쓰기에 전념하며 지낸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건강상태를 자랑하는 그가 있는 배경에는, 꾸준한 건강관리 계획과 이를 실천에 옮기는 투철한 정신력에 있다고 본다.

 

체감 나이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물의 수명은 일반적으로 성장기간의 6배 정도라고 하는데, 사람의 성장기간을 20년으로 볼 때 인간의 기대수명은 120살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삶의 길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을 지켜나가는 일이다. 80세면 어떻고 120세면 어떠하리. 또한 건강 못지않게 중요한 일은 마지막 날까지 품격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늙어 가는 몸에, 품위마저 없으면, 전부를 잃은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이제 우물우물 하다간 백세까지 갈 판이다. 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마음가짐으로, 이에 대비할 필요를 피부로 느끼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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