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만섭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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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구두법과 나

2019.11.22 16:19

라만섭 조회 수:39

구두법과 나

 

시간을 생산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다가, 글을 써 보기로 작정한 것이 고희를 흘쩍 넘긴 2009년의 일이다. 그 후로 글쓰기(주로 산문 형태)가 생활의 일부로 점차 자리 잡게 된지도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하지만 글을 쓴다고 하면서도, 항상 미해결의 무엇인가가 줄곧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아련하게 느껴 오던 터였다.

 

다름 아닌 맞춤법(구두법 포함)이 그것 이었다. 맞춤법의 존재 이유를 몰랐던 것은 아니건만, 그 무렵의 나는 그것에 애써 무관심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맞춤법이나 구두법(句讀法)은 좀 틀려도 무방한 것으로 여길 정도로, 무지의 경지에 놓여 있었다. 내용과 문장력이 중요하지, 철자법이나 문장 부호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구두법이란 없어도 되는 필요이상의 번거로운 수순으로 치부할 때 도 있었다.

 

아마츄어 글쟁이로서 그저 보고 느끼는 대로 솔직하게 담아내는 것으로 일단 만족했던 것 같다. 형식에 구애 받지 않는다는 구실로, 철자법, 띄어쓰기, 붙여쓰기 등을 마음대로 하다 보니, 원칙이 없는 독불 장군 식 맞춤법이 돼버린 것이다. 띄어쓰기의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상태였다고 하는 것이 정직한 표현이 되겠다.

 

그 무렵 컴퓨터를 거쳐 인쇄된 나의 글을 읽어 가기가 힘들다는 말을 더러 듣곤 했던 까닭이, 여기에 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맞춤법과 문장 부호를 익히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으나, 한 손가락(Index Finger)으로 한글 타자를 해 나가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 되었다. 띄어쓰기, 붙여쓰기 여하에 따라서 내용이 판이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체험하게 된 것을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는 구두법의 중요성을 인정하게 된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접해보는 문학행보에 다소 이질감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다행히 이에 적응해 나가기까지 그리 긴 시간을 요하지는 않았다.

 

근대 이전의 동양에는 문장 부호라는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동양 고전의 해석에, 일치를 보기 어려운 이유를 알 수 있겠다. 고대 인류 문명의 발상과는 별도로, 문장 부호는 주로 서구권에서 발전하였다. (.) (?) (!) (,) (:) (“”) (‘’) (-) (~) (/) ({ }) ([ ]) (.....) 등등이 그것이다. 2017년에 개정된 한글 맞춤법 부록에 수록돼 있는 한국의 문장 부호도 많은 부분에 있어 이와 일치한다고 한다. (자료제공: 글 샘터의 홍용희 강사님)

 

문장 부호 사용이 까다롭기는 다른 문화권도 비슷한 듯하다. 영어의 아포스트로피(apostrophe) (')는 우리에게는 없는 그들 특유의 용법이다. 이를테면 isn't, it's(it is 또는 it has)등이 그 예가 되겠다. 또 쌍반점; (Semicolon)을 제대로 구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들었다. 18세기 영국의 시인 Alexander Pope‘To err is human; to forgive, divine.(‘잘못은 인지 상사요, 용서는 신의 본성이다는 좋은 보기가 된다고 하겠다. 여기에는 깔끔하게 세련된 고도의 상식이 요구된다. 같은 영어권 이지만 영국식과 미국식은 다른 데가 많아서, 비영어권에 있는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서당 개 3년에 풍월을 읊다(堂狗三年吠風月)’라는 말도 있거니와, 그렁저렁 몇 년째(2013년부터) ‘글 샘터라는 모임에 나가서 글쟁이님들(?)’(죄송합니다) 어울리다 보니 비록 음풍농월(吟風弄月)을 할 계제(階梯)는 아직 아니지만, 오다가다 얻어 들은 짧은 지식으로나마 풍월과 벗하면서 백수생활을 이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띄어쓰기, 붙여쓰기, 맞춤법, 문장 부호 등과도 잘 어울려 보려고 애쓰고는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아직 어설픈 데가 적지 않음을 스스로 자인하면서 부끄럽게 여기고 있다.

모든 일에는 형식과 절차가 따른다. 글쓰기도 예외가 아니다. 엉덩이에 뿔난 못된 송아지처럼, 겁도 없이 멋대로 쓰는 글은 환영받지 못한다. 글 쓰는 사람에게 있어, 제대로 된 맞춤법에 따른 문장 부호의 사용은, 쓸데없는 번거로움이 아니라, 잘 길들여서 숙지해야할 과제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올바른 구두법이, 글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이의가 있을 수 없다.

 

필요에 따라서 시대에 따라서 진화해가는 그들과 친숙해 지는 일은, 어디까지나 나의 몫인 것을 어찌 하리오! 어차피 글쟁이가 넘어야 할 고비인 것을.......

 

 

 

20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