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 놓는 일

2019.10.05 16:00

조형숙 조회 수:69

   한글학교 교사 지원자들이 하루 종일 8시간의 교육을 받았다. 내가 교사였던 시대와는 너무 다른 수 많은 교재가 필요한 수업이었다. 교육을 통해 아이들과 같은 감성을 가지고, 아이들의 상상의 세계로 함께 들어가 가르치는 것이 보다 완벽하다는 느낌을 가졌다. 일상의 어떤 여건이나 상황이라도 수업에 필요한 포인트를 꺼내어 가르치는 발전된 교수법이었다. 이제 문을 여는 한글학교는 아직 학생의 수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고 선생님과 아이들의 수준을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도 결정이 나지 않았지만, 이미 교사로 인정 받은 경우를 상상해 본다. 우주를 걷고 있는 아이들을 본다. 아무 별이나 상상대로 갈 수 있는 아이들,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대화와 낭랑한 웃음소리를 즐기면서 나도 함께 걷는다. 낯선 경험을 함께 즐기면서 아주 화려한 수업 시간을 갖는다. 인자하지만 똑똑한 할머니 선생님이 되어 미래를 살아 갈 아이들과  '하이 화이브'를 하는 시간을 갖는다.  나의 상상력은 말처럼 뛰고 있었다. 타인의 평가를 의식하지 않았고, 내면의 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되는 즐거움으로 꽉 차 있었다.

 
    그러나 한글 학교에 지원한 학생들의 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강의 받은 교사는 그 아이들을 맡아 가르치기에 좀 많은 것 같았다. 교장은 몇 명은 선택하고 누구에게는 다음 기회를 기다리라고 말해야 하는 일을 해야 했다. 강의 시간을 돌아보니 30대,
40대, 50대의 경험이 있거나 자격이 되는 교사 후보들이 있었다.  교사의 경험이 있고, 잘 해 보겠다는 자신감으로 여러 날 동안 가슴이 설레고 뛰었다.
 
    배우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젊은 교사가 유익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접어야 하는 이유가 나이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 아프다. '"늙기도 설워라커든  짐을 조차 지실까"  송강 정철의 시조가 생각났다. 하고 싶은 일 조차 젊은이에게 양보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고 싫었다. 서늘해지는 가슴을쓸어 내렸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상상력은 좋고 나쁨이 따로 없다. 상상력은 뛰고 있는 말과 같다. 말은 뛰면서 자신이 얼마나 잘 뛰고 있는지 판단하지 않는다. "빠르지 않네"라는 평가에도 신경 쓰지 않는다. 단지 근육이 움직이는 즐거움을 위해 뛸 뿐이다. 잘 상상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평가를 의식하지 않아야 한다. 자신이 내면을 확인하는 즐거움만 있을 뿐이다." 라고 말한다. 인간에게는 좌뇌와 우뇌가 있다. 좌뇌는 상황이 좋은지 안좋은지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 논리, 통제, 수학, 규율, 옳고 그름의 판단을 담당하고 옳바르게 행동하도록 통제 하는 역할을 한다. 우뇌는 논리성은 부족하지만 즐겁게 놀기라든가 상상하기등으로 즐거움을 추구한다.  
 
   이제 좌뇌의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할 타이밍이다. 교장에게 먼저 젊은 교사들이 많으니 나는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교장은 미안해하고, 학생 수가 많지 않은 것과, 다음 학기를 보자고 했지만 그 것은 내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것임을 잘 안다.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어려웠을 교장의 마음을 먼저 헤아린 자신이 신통했다. 내 자리가 아닌 곳은 비켜 날 줄 알아야 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가 아닐까? 
 

   한글학교의 학생 수가 늘어나고 교사들의 가르침이 자리를 잡고 점점 번창 하기를 기도한다.

   이 글은 미주문학  2019년 겨울호에 실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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