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요상한 물건

2021.12.22 10:13

서경 조회 수: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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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차를 하고 걸어 가던 중 요상한 물건을 발견했다. 사람도 없는 한산한 거리에 눈을 빤히 뜬 로봇이 저 혼자  배회하고 있었다. ‘뭐지?’ 생전 처음 보는 물건에 호기심이 갔다. 분명 저 혼자 다니는 걸 보니 센서로 작동하는 로봇 같았다. 하지만, 그 용도를 알 수 없었다. 혹시, 불법 주차를 잡기 위한 로봇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멜로즈와 라 브레아가 만나는 거리는 코로나 시대라 해도 번잡한 거리다. 음식점과 은행이 모여 있어 상시로 많은 차량과 사람이 오간다. 주차할 곳 찾기가 쉽지 않아, 자칫하면 티켓 떼이기 십상이다. 오늘 아침, 나도 몇 블럭을 돌다가 겨우 파킹을 하고 가는 중이었다. 로봇이 신경 쓰여, 사인판을 거듭 확인했다.
  일을 끝내고 나오니, 길 저 편에서 예의 그 로봇이 다가 오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서인지 불까지 켜고 건널목에 멈추어  섰다. 사람이 오가는지 살피는 모양새가 조신하다. 눈에 불까지 켰구나 생각했는데, 센스 작동 때문인지 발 쪽에 불을 달았다. 달리기할 때 신발에 레이스 칩을 묶은 모습 같다.
  ‘야, 이렇게 늦도록 일하고 있구나!’ 싶어 기특한 생각이 들었다. 옆에 같이 가던 친구에게 “저 로봇, 오늘 아침부터 일하던데 티켓 몇 개나  뗐을까?”하고 물었다.
  갑자기 친구가 폭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하하! 저거 우버 음식 딜리버리하는 로보트야!” “엥?” 나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우버 택시로 음식 배달해 주는 건 봤어도 로봇으로 음식 배달한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 경상도 말로 또 한번 ‘또디기’가 되었다.
   친구는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바로 바로 갖다 준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시기라 인기만점이라 한다. 정말 세상은 눈이 돌 정도로 빨리 돌아간다.
  구글 검색으로 들어가 보니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었다. 우버가 26억 5000만 달러를 들여 주문형 배송 스타트 업인 포스트메이츠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로봇 배달 시대를 열게 되었다고 한다. 이름하여 ‘서브 로봇틱스’. 올 3월부터 LA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시범 운영을 한 뒤, 전국적으로 늘려갈 거라고 전한다.
  타 택시 회사와의 경쟁률을 높이기 위해 기획한 로봇 사업이라 한다. 택시 배달에서 무인 승차 배달로 발전했는데, 이제부터는 아예 차 자체를 없애겠다는 계획이었다. 앞으로 비행기로도 무인 배송을 할 거라 하니, 그야말로 무인 배송시대가 육해공을 누비며 전천후로 열리게 되었다.
  현재, 실리콘 밸리에서는 로봇 전쟁이 불길처럼 치솟고 있단다. 우버는 천문학적 돈을 퍼부으며 유능한 공학 박사들을 1/3 이상 빼갔다는 소문이다. 기업이 이렇게 유능한 공학자들을 다 빼 가버리면 어떡하느냐고 학계에서는 울상이다. 한편으로는, 학계와 기업이 상생함으로써 인간의 삶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사람들 일을 인공 지능을 가진 로봇이 대신하면, 현장에서 노동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직업이 위협 받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경쟁 사회에서 저만치 앞서가는 사람을 도둑놈 잡듯 “게 섰거라!”하고 소리칠 수도 없는 법. 인공지능을 조절하는 건 역시 인간 지능임을 믿고 부지런히 틈새시장을 계발해야만 할 것같다.
  우리나라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여 올 8월에 로봇 자율 배송 출범식을 가졌다 한다. 몇 가지 시험 단계를 거쳐 곧 상용할 계획이라니 기대해 봄직하다. 한 가지 걱정은 고층 빌딩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도 제대로 해 낼까 하는 거다.
  몇 십 개나 되는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고, 울울창창 숲같은 고층 빌딩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문앞까지 배송을 해 줄 수 있을지 갸웃거려진다. 그럼에도, 두뇌가 명석하기로 소문난 한국인이니 한번 기대해 봄직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로봇 이름을 ‘나르고’라고 지었다 한다. 너무나 정겹고 귀여운 이름이다. 우리 고유어이고 누구나 알아 듣기 쉬워 사업도 번창하지 않을까 싶다.
   무식해서는 살기 힘든 세상. 따라가기는 더 힘든 세상. 어이 할거나. 오프 라인으로 살아가는 내가 좀 서글프긴 하나,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 보지 말라고 했다. 오늘처럼, 신기해 하다가 눈여겨 보는 것으로 끝내야 할까 보다. 단순하게 살기로 작정한 마음을 토닥이며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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