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를 다녀왔다.(2006년도)

2007.10.28 02:10

성민희 조회 수:1001 추천:53

      2006년 9월 28일 지난 토요일에는 ROTC모임에서 일박 이일 코스로 라스베가스에 갔다. 대형 버스를 빌려서 갔는데, 차 타고 오가는 시간에 너무 웃어서 1년 걸려 생겨야 할 주름이 하루 동안에 다 패여 버린 느낌이다. 멤버 중 한 선배님이 전문 도박사라고 해서 나는 장난으로 그러는 줄 알았더니 정 말 도박 학교를 수료하셨단다. 등록금이 무려 3000불인데 라스베가스 어느 호텔에 서 일주일 동안 숙식을 함께 하며 전문 도박인으로 훈련을 받았다고 하셨다. 수료 를 하고 나오는데 머리에 남은 메시지는 ‘조금이라도 땄으면 바로 챙겨 나와라. 욕심은 패망의 지름길이다.’ 학교에서 시키는 것에 조금이라도 순종하지 않을 시는 바로 퇴학조치를 한다는 내 용의 각서를 쓰고 시작을 하는데, 처음 삼 일 동안은 물 외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 더라고 했다. 첫날부터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자퇴하는 사람들이 서 너명씩 생기 기 시작하는데. 마지막 사흘째에는 진수 성찬을 차려 놓았더란다. 음식을 보는 순 간 모두들 가슴이 벌렁벌렁 군침들을 삼키는데 먹으라는 명령 없이는 손도 대지 못 하게 해놓고는 그 옆에서 교육을 시켜, 자기를 이기지 못한 서 너명이 또 퇴출. 결 국 50명 입학해서 마지막 날에는 10명 미만이 수료했다고 했다. 전문 도박사의 자 질을 점검하는 혹독한 시험까지 모두 치르시고 전문 도박사(?)가 되신 선배님 왈 " 인내와 절제가 확실한 가운데 묘기가 합쳐지면 기가 막힌 도박사가 된다" 블랙잭, 룰렛 게임, 슬랏 머쉰 등, 세 가지 모두 전문인으로 변신 시켜주겠다는 거 창한 명제 아래 우리들은 모두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착한 학생들이 되어 수첩에 부지런히 받아 적었다. “오늘 라스베가스 Wynn Hotel은 우리가 접수한다. ” “오늘 Wynn Hotel은 죽었다.” “오늘부로 Wynn Hotel 간판 내린다.” 갑자기 진지해진 우리의 도박 공부 땜에 찌는 태양아래 눈부시게 반짝이던 사막의 언덕들과, 딱딱한 땅들을 헤집고 나온 黴킵湧?자랑스러워 뽐내던 야생화들이 잠 시 우리들의 외면에 섭섭해 해야 했다. 블랙잭은 너무 복잡해서 그만두기로 하고. 슬랏 머쉰과 룰렛 게임을 정복하는 비결 을 옮겨본다. 먼저 슬랏 머쉰에서 돈을 거머쥘려면. 아무 머쉰에 앉으면 안 된다. 돈이 잘 터지는 데가 따로 있단다. 나는 어디든 빈자 리만 보이면 생각 없이 가서 앉았었는데 그건 바보짓이었다. 자리에 앉기 전 어느 머쉰이 잘 터지나 30분 정도 빙빙 돌면서 찾으란다.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면 물불 안 가리고 달려가서 그 뒤에 떡 버티고 서있어야 한다. 게임 하는 사람이 소변 이 마려워서 일어나면 그때도 또 물불 안 가리고 털버덕 앉아서 그 기계를 차지해야 한다. 만약 그 사람이 소변 이하 모든 볼일을 끝낸 사람으로서 일어날 기미가 전혀 안 보일 때를 대비해서 미리 마늘이나 오징어를 많이 먹고 가야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만나면 뒤에서 트림도 하고 훅훅 한숨도 쉬어야 한다. 그래도 그 사람이 대단히 미련하거나 돈에 '독' 오른 사람이라 일어날 기미가 없으면 제2단계 작전으로 들어가야 한다. 핸드폰을 꺼내서 귀에다 대고 아무 노래나 생각나는 대로 가사를 줄 줄 외우되 아주 크고 쉰 목소리로 해야 한다. 단, 절대 한국말을 하면 안되고 될 수 있으면 일본말인 것 처럼 할 것. 거기에 견딜 장사가 없으므로 따가운 눈총을 우리에 게 쏘며 자리를 뜨는 그 사람에게 일단 감사의 눈 인사를 하고 바로 작업에 돌입. 처음 동전을 하나씩 넣어서 얼마 만에 터지나확률을 따져본다. 12-13번째 정도 되어 서 터진다 싶으면 그 즈음에 가서는 최대로 동전을 넣어서 힘껏 당길 것. 그러면 대 박이 터질 때가 있다. 그 다음 룰렛 게임. 룰렛 게임은 첫째로 확률이 red & black number들로 나눈다. 그리고 1에서 36까지의 숫자를 크기 별로 상(1-12), 중(13-26), 하(27-36)로 나눈다. 그런 다음 곁에 서서 언제쯤 블랙 넘버가 나오나 살핀 뒤, 상, 중, 하 넘버들도 언제 나오나 확률을 따지 면서 한 15분 정도 관망을 하란다. 이때는 공대 출신이 기가 막히게 확률 계산을 잘 하더라는 둥, 회원들 모두 한마디씩. 그러고 또 딜러가 손가락을 얼마나 세게 해서 룰렛을 돌리는가 그 손가락 끝의 힘도 계속 관찰하며 15분 정도를 보내란다. 적어도 30-40분은 관망하며 확률 계산을 하란다. 침을 튀기며 열심히 강의하시는 도박사에게 뒤에 앉은 촐랑이 후배가 한마디. " 선배님. 30분 지나면 딜러가 바뀌는데요?" 뜻밖의 질문에 놀란 도박사님. " 그러면 다시 새 딜러 손가락을 관찰하몬 된다." " 계속 관찰만 하다가 돈은 언제 땁니까? " 모두들 뒤집어졌다. 자기에게 투자 하면 원금 보장에 최소 20% 이자는 붙여 돌려 주겠다는 도박사 말에 순진, 한편 공짜에 눈이 먼 사람들이 모두 100불씩 거둬 갖다 바치자고 했다. 조용 하던 버스가 갑자기 부시럭거리는 소리로 소란해졌다. 비상금으로 운전 라이센스 뒤에 숨어서 몇 년을 버티던 역사가 깊은 돈까지 이자 붙여준다는 한마디에 낑낑대 며 뛰어 나왔다. 네모로 반듯하게 접힌 촉촉한, 몇 년만의 햇볕 구경에 눈부셔하 는 돈까지 모두 1000불을 거머쥔 도박사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비서 한 사람을 붙 여달란다. 자기가 어느 정도 끗발이 오르면 돈을 거둔 뒤 일어나서 나오도록 조언 내지는 협박을 해줘야 한다고. 그러나 두 가지 사항은 꼭 지켜줘야 한단다. 첫째. 절대 돈을 질러라 말아라 간섭하지 말 것. 둘째. 너무 가까이 붙어서지 말 것. 공론 끝에 회장이라는 엄청난 죄명으로 우리 남편이 뽑혔다. 라스베가스까지 와서 노름 한번 못해보고 이게 무슨 꼴이냐고 궁시렁 거리는 남편. "옆에서 선수들 하는 것 좀 배워와 보소. 우리도 제대로 배워서 돈 좀 따보입시더. 언제까지 갖다 바치기만 할랑교?" 꼬셔서 들여 보내놓고 룰렛 게임에 갔다. 빨간 검정 숫자들이 사인판에 나와 있는데 골치가 아프다. 배운 지식은 반드시 써 먹는다는 내 철학(?)에 따라 한참을 서서 노려 보았지만. 원래 수학하고는 원수 지간인 내가 숫자들 놓고 확률 따지려니 머리가 지끈 거리려고 한다. 딜러 손가락 들여다 보니 그게 그거지 강약을 어떻게 느끼나. 내 수 준에는 슬럿 머쉰이 딱이라는 결론이 채10분도 안되어서 났다. 슬럿 머쉰 홀에 가서 어슬렁 거리고 다니니 뒤에서 돈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반가워 홱 고개를 돌 리니 바로 옆줄이다. 180도 몸을 돌려 달려가 뒤에 딱 붙어 서서 기다렸다. 마늘이나 오징어는 미처 못 먹었지만. 약 5분을 기다리니 만신이 쑤시며 급한 내 성질도 들썩 거린다. 에라 모르겠다. 옆의 기계에 앉아서 순식간에40불 뺏기고는 일어섰다. 도박 사 말씀이20불까지 넣어보고 안 터지면 일어나 다른 기계로 가라고 했는데. 무거운 엉덩이를 탓하면서 다시 어슬렁거리며 돌다가 또 다른 빈 자리에 앉아서 당겼다. 거기서도 40불 홀라당. 도박사님 말을 안 들어서 이러나 싶어 또 일어났다. 구석진 자리 하나가 아무래도 수상해. 거기에 앉아 서 너번 당겼더니 25전짜리 동전이 6개 터졌다. 옳지 여기구나. 여기가 내 자리.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기계와 의 씨름이 시작되었다. 그럭저럭 들락날락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말았다 하더니 900개가 한꺼번에 터졌다. 줄줄줄줄 동전 떨어지는 소리. 너무나 자랑스러워 고개를 들고 주위를 쓰윽 둘러보니 부러워하는 눈, 눈, 눈초리들. 또 들락날락 하다가 400개가 터졌다. 한창 재미가 나는데 꾀죄죄한 얼굴에 눈이 게슴츠레 패잔병 모습의 남편이 돌아왔다. "우찌 됐능교?" "조금 따는 것 보고 와 버렸다. 내가 이기 무슨 꼴이고?" "당신은 한번도 못해 봤능교?" "조금 하긴 했지만, 뒤에 서서 시간 보내느라 피곤해서 많이 못했다. 다 잃었다." "히히히, 기분 푸소. 내가 지금 막 돈을 긁고 있는 중이거던." 순간 얼굴이 확 펴지는 남편 "얼마 땄노?" "여기 보소. 동전통이 꽉 찼다아잉교." "고마 일나라, 일나라. 땄을때 일나라 안카더나." "그래도 승기를 잡았을 때 확 땡기야지. 내 예감에 오늘 잭팟 터질것 같다. " "도박사가 안 그라더나. 그기 바로 함정인기라. 조금 건졌을때 일나야지 남는기라." 잭팟을 터뜨려야만 하는 이 밤의 거사를 남편이 도무지 받쳐주지를 않는다. 잠이 와서 (버스 안에서 MC 하느라 6시간 내내 서서 마이크 잡고 있었다.) 옆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고개가 90도로 내려앉는가 했더니 다시 화닥닥 일어나기를 서너번. 의자가 뒤로 발라당 넘어갈까 간이 조마조마. 도저히 애처러워서 버틸 수가 없다. . "할 수 없다. 갑시다. 아-참, 조금 더 땡기면 대박 터지는긴데." 아쉬움을 달래고 동전을 바꾸니 정확히 173불 땄다. 내 생애 처음 도박으로 돈 거 머쥔 날. 기념 촬영이라도 해야 했는데------ 다음 날 아침.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도박사의 전적을 보고 받았다. 1000불로 한 3-4만불 딸 수 있었는데, 공금이라서 조심 하다 보니 조금밖에 못 땄다는 말씀에 뒤에서 후배들이 속삭인다. “믿거나 말거나.” 자기 돈으로는 만 불 정도 벌었는데, 호텔 문을 나오다가 꽃뱀을 만나 물리느라 돈을 다 날렸단다. 그것도 믿거나 말거나. “꽃뱀이 어떻게 알고 왔답니까?” “글쎄. 그기 잘 모르겠능기라. 내가 여기에 뜬 줄을 우찌 알았을꼬.” “어떻게 하필이면 호텔 문 앞에서 딱 만났습니까?” “마, 잡혀가지고 가서 술 묵고 하느라고 -------” 결론은. 투자자들에게 원금 플러스 20%를 돌려주겠단다. 모두들 환호성. 후배들 이 어깨춤을 추는데 점쟎으신 선배님 한 분이 일어나셨다. "라스베가스에 와서 원금 잃지 않고 돌아가는 것은 아주 큰 수확이제?” "그~럼요. 그럼요. 실컷 놀고 원금 잃지 않은 게 어딘데요?” “그렇다면 도박사 덕분에 우리 모두 원금을 잃지 않았으니, 그건 바로 돈을 번 것과 마찬가지가 아니겠나!" 승전보에 마음이 풍선이 된 행복한 사람들. "옳소!" "그러니 원금만 찾아가고 붙여주는 이자는 기부금으로 내면 어떨까!" 좋다만 후배님들 후우~ 한숨 쉬는 소리. 그래도 사랑하는 ROTC를 위해서라는데 무슨 일인들 찬성 못하랴. 모두들 손뼉 짝짝 치며 만장일치. 덕택에 생각지도 않았던 노름 수입이 1000불에, 기분 좋아지신 선배님들의 기부금까지 모아져 2000불이 되었으니 회장단 입이 헤벌레~~~ 좋아하던 블랙 잭 실컷 놀아보지 못했던 불만이 싹 가신 듯. 돌아 오는 길. 한 선배님께서 옛날 인디언 추장이 혼자 쓰기 아까워 시에 기증 했다는, 물이 깨끗하고 좋은 온천에서 피로를 풀고 가자고 했다. “거기는 전부 발가벗고 들어 가야 한다 아이가. “ 전혀 예상치 못한 선배님 발언에 모두들 두런두런. “그러면 남녀가 같이 들어가 온천하나요?” 어쩜 머리가 그리도 잘 도는지. 또 다시 예상 못했던 질문이 나왔다. “물론이지. 시설이 좋진 않지만 그것 땜에 사람들이 많이 온다카이.” "엄마야, 우짜노." 여성 동지들 모두 후다닥 얼굴을 감싸안고 비명을 지르니 마음 약한 형수님 손을 마구 휘저으시면서. ”아니야. 아니야. 따로야.” 여성분들 안도의 한숨을 쉬는데. “벽 옆에 작은 구멍이 있어서 그 구멍으로는 서로서로 보인다카데.” 햇살 뜨거운 사막길을 1시간 가량 달려 가니 나즈막한 언덕아래 깨끗하게 지어진 판잣집이 나왔다. 남자들이 모두 타올을 하나씩 가슴에 안고 펄펄 먼지가 날리는 황토길을 고개를 푹 숙인 채 줄을 지어 걸어가는 뒷모습이 영락없는 죄수들의 행 진이다. 옛날 유태인들이 개스실로 저렇게 들어갔나 보다 하며 혼자 픽 웃었다. 30분쯤 지났을까? 뜨거운 물에서 서로의 진실(?)을 보이며 우정을 나눈 발그레한 얼굴들이 나왔다. 조금 전의 그 처량한 죄수들이 ROTC라는 이름 앞에 하나가 되어, 같은 추억 속에 푹 잠기며 얼마나 즐거웠었는지 환한 박꽃들이 되었다. 언제 떠올 려도 다시 돌아가고 싶은 투지 만만하던 시절, 긴 인생 여정에서 가장 아름답고 푸르렀던 그 시간들을 함께 펄펄 뛰었기에 서로가 더욱 소중한 형님, 아우들. 언제 만나도 깊은 마음 서로 나누며 동행할 수 있는 형님이 있기에, 친구가 있기에, 아우들이 있기에 힘든 이민 생활도 외롭지 않은 행복한 사나이들이 거기에 있었다 “우리는 젊은 사-관. 피 끓는 장교단. 저 하늘 푸른 창-공에 나르는 솔-개. 세-워라 화랑도 빛나는 전통을. 굳게 받아 새나라 건설에 용진하자. 용진해.” 버스가 떠나가라 목청껏 노래하며 뜨거운 사랑에 취한 채 엘에이에 도착하니 저녁 6시. 내년을 기약하며 모두들 홰? 안녕. 손 흔들며 떠나가는 뒷 모습 너머로 어슴푸레 어둠이 내린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들도 행복해 보였다. (PS: 노름판에서 뒹굴던 이야기라 언어 선정 수준이 조금 떨어진 듯 하나 애교로 봐 주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