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만섭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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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그저 할 뿐이다

2020.12.21 21:04

라만섭 조회 수:78

그저 할 뿐이다

 

좌선(坐禪)을 위한 가장 올바른 방법은 그냥 앉는 것이라고 하는 선불교 양은철 교무의 칼럼을 신문에서 읽었다. 먼저 마음을 비우라는 말이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마음이 비어 있어야 한다. 온갖 걱정과 잡생각으로 차 있는 상태의 마음으로는 그냥 앉아 있는 일조차 실제로는 어려울 것이다. 치우침 없는 중도 수행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다.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자가당착적 모순과 함께 이른바 내로남불현상이 즐비 하다. ‘나는 진리를 추구하는 정의의 편이니까 비록 거짓을 말한다 하더라도 정당화 될 수 있다. 나에 대한 비판은 받아들일 수 없다. 목적 달성을 위해서 기존의 제도는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 이 같이주장 하는 이들은 항상 자신의 입장을 진리()의 편으로 정당 화 한다. 이들과의 대화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이유를 따지기에 앞서, 자신들의 식성에 맞는 결론이 미리 도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에 무조건적으로 집착하고 맹신하는 사람들이다.

독선, 배타, 오만, 이기주의 등은 맹신의 산물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종교를 집착의 대상으로 믿고 자기중심적으로 해석 한다면, 그 사람은 과학이 이루어 놓은 문명을 등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넘쳐나는 과학적 증거와 객관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오류가 없고 반대편은 틀렸다고 믿는다. 대립과 갈등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성향에 맞는 틀(도그마)에 집착하고 맹신하는 노에가 되지 않을 객관적 혜안을 유지하는 일이다.

 

과학은 인간을 포함한 우주안의 모든 사물은 상호 의존 관계에 있음을 알려준다. 모든 것은 변하고 상대적이며 상호 연관되어 있다. 홀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독립적 자아의식에 집착 할수록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코로나로 어수선한 세모를 맞아, 오래 전에 골프 교사에게서 들은 말이 생각난다. ‘Face down, and just relax, OK?'. 스윙을 할 때 팔과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는 안 되고, 공에서 눈을 떼지 말라는 당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긴장 하지 말고 힘을 빼라는 것이다. 있는 힘을 다해 공을 멀리 쳐 날려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나로서는 얼른 수긍하기 어려웠다.

 

몸에서 힘을 빼라는 그의 말이, 마음을 다스리라는 뜻과 통한다는 점을 그때는 몰랐다. 그 골프교사의 말이 마음 다스림을 지적한 것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적어도 올바른 스윙을 위한 기본자세를 강조 한 것임은 분명하다. 공을 치기 전에 먼저 심리적인 불안 초조를 없애고 균형 잡힌 안정된 정신 자세가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마음을 비우라는 것이다.

 

하얀 연꽃 한 송이가 마음속 연못에서 피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온갖 번뇌에도 찌들지 않고 맑고 깨끗하게 피어오르는 법을 연꽃은 알고 있다. 그 때의 나는 그저 골프공을 날려 그린위의 홀 안으로 흘러 들어가도록 하는 요령을 터득하고 싶었던 것이다. 고되지만 행복한 인생 나그네 임을 깨우치게 된 오늘, 새삼 우주 만물과의 상호 연관성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있다.

 

그저 할 뿐이다, 빈 마음으로. 20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