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시조 - 카톡이 끊기면
2018.07.20 15:48
철커덕!
등 뒤로
철문이 닫힌다
독방에
갇힌 죄수
달팽이처럼 몸을 감는다
일력이
없는 하루하루가
고문처럼 흐른다
* 시작 메모 : 카톡은 외로운 사람끼리 나누는 대화의 창구. 긴 대화를 나누다 카톡이 끊기면, 그때 다시 저마다 독방에 갇힌 죄수가 된다. 사랑의 죄수. 고독한 죄수, 외로운 죄수. 가석방 없는 독방 무기수 느낌이다. 방금까지도 한 공간에 같이 있는 듯 가깝게 여기며 대화를 주고 받던 실체가 한 순간에 사라지고 없다. 게다가, 바다 건너 친구일 경우엔 그 거리감이 몇 배나 더 크다. 당장 달려갈 수도 없는 그 절망감이라니! 요즘 들어 더욱 실감하는 심정이다. 새로운 삶의 터전에 새 직장, 새 성당. 모두 새롭게 적응해야만 한다. 카톡을 쳐다보지도 않던 내가, 문득 카톡에 오랜 시간 매달려 있는 걸 보고 흠칫 놀랐다. 인간 근원적인 고독은 에덴 동산을 안겨주어도, 뼛속의 뼈라는 배우자를 주어도 어쩔 수 없이 지니고 살아가야 한다. 외로움은 고독의 그림자다. 한낮의 그림자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또 다른 나의 허상이라면, 한밤의 그림자는 아예 돌돌 말아 내 안에 들어와 사는 공동 운명체다. 외로움의 그림자가 이토록 친밀하고 밀착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나 싶기도 하다. 일생 일대로 마음 수련이 필요한 때다. 한밤 중 담을 넘는 도둑 고양이의 울음이 사금파리 조각으로 가슴을 긋고 갈 때, 그것이 다름 아닌 고독과 동질의 느낌이라는 걸 새삼 깨친다. (2016년 8월)
* 시작 후기 : 2년 전에 쓴 작품을 1차 수정한 뒤, 앞으로 옮겨 왔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을 한 탓에 절해고도에 뚝 떨어진 느낌에서 많이 빠져 나왔다. 당연히, 카톡에 목숨 걸지도 않는다. 때 맞추어,도둑 고양이도 한밤 중에 야옹거리며 가슴에 사금파리로 긁지 않는다. 감정이나 느낌은 변하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이 '변함'에 대해 배신감을 느낄 정도로 경기 들어 했으나, 언젠가 부터 '축복'으로 바뀌었다. 영원한 사랑을 믿었던 젊은 날의 망상이여! 텅 빈 마음 부여잡고 공허의 세월을 보낸 그 어리석음이여! '변한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가. 감정이 변할 수 있기에 절망도 희망으로 바뀔 수 있는 것. 헛된 희망에 붕 떴던 마음도 고쳐 먹고 원위치로 갈 수 있는 것. 옛날 같으면 배반감을 느낄 수 있는 일도 "그럴 수도 있지, 뭐!" 하는 마음 하나로 다 이해하게 된다. 변하는 감정을 수용하고 사랑하니, 나도 편하고 남도 편하게 한다. 지금은 새벽 12시 30분. '새로운 시작'이다.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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