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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소설 / 칼럼 사라진 대통령 후보(5)

2020.10.20 21:33

이산해 조회 수: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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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산해 장편 추리소설 "여의도 살인사건 " 캡쳐


홈리스

여포 의원 살해사건 범인 검거를 위해 수사에 돌입한 두 형사는 범인들의 인상착의를 확보한 뒤 본격적인 탐문에 나섰다.

두 형사는 우선 범인들이 묵었을 만한 숙박시설과 음식점 등 다양한 경로를 추적했다.

두 형사는 올림픽과 윌셔 등 코리아 타운내 유명 음식점과 호텔을 전전하며 발품을 팔았다.

범인들이 이용했을 법한 음식점을 샅샅이 뒤지며 식당 관련자들에게 사진을 디밀었다.

하지만 모두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이들을 본 기억이 없다는 것이었다.

한창 그렇게 발품을 팔고 있을 때였다.

종합 일간지 정론직필(正論直筆)미주 지사와 미주중앙일보, 미주한국문인협회가 위치한 인근 지역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路宿)을 하고 있는 코리안 출신 홈리스가 스티브 혁 형사의 차를 발견하곤 아는 체를 했다.

때마침 홈리스의 텐트 곁을 스쳐 지나던 혁 형사도 홈리스를 발견하곤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차에서 내린 혁 형사와 소피아 형사가 홈리스에게 손을 흔들며 다가갔다.

여어, 오랫만이야. 미스터 홍.”

스티브 혁 형사가 홈리스의 손을 덥썩 잡고 악수를 하자 홈리스도 반가운 기색을 보였다.

소피아 형사를 향해서도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스티브 혁 형사가 말했다.

그동안 잘 지냈나? 몸은 건강하고…”

홈리스가 말했다.

형사님 덕분에 잘지내고 있죠.’

홈리스가 정색한 얼굴로 혁 형사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손바닥을 비비며 입술을 움직였다.

혁 형사님! 얼마전에 정론직필과 중앙일보를 읽어거든요. , 있잖아요. 대통령 후보 여포 의원 죽은 사건말이예요? 헌데, 사진에서 본 복면을 쓴 범인들의 모습이 사건 직후 제가 목격한 두 남자의 외모와 흡사하더라고요.”

순간, 혁 형사가 놀란 표정을 해보였다.

뭐라구? 방금 뭐라했나….범인들과 비슷한 놈들을 보았다구?”

홈리스가 받아 쳤다.

그래요. 제가 오줌이 마려워 급히 야자수 나무에다 내갈기고 있는데, 검은색 나이키 츄리닝 운동복을 입은 남자 둘이 이곳을 지나치며 뛰어갔어요. 신발도 흰색 나이키를 신었고요.”

두 사람의 대화를 통역기로 엿듣던 소피아 형사가 청바지 뒷주머니에서 8X8 크기의 컬러 사진을 꺼냈다.

그러고는 홈리스에게 내밀며 더듬거리는 한국어로 말했다.

이 사진을 자세히 봐.”

소피아 형사가 보여준 사진을 뚫어져라 처다 본 홈리스가 소스라치게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맞아요. 이들 이예요.둘다 차림새가 같아서 제가 유심히 보았거든요. 분명해요. 이들 이예요.”

두 형사는 마치 월척(越尺)을 낚은 듯 서로의 손뼉을 마주치며 하이 파이브를 날렸다.

 

흥분을 가라 앉힌 스티브 혁 형사가 홈리스에게 말했다.

헨리 홍. 이제 그만 텐트를 접고 셸터로 들어가지 그래. 그것이 훨씬 편할걸세.”

저도 생각 중이예요. 이 앞을 지나치는 코리안 시인(詩人)님들이 그러더군요. 빨리 텐트 걷고 중국집에라도 취직을 하라구요.”

두 코리안의 대화를 엿 듣던 소피아 형사가 청바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20달러 지폐를 빼냈다.

그러고는 어눌한 한국어로 말했다.

짜장면이라도 시켜 먹어.”

두 형사는 자신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홈리스를 뒤로 하고 차에 올랐다.

 

10여 분 뒤

두 형사가 갓길에 차를 세운 곳은 윌셔 가()에 위치한 스위트홈 호텔 이었다.

5성급 호텔인 이곳은 코리안 출신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숙박 시설이었다.

인도 산()대리석으로 실내를 한껏 치장한 로비에는 수많은 코리안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둘러 앉아 환담(歡談)을 나누고 있었다.

 

두 형사는 로비를 가로질러 곧바로 데스크로 다가갔다.

데스크에는 두 명의 동양인 여성이 분주한 몸놀림을 하고 있었다.

소피아 형사가 이들에게 방패 배지를 들이 댔다.

“LAPD예요. 잠시 알아볼 내용이 있어요.”

 

소피아 형사는 그러고는 청바지 뒷주머니에서 컬러 사진을 꺼내 두 여성에게 보였다.

느닷없이 출현한 형사들이 다짜고짜 사진을 디밀자 두 여자가 서로의 얼굴을 처다 볼 뿐이었다.

 

스티브 혁 형사가 두 여자의 얼굴을 곁눈질 하며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사진 속 얼굴을 본 기억이 있습니까? 이들이 혹시 이 호텔에 묵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십시오.”

 

스티브 혁 형사의 반듯한 한국말에 두 여자 직원은 한동안 침묵했다.

그러고는 이들 중 단발머리를 한 20대 후반의 여성이 말했다.

생각을 더듬어보니 기억이 나네요. 이분들 저희 호텔에서 이틀을 숙박했어요. 여권을 기록한 컴퓨터 내역이 있을 거예요.”

단발 머리는 즉시 데스크 뒷켠에 위치한 데스크 탑 모니터에 시선을 주며 자판을 두드렸다..

 

모니터 화면에는 다양한 내용의 인적 상황이 기록돼 있었다.

단발은 자신이 찾고자 하는 내용이 없어서인지 마우스로 화면을 여러 차례 스크롤 했다.

마우스의 커서가 위아래로 주행할 때마다 단발머리의 시선도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수십 초 후 여자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여기 있네요. 두 남자의 여권 기록이 있어요.”

소피아 형사가 즉각 반응했다.

손에 쥔 형사 수첩의 기록과 일치했던 것이다.

이름: 팽목항과 양동일

 

소피아 형사가 두 직원을 향해 영어로 말했다.

이들 두 사람이 체크인할 때 찍힌 CCTV 녹화 필름이 있을 거예요. 그걸 봐야겠어요.”

 

이번에는 단발머리가 아닌, 머리를 뒤로 틀어 볼펜을 끼어 고정한 40대 초반의 여자가 말했다.

앵두 입술에 가무잡잡한 기미가 낀 여성이었다.

“CCTV를 만지는 것은 저희들 권한이 아니예요. 우선 호텔 매니저에게 말씀을 드려야해요.”

앵두 입술은 그러고는 데스크에 놓인 빨강색 수동식(手動式)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어디론가 전화를 연결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십초 후

체크무늬 정장에 핑크색 셔츠를 받쳐 입은 호텔 매니저가 데스크로 다가왔다.

땅딸막한 키에 임산부처럼 배가 볼록한 사내였다.

매니저는 한시도 쉬지 않고 빠르게 눈알을 굴리고 있었다.

정서 불안인 것 같았다.

두 형사가 재빠르게 사내를 훑었다.

그리고 소피아 형사가 말했다.

“LAPD 살인계 형사예요. 사람을 찾고 있어요. , 단발머리 아가씨가 저희들 대신 보충설명을 해줄겁니다..”

 

여전히 눈알을 굴리고 있는 매니저가 단발 머리에게 시선을 주었다.

단발머리가 귀엣말로 소근거리자 비로소 두 형사가 호텔에 온 이유를 납득했다.

 

고개를 끄덕인 매니저가 두 형사에게 말했다.

“CCTV 모니터는 호텔 공무실(公務室)에 설치돼 있습니다. 그리로 가시죠.”

 

여러대의 모니터를 갖춘 공무실에서 매니저는 메인 16체널콘솔을 조작해 녹화해 둔 영상을 거꾸로 되돌렸다.

한창을 그렇게 콘솔을 조작하자 두 사내의 형상이 담긴 녹화 장면이 드러났다.

 

녹화 장면은 두 사내가 호텔 입구에 들어서는 시기부터 재생됐다.

CCTV 카메라가 호텔을 전방위로 감싸고 있어서 모든 각도에서 움직임을 담아낸 것이다.

 

첫장면은 LA 옐로우 캡 택시에서 내린 두 사내가 캐시(현찰)로 요금을 지불하고 뒷 트렁크에서 여행용 가방을 꺼내 로비 안으로 들어섰다.

손잡이가 달린 여행용 가방을 끌며 로비 안 구석구석의 분위기를 시선으로 훔친 두 사내는 느린 걸음으로  프론트 데스크로 다가왔다.

프론트 데스크에는 단발머리와 인도계 청년 근무자가 두 사내를 맞았다.

두 사내는 단발 머리에게 여권을 내밀고 질문에 답했다.

데스크에 설치된 고성능 디지털 CCTV 카메라는 두 사내의 말소리를 여과없이 담아 냈다.

스티브 혁 형사가 귀를 바짝 세우고 듣고 있는 사내들의 말소리는 분명 낯선 사투리 였다.

대표적인 경상도와 전라도 또는 충청도 사투리는 코리아 타운에서 수없이 들어온 터라 귀에 익숙했다.

하지만 지금 모니터 스피커에서 재생되는 말투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낯선 억양이었다.

물론 앞서 마사지 팔러 가게에서 이들의 말투를 들어본 터라 희미하게나 익숙해 있었다.

호텔 매니저가 콘솔로 재생한 두 사내의 인상 착의로 여포를 살해한 범인의 윤곽은 확연해 졌다.

 

범인 확인조사를 마친 두 형사는 시골시장터처럼 시끌벅적한 호텔 로비를 벗어나 이번에는 공항 출입국 관리사무소를 향해 차를 몰았다.

두 사내의 출국 여부를 확인키 위해서였다.

한편 40대로 추정되는 흑인 여성 관리 사무소 직원의 침착하고 노련한 도움으로 출국인 명단을 확보한 두 형사는 이들 두 범죄 혐의자가 아직 미국을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놈들의 동선 추적에 나섰다.

코로나19 확진   

헐리웃에 위치한 싸구려 모텔 한밤의 나그네(Strangers in the Night)에 흑백 창녀들과 두 동양인 사내가 팔장을 끼고 프론트 데스크로 들어섰다.

프론트 데스크 벽에 걸린 아날로그 시계가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무료하게 프론트를 지키고 있던 인도계 출신 중년 남성이 네 명의 남녀를 곁눈질하며 말했다.

무엇을 도와드릴갑쇼?”

혀를 잔뜩 굴린 어늘한 영어였다.

순간, 어금니로 껌을 딱딱 터뜨리던 흑인 여성이 입안에서 껌을 꺼내며 말했다.

헤이, 가이. 잠깐 놀다 갈꺼야. 방은 하나면 족해. 더블베드가 있는 곳으로 부탁해.”

인도인이 말했다.

사람은 네 명인데, 방은 하나만 필요하다고?”

이번엔 백인 여성이 거들었다.

숏타임이라니까?”

 

인도인은 비로소 이들 여성들이 길거리에서 비지니스(?)를 하는 후커(Hooker)임을 알아차리고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흑인 후커를 향해 방 값으로 1백달러를 요구했다.

된장 독 항아리처럼 허리가 볼록한 흑인 후커가 소리를 질렀다.

빡규 맨. 1백 달러라구? 빌어먹을 모텔! 이봐, 세금은 꼬박꼬박 바치는거야?”

흑인 후커가 따지듯 묻자 인도인은 말 대꾸를 하고 싶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고는 다시 가격을 수정했다.

오케이! 80 달러. 케시(현금).”

, 그럴 줄 알았다니까.”

백인 여성 후커가 한족 눈을 찡긋하며 인도인을 향해 웃음을 날렸다.

 

2층 구석 방을 배정 받은 남녀 네 사람은 방에 들어서자 마자 작을 맞춰 입맞춤을 하며 상대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블 베드 가운데 각기 하나씩을 차지하고 격렬한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창녀들과 짧은 밤은 약 1시간 가량이었다.

지칠 줄 모르고 파고드는 기력(氣力)에 놀란 두 창녀는 오마이 갓을 연발하며 자지러졌다.

 

그리고 두 사내가 후커의 배 위에서 단말마(斷末摩)의 포효(咆哮)를 토하고 내려오자 흑백 여성 창녀는 원더풀을 연발하며 엄지 척을 해 보였다.

사흘 후

평양에서 밀파(密播)된 저격수 팽목한과 양동일은 이른 아침부터 고열(高熱)과 잔기침에 시달렸다.

알 수 없는 증세였다.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몸이 아파본 적이 없던 두 사내였다.

북한에서 해마다 지옥 같은 특수 공작 훈련을 치뤘지만 결코 몸에 이상을 느낀 적은 없었다.

헌데, 지금 두 사내는 얼굴이 붓고 숨이 차 거동조차 불편함을 겪고있었다.     

쇠보다 더 단단한 몸이라고 자부한 이들이었다.

허나, 어찌된 영문인지 몸이 부서질 듯 온 전신이 쑤시고 답답했다.

내일이면 LA를 떠나 평양으로 돌아간다.

때문에 두 사내는 들떠 있었다.

 

두 사내는 미국에서 마지막 밤을 즐기기 위해 창녀들과 몸을 섞었다.

헌데, 이후 갑자기 몸이 바스라지 듯 온 전신이 쑤시고 달아오른 것이다.

이른 새벽부터 호텔의 변기를 붙잡고 토악질을 한 팽목항이 양동일이에게 말했다.

이보라우. 도대체 어케된 거야? 갑자기 몸이 왜 이런가 말야.”

양동일이 말했다.

그걸 내가 어케 알갔어. 지금 나도 죽겠시다레.”

두 사내는 임시방편으로 지니고 있던 진통제와 해열제를 입안에 털어 넣고 몸이 진정되길 고대했다.

하지만 탈이 난 몸뚱이는 전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나빠졌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음식을 섭취했으나 목구멍으로 넘어가기만 하면 다시 올라왔다.

무쇠처럼 단단한 심장도 거칠게 뛰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숨이 차 올랐다.

두 사내는 천근만근 같은 몸을 억지로 움직이며 가방을 꾸렸다.

내일 아침에 뜨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였다.

 

다음 날 아침 LA 국제공항

LA () 중국 베이징 행() 여객출국장에서 대기하던 두 저격수는 출국 심사에 앞서 치루는 코로나19 감염 여부 조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여객 터미널 측은 이들을 즉각 심사 대열에서 격리하고 출국을 취소했다.

그러고는 공항에 상시 대기하고 있던 앰블런스에 태워 인근 병원으로 후송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두 저격수는 병원에서 2주간 격리된 채 치료를 받았다.

이들이 코로나19에 노출된 것은 다름아닌 흑백 창녀와 몸을 섞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두 저격수는 제 날짜에 출국하지 못하고 병원신세를 져야 했던 것이다.

스티브 혁 형사와 소피아 형사가 출입국 관리 사무소에서 확인한 이들의 불()출국은 이러한 배경 때문 였다.

오리무중(五里霧中)    

유력 대선 후보였던 여포 의원의 죽음은 짙은 안개 속에 놓인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다.

자칫 영구미제사건으로 밀려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로 수사가 답보(踏步)상태에 놓여 있었다.

수사가 지리멸렬하자 국내외 언론은 한 목소리로 공권력을 비난했다.

의문사한 인물이 유력 대권 후보였기에 더욱 그랬다.  

사건 담당 주체인 스티브 혁 형사와 소피아 형사는 극성스런 언론의 질타와 비아냥을 묵묵히 참아내며 동분서주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한시도 쉬지 않고 발 품을 팔았다.

때문에 연애할 시간 조차 없었다.

35살인 스티브 혁 형사는 아직도 독신이었다.

그러나 사랑하는 여자는 있었다.

여의사였다.

3살 많은 연상 여인이었다.

서울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애인은 재벌2세이기도 했다.

혁 형사는 그녀를 한달에 한번씩 만났다.

세 들어 사는 LA 오렌지 카운티 아파트에서 운우(雲雨)의 정을 즐겼.

여의사는 혁 형사를 엄청 사랑했다.

반듯한 외모와 넘치는 지성미(知性美), 지칠 줄 모르는 근력(根力),온유(溫柔)한 성격, 그리고 절대적 사명감이 여의사의 

마음을 홀렸다.

특히 혁 형사와 밤을 달굴 때면 사내의 현란한 자극과 온갖 정성에 여의사는 끊임없이 하늘로 솟구쳤다.

평소에는 그토록 근엄(謹嚴)하기만 했던 사내가 이부자리에선 마법사처럼 돌변해 상대를 미치게 하는 것이었다.

여의사는 혁 형사의 그같은 마력에 흠뻑 빠져 홀로 밤을 지새울 때면 늘 비너스가 간질거렸다.

스티브 혁 형사는 몇일 후 한달 만에 여의사를 만난다.

두 저격수를 찾기 위해 날마다 고단한 발 품을 팔고 있지만 여의사를 떠 올리면 힘이 솟구칠 뿐이다.

혁 형사의 동료인 소피아 형사 역시 독신이었다.

그녀에 대한 자세한 개인사(個人事)는 알 수 없지만 남자 애인이 있다는 것은 혁 형사도 알고 있다.

범인을 추적하는 순간 만큼은 좋든 싫든 함께 움직여야 하기에 본의 아니게 상대의 프라이버시를 엿볼 기회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혁 형사는 소피아 형사의 개인사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왜냐?

그것은 순전히 그녀의 사생활이기 때문이다.

 

소피아 형사가 자신을 은근히 사랑한다는 것도 감지한다.

허나, 그것은 일시적인 감정일 뿐 동료 형사로서 지켜야 할 선은 절대로 넘어서는 안될 일이다.

 

두 형사는 오후 2시가 다 돼서야 점심을 먹었다.

말이 점심이지 푸드 카고 밴에서 요리한 불고기 덮밥이었다.

점심식사를 불고기 덮밥으로 선택한 것은 소피아 형사가 즐격 먹는 식사였기 때문 였다.

불고기 덮밥의 소스인 양념 고추장은 단 맛이었으나 혁 형사의 입맛에도 적응했다.

 

차 안에서 점심을 해결한 두 형사는 인근 커피 가게 드라이브 스루로가 각자 취향대로 차를 주문했다.

그러고는 커피 가게 크루들이 내어 준 차를 받아 쥐고 드라이브 스루를 빠져나올 즈음 혁 형사의 스마트 폰에서 요란스레 

벨이 울렸다.

낯선 전화번호였다.

스티브 혁 형사가 영어로 말했다.

“LAPD 살인계 소속 스티브 혁 형삽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상대가 말했다.

스티브 혁 형사님이신가요?”

여자였고 어눌한 영어 발음이었다.

혁 형사가 덧붙였다.

그렇습니다. 제가 스티브 혁입니다. 제 이름을 어떻게 아시죠? 그리고 누구십니까?

여자가 여전히 어눌한 영어 발음으로 말했다.

혹시 형사님은 코리안이세요?”

그렇습니다. 코리안 2셉니다.”

여자는 그 즉시 한국말로 말했다.

여기는 재팬타운에 있는 마사지 샵이예요. 그런데, 조금 전 남자 둘이 이곳에 왔어요.”

여기까지 말한 상대는 잠시 뜸을 들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혁 형사는 침착하게 기다렸다.

다급한 상황을 전달하는 전화는 으레이 그랬기 때문이다.

십여 초를 뜸을 들인 여자가 다시 말했다.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저와 제 동료가 두 남자를 상대했는데, 이들이 이상한 말투를 사용하더라구요.”

순간 혁 형사가 여자의 말을 잘랐다.

방금 말투가 이상하다 하셨죠?”

여자가 말했다.

그렇다니까요. 처음 들어보는 한국말 사투리였어요. 경상도 사투리나 전라도 사투리는 여기 코리아 타운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잖아요. , 이 사람들이 쓰는 사투리는 이상했어요.”

혁 형사가 말했다.

지금 두 남자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여자가 말했다.

마사지를 받기 전에 샤워를 하고 있어요.”

혁 형사가 덧붙였다.

아가씨 이름이 뭡니까?”

엘리자벳 문이예

아름다운 이름이군요. 저와 제 동료 형사가 그곳에 도착할 때가지 아가씨는 시간을 끌며 그들을 붙잡아 두십시오. 그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자연스럽게 말이죠. 30분안에 도착할 겁니다.”

 

스티브 혁 형사는 스티로폼 도시락에 남은 불고기 덮밥을 먹는 둥 마는 둥 비닐봉투에 쑤셔 놓고 황급히 시동을 켜고 페달

을 밟았다.

 

차가 급 발진하자 조수석에서 밥을 먹던 소피아 형사의 상체가 앞으로 쏠렸다.

순간 무릎 사이에 끼어 있던 콜라 캔에서 콜라가 튀어 올랐다.

소피아 형사가 소리를 질렀다.

빌어먹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