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든 한 권의 책

- 내 영혼의 쿠션’ -

 

성민희

 

 느지막이 아침을 깨우던 게으른 해가 서쪽 산은 종종걸음으로 넘어가 버렸다. ‘이 해도 기어이 가는구나.’ 어두워진 창밖을 보며 중얼거린다. 뭔가 특별한 일로 채울 것만 같았던 2018. 시간 구석구석에 내 삶이 들어차지도 않았는데 벌써 떠난다고 한다. 바람 든 무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가볍기 그지없는 나의 한 해를 또 이렇게 보낸다.

 

나를 만든 한 권의 책원고청탁에 퍼뜩 생각나는 책이 있다. 몇 년 전 권사 임직 때에 받은 책 쿠션이다. 깊은 신앙심은 물론 살림도 예쁘게 꾸리는 장필라 집사님의 선물이라 인테리어 서적인가 했는데 저자가 자기계발 분야의 베스트셀러 작가 조신영 씨였다

 ‘ 물질적인 쿠션이 안락한 느낌을 전달하듯 영혼의 쿠션 역시 우리를 평안함으로 안아주는 힘을 갖습니다. 삶의 중심에 쿠션이 있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이나 사고를 즉흥적으로 선택하지 않습니다.’ 저자의 말을 읽는 순간 마음을 씻어주는 신선함이 있었다. 인간에게는 자극과 반응 사이에 완충작용을 하는 쿠션이 있다는 발상이 얼마나 큰 공감을 일으켰는지 2008년 비전리더쉽 출판사에서 초판 인쇄를 한 것이 2011년에는 35쇄까지 했다.

 우리가 눈, , , , 피부 등의 감각기관으로 받는 자극은 운동기관을 통해 반사적 반응을 하지만 마음에 오는 자극에는 잠시 생각 후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자극과 반응 사이의 짧은 순간에 하는 결정은 마음의 쿠션 두께에 따라 달라진다. 쿠션이 두꺼울수록 상대의 말이나 행동에 대한 반응이 진중한 반면 그 공간이 얇은 사람은 자극의 충격에 반사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단숨에 읽어 내린 이 책의 메시지는 지금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를 깨운다.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이 내 마음을 휘저을 때는 소파 위에서 뒹구는 쿠션을 내 가슴에 꾸역꾸역 집어넣는 상상을 하며 혼자 웃는다.

 

 마음의 쿠션을 두껍게 키우는 일은 내가 살아가며 집중해야 할 과제다. 그래야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 자신의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보다 슬기롭게 사용할 수 있을 거다. 한 해를 떠나보내는 쓸쓸한 저녁. 더욱 푹신한 영혼의 쿠션으로 돼지처럼 태평한 2019년을 살리라 희망해 본다.  <중앙일보 12/9/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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