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해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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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소설 / 칼럼 14처(고난의 길)

2023.06.06 16:41

이산해 조회 수: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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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에서 제자들과 함께 사역(事役)을 마친 예수는 여리고로 향했다.

 

이스라엘의 고도(古都)이자 상업 중심지인 여리고에는 행인들의 분주한 발걸음으로 활기가 넘쳐났다.

예수가 제자들과 함께 여리고 중심지에 들어서자 그를 알아 본 수많은 유대인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환대했다.

예수가 군중 속으로 깊숙이 들어서자 누군가가 두 손을 휘져오며 큰소리로 외쳤다.

다윗의 자손이시어 나를 불쌍히 여기십시오.’

애처롭고 간절함이 넘쳐난 외침이었다.

예수는 소리 결을 따라 시선을 주었다.

상대는 소경이었다.

그의 곁으로 다가선 예수가 물었다.

내가 무엇을 해 주길 원하느냐?”

소경이 대답했다.

선생님은 메시아이십니다.보기를 원합니다.”

입가에 자비심을 드리운 예수가 손바닥을 소경의 눈에 지그시 갖다 대며 말했다.

바디메오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순간, 두 사람을 에워싼 수많은 군중들의 시선이 소경에 꽂혔다.

그리고 경악했다.

바디매오라 불린 소경이 눈을 뜨고 즉석에서 주변 사물을 인지(認知)했기 때문이다.

 

군중속에는 산헤드린 공회에서 밀파(密派)된 사두개인 이샤이도 모습을 드러냈다.

정치지향적 인물로 알려진 그는, 방금 눈앞에서 펼쳐진 광경을 목격하고 충격에 휩싸였다.

왜냐?

자신도 이미 알고 있는 소경 바디메오가 눈을 번쩍 뜨고 펄쩍펄쩍 뛰고 있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손가락으로 주변의 사물을 가리키며 이것은 우물’ ‘저 것은 달구지운운하지 않는가.

이샤이는 군중 속에 둘러 쌓인 예수를 곁눈질 하며 그의 이적과 기적담을 오버랩 시켰다.

그가 속으로 말했다.

이는 예삿일이 아니다!”

예수는 뱃새다에 이어 3번째로 눈먼 자를 빛을 보게 한 것이다.

 

소경의 눈을 뜨게 한 사건으로 다시한번 유대인들을 들뜨게 한 예수는 군중들의 열렬한 환대를 받으며 배다니로 향했다.

예루살렘에서 약 3킬로미터 거리에 위치한 배다니에는 예수가 사랑한 오누이 나사로와 마르타 그리고 마리아가 거주하는 곳이었다.

한편 예수와 제자들이 자신의 자택으로 오고 있다는 전갈을 받은 나사로는 서둘러 두 여동생에게 음식장만을 지시했다.

배다니에서 부유한 계층에 속한 나사로 가족은 예수를 메시아처럼 받들고 있는 터였다.

이유는 이랬다.

나사로가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주검을 맞아 사흘째 접어들었을 때였다.

갈릴리에서 마리아와 마르타의 비보(悲報)를 전갈 받은 예수는 전혀 동요치 않은 표정으로 나의 친구 나사로가 잠들었다. 내가 깨우러 간다.”며 주검이 누운 동굴무덤으로 다가섰다.

동굴에선 시체가 썩는 역겨운 악취를 뿜어내고 있었다.

비장함이 베인 표정의 예수가 인산인해를 이룬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 손을 번쩍 들고 크게 소리쳤다.

나사로야, 어여 나오너라!”

수십 초 후.

손발이 베에 묶인 나사로가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무덤에서 나왔다.

얼굴은 수건으로 덮여 있었다.

순간, 이 같은 광경을 목격한 수많은 무리들이 겁에 질리거나 화들짝 놀라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저마다 전전긍긍하며 예수와 나사로를 번갈아 바라다 볼 뿐이었다.

 

무리속에는 예의 없이 바리새인들도 섞여 있었다.

이들은 예수가 죽은 지 사흘 된 시체마저 살려내는 기적을 두 눈으로 확인하곤 두려움과 공포감을 느꼈다.

야훼가 아닌 이상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예수가 해냈다는 사실에 때문이었다.

하나님의 메신저로 불가사의 한 기적을 보인 자신들의 조상 모세도 바다를 갈랐으나, 예수처럼 죽은 자를 살리고 문둥병을 치유하고 소경의 눈을 뜨게 하는 일은 하지 못했다.

따라서 예수가 행하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이 같은 사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목격자로부터 현장 분위기를 귀담은 대제사장 가야파는 성전의 탁자를 내리치며 신경질을 부렸다.

예수라 불리운 자가 죽어야 우리가 살 수 있소.”

이것이 나사로 가족이 예수를 메시아로 여기는 전말(顚末)이다.

 

예수와 제자들은 마리아 자매가 정성스레 차려낸 감미(甘味)로운 식단을 즐기고 휴식을 취했다.

예수와 제자들이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을 즈음이었다.

마르타의 동생 마리아가 양팔로 호리병을 감아 쥐고 예수 곁으로 다가섰다.

그러고는 비스듬키 누운 예수를 일으켜 세운 뒤 맨발 상태인 두 발을 가지런히 모았다.

마리아의 이 같은 행동을 눈 여겨 보고 있는 제자들의 호기심이 부쩍 증폭됐다.

하지만 예수는 가타부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가에 온화한 미소를 드리우고 있을 뿐이었다.

예수의 두 발을 모은 마리아는 무릎을 꿇은 자세로 호리병을 거꾸로 들고 안의 내용물을 쏟아냈다.

내용물은 다름아닌 향유(香油)였다.

스파이크 나드(Spikenard)’로 불린 이 향유는 히말라야 산맥 3천미터 고지에서 자생하는 마타리과에 속한 다년초로 인도와 중동지역에서 거래되는 진귀한 제품이었다.

이처럼 진귀한 향유를 예수의 발에 쏟아 부은 마리아는 곧바로 허리까지 내려오는 풍성한 생머리를 가져다 골고루 문질렀다.

제자들을 놀라게 한 이 광경은 목격자 마태가 훗날 자신의 복음서에 연극대사처럼 기술(記述)했다.

마태는 또 다른 행간(行間)을 빌어 가롯 출신 유다의 직설(直說)도 덧붙였다.

예수를 뵙자 무언가 께름칙했던 마리아는 노동자의 1년치 품삯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인 300데나리온(2000여 만원)의 향유로 온갖 정성을 다해 예수의 장례를 예비했다.

이를 곁눈질 한 가롯 유다는 마리아의 행위를 산술적으로만 치부하며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마리아는 진정으로 예수를 사랑했고 받들었다.

그렇기에 300데나리온도 전혀 아까울 것이 없었던 것이다.

예수는 마리아의 향유 씻김이 있은 뒤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온 천하에 어디서든지 이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는 이 여자(마리아)가 한 일도 말하여 저를 기념해라

 

나사로의 가족으로부터 지극한 대접을 받은 예수는 다음날 아침 제자들과 함께 나사로의 집을 떠나 예루살렘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예수는 베다니 출신의 나병환자 시몬의 간곡한 초청으로 그의 집에 둘렀다.

그리고 음식을 함께 먹으며 높임을 받았다.

시몬이 예수를 극진하게 대접한 이유는 다름아닌 예수로부터 자신의 문둥병을 치유 받았기 때문이었다.

시몬이 말했다. “주님은 진정 메시아이십니다.”

시몬이 예수로부터 문둥병 치유를 받은 사실 역시 산헤드린 공회에 접수돼 가야파를 비롯한 바리새인들의 간담(肝膽)을 서늘케 했다.

 

예수가 감란산 근처 벳바게에 도착하자 제자 가운데 바돌로매와 안드레를 바라보며 말했다.

마을 모퉁이에 가면 짙은 회색과 갈색이 뒤섞인 어린 나귀와 성장한 나귀가 포도나무 가지에 끈이 묶여 있을 것이다.끌어오너라.”

나귀를 끌어오라는 말에 두 제자가 어리둥절해 하자 예수가 덧붙였다.

그 나귀새끼는 단한번도 사람을 태운적이 없다. 만일 주인이거나 누구인가 무슨 말을 하거든 주가 쓰시겠다하면 즉시 보내줄 것이다.”

 

한편 바둘로매와 안드레가 두 마리 나귀를 끌고 와 등에 자신들의 겉옷을 얹었다.

예수는 두 마리의 나귀 가운데 어린 나귀에 다가가 등에 올라탔다.

예수가 하필이면 어린 나귀 등에 오르자 호기심이 발동한 야고보가 고개를 갸우뚱 했다.

그는 500년 전 선지자 스가랴가 예언한 예수의 이 순간을 전혀 예측치 못했던 것이다.

(시온의 딸에게 이르기를 네 왕(예수)이 네게 임하나니 그는 겸손하여 나귀, 곧 멍에 메는 짐승의 새끼를 탔도다 하라 하였느니라)

 

나귀를 탄 예수가 제자들을 뒤따르게 한 뒤 예루살렘 성전을 향해 나아갔다.

성전 일대 주변을 둘러싼 유대인들의 수는 어림잡아 50여만 명에 달했다.

예수가 성 입구에 다다르자 주변에 운집한 수만명의 유대인이 종료나무 가지를 흔들며 한편으론 겉옷과 함께 바닥에 펴 정성껏 예우(禮遇)를 했다.

무리 가운데 목청이 좋은 누군가는 바리톤의 음색으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호산나(Hosanna:주여, 우리를 구원하소서)다윗의 자손이여, 찬송하리 로다.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가장 높은 곳에서 호산나

독창(獨唱)은 이내 합창으로 전이(轉移)됐고 예루살렘 성 입구는 떠나갈 듯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입구가 시끌벅적 하자 성전에서 하릴없어 하품만 날리던 제사장 가야파와 산헤드린 공회원들이 소식을 접하고 부랴부랴 잰 걸음으로 현장에 다가갔다.

 

성문 입구에는 문제의 인물이 나귀 등에 앉아 환호하는 군중을 향해 엷은 미소를 날리고 있었다.

나사렛 출신의 예수였다.

 

예수를 발견한 대제사장 가야파는 느닷없이 치밀어 오르는 울화통을 애써 짓누르며 등을 돌렸다.

그가 짜증을 부린 이유는 날이 갈수록 예수를 따르는 무리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 였다.

뿐만 아니다.

예수가 죽은 자를 살리고 불치병자를 완쾌 시키자 수많은 유대안들이 그를 메시아(救世主)로 여기는 괴이한 현상마저 빚어졌다..

덧붙여 자신들의 철 밥통인 율법 마저도 무시하며 사랑이란 새로운 계율로 유대인들을 현혹 시켰다는 자괴감도 따랐다.

때문에 예수는 죽어야만 했다.

문제는 명분과 시기였다.

 

한편 유대인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으며 성전에 들어선 예수는 솔로몬 대왕이 건축한 제1성전 스퀘어로 나귀를 몰았다..

때는 유월절 기간이어서 성전 주변은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북새통이었다.

예수는 자신을 둘러싼 수천명의 무리들을 향해 첫 일성의 기도를 드리자고 주문했다.

그러고는 군중을 향해 두 팔을 활짝 펴고 기도를 막 시작하려는 찰라였다. .

제자들 뒤편에 무리를 지어 선 유대인들이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라바이(선생님). 우리는 아직 주기도문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예수가 말했다.

나를 따라해라.”

기도는 갈릴리에 위치한  다불산 산상수훈에서 드린 주기도문이었다.

예수는 곧바로 분명하고 청아(淸雅)한 목소리로 주기도문을 올렸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 나라가 임하시오며 / 뜻이 하늘에서 이뤄진 것 같이 /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 /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 /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 아멘

제자들에게는 일용하는 양식처럼 몸에 벤 주기도문이었으나 지금 예수를 둘러싼 수천명의 유대인들에게는 낮 선 기도였다.

자신들은 아침 저녁을 비롯한 식사 시간 기도에는 주님은 복되도소이다 / , 주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이시여….운운하는 쉐모네 에스레(Shemoneh Esreh)’ 기도문을 읊었다.

헌데, 지금 이 순간 젊은 라바이가 들려준 기도는 전혀 뜻 밖이었다.

새로운 울림이었고 새 패러다임이었다.

군중들 가운데 상당수는 즉석에서 라바이의 주기도문을 옮겨 적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겉옷을 펼쳐 그것에 기록하기도 했다.

 

제자들이 늘어선 곳에는 매우 낯 선 인물이 눈길을 끌었다.

동양인이었으며 이목구비가 수려한 미남자였다.

등에 바랑을 짊어진 미남은 대략 20대 후반으로 추정됐다.

6(193센티미터)장신인 사내는 머리에 조건(검은 두건)을 썼고 의복은 저고리 포()차림이었다.

발은 혁탑(가죽신)이 신겨져 있었다.

적당한 구레나룻과 보기 좋게 흘러내린 턱 수염이 사내의 미려(美麗)를 더했다.

12제자 가운데 항상 호기심이 충만한 도마가 사내 곁으로 접근 한 뒤 조심스레 운을 뗐다.

도마가 사용한 언어는 아람어였다.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

사내가 말했다.

동쪽 끝에 자리한 고구려에서 왔다.”

유창한 아람어였다.

사내가 아람어로 말하자 이번에는 나머지 제자들도 그에게 관심을 표명했다.

마가가 덧붙였다.

우리나라 말을 어찌 그리도 잘하는가? 그리고, 당신의 나라 고구려는 중국에 속해 있는가?”

마가가 중국 운운한 까닭은 팔레스타인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중국 출신 무역상인들이 들어와 상품 교역을 하고 있었기 때문 였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는 이미 상당수의 유대인이 정착해 귀화했거나 또는 무역 거래를 위해 왕래가 빈번했다.

때문에 동양인과 마주한 마가가 미남을 중국인으로 착각한 것이었다.

 

사내는 차분한 어조로 고구려의 역사를 설파했고 덧붙여 중국과의 관계도 이해시켰다.

사내의 말이 끝나자 이번에는 험상궂은 생김새의 베드로(원래 이름은 시몬:헬라어)가 팔짱을 긴 채 입술을 움직였다.

예루살렘에는 무슨 목적으로 왔나?”

사내가 답했다.

이 곳에 오기 전엔 인도의 타슈켄트에서 불교를 공부했다. 당시 동문수학하던 친우 중 베다니 출신의 유대인 유학생 벤냐민과 절친관계 였다. 아람어는 그로부터 배운 것이다.”

이름은?”

고유리.”

호기심이 증폭된 베드로가 덧붙였다.

너희 나라도 왕이 있느냐?”

고유리가 말했다.

물론이다. 3대 왕이신 대무신왕이시다.”

나이는 어찌되는가?”

“33살이다.”

순간, 베드로가 10()안에 서있는 예수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우리 주님과 같은 나이구먼. 그건 그렇고, 오늘 이곳에는 웬일인가?”

고유리가 말했다.

라바이로 불리는 저 분의 명성을 듣고 사마리아에서 한 숨에 달려왔다.사마리아에서 어느 여자가 예수를 우물가에서 만났다고 하는데, 여자는 예수를 메시아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우리말로는 구세주(救世主)’. 인도에선 예수를 임마누엘이라 말하는 예언자들도 있다.”

동양인 사내가 거침없이 언변을 토하자 곁에서 듣기만 하던 세례 요한의 제자였으며 예수가 총애하는 머리 좋은 사내 요한이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동양인 친구가 우리 주님에 대해 해박하시구먼. 우리 주님에 대해 얼만큼 알고 계신가?”

고유라가 말했다.

“7백여 년 전 선지자 이사야는 예언(이사야:53/ 1~12)을 통해 당신이 지칭한 주님의 길을 예비했고, 580여년 전 예언자 스가랴 역시 라바이의 수난을 예고하지 않았던가! 뿐만 아니라 유대의 조상 다윗 왕도 시편 37편을 통해 예수의 현재일을 비통해 했다. 뿐이던가. 예언자 에레미아와 다니엘, 그리고 솔로몬 대왕도 잠언에서 라바이의 비통한 주검을 예언했다. 나는 오늘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을 지켜보며 불길한 예감을 떨굴 수가 없다.”

불길한 예감이라니, 대체 무슨 말인가?”

성격이 불 같은 요한이 다그치듯 물었다.

나에게는 상대를 꿰뚫는 뛰어난 타심통(他心通)이 있다. 마치 라바이가 상대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듯 말이다. 따라서 오늘 광장의 분위기를 살펴볼 때 무엇인가 찜찜한 예감을 지을 수 없다.”

 

사내가 진진한 투로 불길 운운하자 곁에선 제자들은 저마다 색다른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요한은 고유라로 불린 사내가 보통내기가 아님을 인지하고 그를 예수에게 데려갔다.

사내가 다가서자 예수는 단숨에 말했다.

고유라야 네가 올 줄 알았다.”

순간, 사내가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어찌해서 저의 이름을 부르십니까?”

나는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안다.”

예수는 그러고는 사내의 지난날들을 들려주며 이렇게 덧붙였다.

훗날 동방의 나라에서 나를 높임 할 것이다. 네가 그때에 다시 태어나 나의 일을 전도함이라.”

 

사내가 선 자리에서 얼어붙자 예수가 고유라의 어깨에 손을 얹고 안수를 했다.

예수는 그러고는 가룟 유다에게 말했다.

지닌 것이 있느냐?”

가룟 유다가 어깨에 맨 바랑을 펼쳐 들여다 보며 말했다.

주님.몇 푼 되지 않습니다.”

예수가 말했다.

너는 빌립과 어여 빵집으로 달려가 지닌 것 만큼 빵을 사오너라.”

10여 분 후.

가룟 유다는 보자기에 20여개의 무교병(無酵餠)을 싸 들고 나타났다.

성질이 불 같은 요한이 보자기에 담긴 무교병을 들여다보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돈은 어디에 썼길래 고작 20개라니, 지금 여기에 모인 사람 수자가 어림잡아 천여명은 웃돌 터!”

순간, 요한의 어깨를 다독인 예수가 가룟 유다에게 빵을 하나 건네 받았다.

그러고는 무교병을 양손에 쥐고 하늘 높이 축사를 했다.

 

예수는 무교병을 절반으로 갈라 반쪽은 빌립에게 남은 반쪽은 가룟 유다에게 건네며 말했다.

나눠주거라.”

예수의 말을 귀담은 두 제자는 아무런 동요 없이 묵묵히 따랐다.

왜냐,주님께선 이미 갈릴리 산상수훈에서 두 차례에 걸쳐 5천명과 7천명을 오병이어(五餠二魚)7(七餠)으로 먹이신 이적(異蹟)을 보이셨기 때문 였다.

놀라고 펄쩍 뛴 것은 1천여 명이 넘는 군중과 군중속에서 예수의 일 거수 일 투족을 훔쳐보고 있는 바리새인과 사두개인 그리고 성전 주변을 지키는 헤롯 군병들이었다.

이들은 무교병에서 끝없이 빵이 생성되는 광경을 목격하고 자신들의 두 눈을 의심했다.

말도 안되는 현상이 즉석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간혹 성전 안 장터에서 중동과 인도에서 건너 온 호객꾼 마술사들이 펼치는 신기한 마술을 눈 여겨 보았으나 지금 이 순간의 현상은 마술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이었다.

 

군중들은 놀라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며 일제히 예수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군중들이 건네 받은 무교병으로 배를 채우자 예수는 이 곳에서 다시한번 8()과 하늘나라에 대해 복음을 전했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 하늘 나라가 저희 것이다.”

 

군중들 틈 속에 몸을 숨기고 예수의 가르침을 귀담은 바리새인들은 또 다시 핏대를 세우며 이를 갈았다.

자신들에게 들으라는 소리와 진배없었다.

 

예수의 기적을 다시 한번 확인한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은 서로 수군대며 자리를 피해 나갔다.

등을 보인 바리새인 가운데 누군가가 사방을 살피며 나지막이 외쳤다.

더 이상 저 자를 방관해선 곤란해. 무슨 명분을 들이대서라도 산헤드린 법정에 세워야 해.”

 

이산해 / 추리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