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2019.04.13 10:32

백남규 조회 수:59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거나 말하기 싫어하는 것이 있다. 우리는 진공 상태에서 사는 것이 아니다. 태어나기 전에 만들어진 수많은 규칙과 전통과 법,관습과 제도가 우리의 삶을 얽매고 있다. 그리고 그 수많은 법은 주로 강자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다. (겉으로는 전체 국민을 위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예를 들어 조선시대의 적서차별제도는 전적으로 적자만을 위한 제도이다. 재수없게 서자로 태어나면 인간 대접 못 받는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홍길동이 아니라도 그 제도가 엄청 불합리하고 말이 안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그 말을 하기가 어렵다. 그 시대의 제도가 그렇기 때문이다. 문명화된 현대라고 그런 불합리한 것이 없지 않다. 요즘 한창 뉴스에 오르내리는 북미회담만 해도 그렇다. 미국은 많은 원자탄을 보유하고 있지만 누구도 너는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이는 가져서는 안된다.고 하냐고 말하지 않는다. 미국은 강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상은 강자가 살아가기 편하게 되어있다. 힘이 없는 약자는 강자의 눈치를 보거나 스스로 알아서 강자가 싫어하는 말은 하지 않는다. 힘없는 자가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정몽주처럼 목숨을 걸어야만 '죽고 죽고 또 죽어도 니 말은 안 듣는다.'라고 할 수 있다. 누구가 쉽게 갈 수 있는 길은 아니다. 또 하나 지금은 굽히지만 후일을 기약할 수는 있다. 와신상담의 길 ,속 깊이 자존심을 숨기고 훗 날을 기약하며 힘없는 오늘을 견디는 길. 그런데 너무 오래 굽히고 살다보며 마음 속 깊은 곳에 그 것이 있었던가 잊어버리는 수가 있다. 김동인의 '약한 자의 슬픔'이 아직도 이어지는 것 같아 우울하다.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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