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석 줄 단상 - 벚꽃 피던 날

2022.05.13 02:22

서경 조회 수:15

18. 세 줄 문장 - 벚꽃 피던 날(05052022)+ 
 
새 일꾼 안드레아가 오자, 가게에 벚꽃이 폈다.
상냥한 미소에 몸까지 바지런해서 꽃을 피운다.
스물 넷에 네 아이 엄마, 결혼 반지가 반가웠다.  


 18. 안드레아.jpg

 

코로나 변종 오미크론이 판을 쳐도 봄이 다시 오고 거리에 꽃이 피니 생기가 넘친다. 시 방침에 따라 열었다 닫았다 하던 우리 가게도 상시로 열게 되었다. 겨우내 움츠렸던 사람들이 외출삼아 나오니, 가게도 덩달아 바빠졌다. 특히, 비유티 서플라이와 살롱을 겸하는 가게라, 완전 여인들의 전당이다. 수다가 꽃 피고 미소가 만면에 번진다. 거리엔 형형색색의 꽃이 피고 가게 안엔 예쁘게 치장한 여인들이 자태를 뽐낸다. 부쩍 웨딩 손님이 많아지면서  예약 손님이 넘친다. 게다가, 모든 제품이 올개닉이라, 인터넷을 보고 찾아 오는 손님도 많다. 이번 주부터 가게 직원이 세 명 더 늘었다. 요즘은 일 하러 오는 애들이 모두 젊어 내 나이 절반보다 어리다. 사실, 팬데믹으로 가게 문을 닫으면서 아에 은퇴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함께 일했던 카니가 새 가게를 차렸다면서 모처럼 연락이 왔다. 자기가 일하던 가게를 좋은 조건으로 인수하게 되었다고 했다. 자기 엄마였으면 좋겠다 할 정도로 나를 따르던 아이라 내 일같이 기뻤다. 카니 나이 이제 겨우 서른 다섯살. 얼마든지 시작할 수 있는 나이다. 문제는 자기 혼자 할 수 없으니, 매니저로 와서 함께 일하자는 거였다. 내가 일을 접고 은퇴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다. 카니는 내가 홀세일 기프트 가게를 처분하고 샵 인 샵 형태로 베벌리 힐에서 일할 때  만난 아이다. 비지니스 감각이 있던 애라, 언젠가는 자기 가게를 차려 꼭 성공할 거라 믿었다. 그런 애가, 패기에 찬 꿈을 가지고 부탁 전화를 해 온 거였다. 하지만, 은퇴할 나이에 책임을 지고 또다시 풀타임에 매달린다는 게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가게 위치도 운전을 한 시간 반이나 하고 가야 하는 먼 거리였다. 난감해 하자, 카니는 모든 조건을 나 편한대로 맞추어 줄 테니 함께 하자고 거듭 부탁했다. 딸같은 아이가 믿고 부탁하니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 딸이 가게를 차렸다 생각하고 도와 주자!’하는 어미 마음이 생겼다. 아무리 까다로운 손님이 와도 비위를 잘 맞춰 주니 그걸 믿는 눈치였다. 어떤 이유에서건 손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장사는 끝이다. 일본말로 ‘모노가 이로 이로’란 말처럼 물건도 여러 가지고 찾아 오는 손님도 천태만상이다. 카니가 제일 어렵게 생각하는 게 아마도 인적 관리인 것같았다. 손님도 만만찮고 들락날락거리는 직원 관리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러기에, 나같이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결국, 자리 잡힐 때까지란 단서를 붙이고 신발끈을 다시 맸다. 아직은 일할 수 있는 나이. 힘들 땐, 누군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응원군이 된다. 카니를 믿고 합류한 것이 작년 8월. 카니는 물건 구입에서 부터 직원 뽑는 문제까지 일일이 나와 의논했다. 이번에 세 명 뽑은 아이들도 함께 의논한 결과였다. 그 중에 유난히 정이 가는 애가 바로 안드레아였다. 멕시칸 아메리칸으로 스물 네 살이라고 했다. 못 믿을 거라면서 아이 넷 엄마라고 덧붙인다. 나는 얼른 안드레아 손가락을 보았다. 다행히 다이야가 반짝이는 결혼반지를 끼고 있었다. 결혼 반지를 보자 안심이 되었다. 여기선 젊은 애들이 결혼도 안 하고 아이부터 낳아 고생을 하는 걸 많이 보아 왔기 때문이다. 좀 일찍 결혼했을 뿐이지, 정상적인 결혼 생활에 남편 사랑 받고 사는 것같아서 기뻤다. 안드레아는 세 명 중 유난히 밝고 명랑한데다 몸이 재발라 한시도 쉬지않고 일을 했다. 특히, 정리정돈의 여왕으로 모든 물건이 제 자리에 있어 얼마나 수월해졌는지 모른다. 손녀뻘 같은 애가 첫날부터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일하니, 어디서 이런 보물이 왔나 싶었다. 감정이란 전염성이 강해, 이 애 눈에도 내가 저를 예뻐한다는 게 보였나 보다. 나만 보면 싱글벙글, 생글생글이다. 오늘은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주디 갈랜처럼 양갈래로 머리를 땋아 내리고 해바라기 원피스를 입고 등장했다. 내가 준 귀걸이까지 달고 왔다며 자랑을 했다. 붙임성 있고 귀염성 있는 안드레아. 기억해 두고 싶어 글 하나 쓴답시고 사진 한 장 찍자 했더니 포즈까지 취해 준다. 하하. 모델 끼까지 있는 아이. 봄따라 온 이 아이가 나에겐 마치 활짝 핀 벚꽃 같은 생각이 든다. 우리 가게는 안드레아로 인해 매일매일  벚꽃이 폭죽을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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