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내 강아지 ‘쵸코’

2020.07.21 11:48

서경 조회 수:86

쵸코 1.jpg


모처럼 그리피스 팍으로 바람을 쐬러 왔다.
날씨는 맑고 바람은 서늘했다.
사람들도 제법 많이 나왔다.
아이들은 모여 공놀이를 하고, 어른들은 그늘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나도 그늘을 찾아 돗자리를 펴고 커피 한 잔을 따랐다.
따스한 커피 잔의 감촉을 느끼며 천천히 주변을 둘러 보았다.
저 멀리 골프채를 휘두르고 있는 한 커플이 보였다.
골프 연습장이 아닌데 싶어, 유심히 보니 공이 날아가면 강아지가 쫓아 가서 물어 오곤 했다.
주인과 강아지는 놀이를 하며 즐기고 있는 중이었다.
강아지는 치타처럼 빨랐다.
주인이 공을 치면 잽싸게 물고 와 발 앞에 갖다 놓는 게 무척 귀여웠다.
문득, 내 강아지 ‘쵸코’가 생각 났다.
쵸코...
쵸코는 초콜렛 푸들 강아지로 애기 때부터 나와 같이 살았다.
나는 털색깔이 예뻐 딴 이름 대신 ‘쵸코’라는 애칭으로 그의 이름을 지어 주었다.
쵸코는 커 가면서 인물도 더 좋아지고 명랑 쾌활했다.
영리한데다가 모든 게 흥미로워 그의 눈은 늘 반짝였다.
컴퓨터에 앉아 일을 할 때면 언제 올라 왔는지 내 무릎에 잽싸게 올라 앉아 나를 빤히 쳐다 보곤 했다.
크고 동그란 눈이 날 쳐다 볼 때면 나도 그 순진무구한 눈에 빠져 오랫동안 들여다 보곤 했다.
어느 새 쵸코도 세 살이 되었다.
에너지는 철철 넘치고, 달려 올 때면 비호처럼 빨랐다.
치와와 세 마리에 흰 푸들 한 마리, 내 사랑 요키 피터까지 총 여섯 마리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는데 쵸코가 단연 왕노릇을 했다.
그러던 어느날 밤이었다.
농장 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손전등을 켜 서치 라이트로 비쳐 봐도 별 일 없길래 그대로 잠들었다.
그 이후로도 바람결을 타고 짓는 소리가 들려 왔지만 대수롭잖게 생각했다.
아, 그런데 이 어인 일인가.
다음 날 아침, 염소집 담 옆에 쵸코가 쓰러져 있었다.
너무나 놀라 들여다 보니, 쵸코는 이미 이승의 강을 건너 간 지 오래다.
“쵸코! 쵸코!”
울면서 불러 봤지만 쵸코는 감은 눈을 뜨지 않았다.
주변을 살펴 보니, 코요테란 놈과 싸운 흔적이 역력했다.
불쌍한 쵸코!
염소를 지키기 위해 비호와 같이 날아가 혼자 몸으로 코요테와 맞서 싸운 거였다.
그의 죽음은 수류탄을 덮어 제 목숨 버리고 부하를 살린 소령 강재구를 연상케 했다.
너무나 짧은 생애.
앞으로 십 년은 더 살 수 있었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고 떠났다.
출근할 때면 같이 가고 싶어 꼬리치며 계속 나를 따라 다니거나, 헤어 드라이기로 머리 손질할 때면 발 옆에 다소곳이 붙어 앉아 날 올려 보던 녀석.
얼굴에선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 내렸다.
이렇게 짧게 살다 갈 줄은 정말 몰랐다.
왜 이리 이별이란 녀석은 예고도 없이 불쑥 오는 것일까.
주인이 멋진 샷으로 공을 올리면 치타같이 달려가 공을 주워다 바치는 강아지를 오랫동안 지켜 보았다.
한갓진 오후, 넓은 초록 잔디 위에서 주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강아지 모습을 보니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만약, 쵸코가 있었으면 저 강아지보다 훨씬 더 빨리 갖다 놓고 눈 반짝이며 내 동작을 지켜보고 있을 터인데...
무릎에 올라 앉아 내가 먹던 수박을 핥아 먹어 혼났던 쵸코.
어쩌다 제 입술에 수박을 갖다 대면 기다렸다는 듯이 초스피드로 빨아 먹던 쵸코.
동작 하나 하나 내게 귀염을 받던 쵸코.
오늘 따라 쵸코가 더욱 그립다.
언니집 초콜렛 푸들 미미와 신방을 꾸며 주려 했다가 미미가 너무 어려 실패하고 돌아 오던 날도 생각난다.
쵸코 분신이라도 있었다면 내 섭섭함이 반은 줄어 들었을 텐데 ......
쵸코야!
목숨 바쳐 지켜준 염소가 해마다 새끼를 낳아 주고, 아직도 널 추억하는 옛주인이 있으니 너무 서러워 말아라.
쵸코야......
다시 한 번 네 이름을 불러 본다.
이런 내 마음을 너는 알겠니?           (2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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