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준비 왕도(王道) 없다

2007.10.28 02:11

성민희 조회 수:755 추천:79

SAT 준비 왕도(王道) 없다

 

  요즘 신문은 대학 진학에 대하여 정확한 정보를 많이 다루어서 학부모들에게 도움이 되지만, 7-8년 전 내가 딸을 키울 때만 해도 그런 교육 정보는 흔하지 않았다. SAT란 말은 많이 들었는데 그게 SAT I과 SAT II 로 나누어지니 도대체 어떻게 다른 건지. 성적표 과목 앞에 복잡하게 따라 붙어 있는 AP, IB, Honor들이 뭔지 도무지 막막했다. 안개 속을 헤매듯 더듬거리는 와중에도 딸이 11학년이 되어 드디어 SAT 시험을 쳤다.

첫 시험에 만족하지 못한 아이가 학원에 등록하여 8주를 공부한 후 다시 시험을 보더니 처음 점수 보다 정확히 100점을 더 받았다. 그리고 더 이상은 암만 노력해도 점수가 오르지 않았다.

 

   5년의 세월이 흘러 아들도 고등학생이 되니 이제는 미국 대학 입시 시스템을 조금 알 것 같아 나름대로 이론을 세웠다. 'SAT란 게 무엇인가? 말 그대로 실력 테스트다. 실력이란 게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수학은 단순한 훈련으로 성적을 올릴 수 있지만 영어는 짧은 시간 투자로 정복되지 않는다. 영어를 위한 장거리 경주를 하자.'

그리하여 9학년에 들어가면서 부터 단어 공부 시킬 방법을 찾아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아들은 책 읽는 것을 좋아하므로 신문과 잡지를 많이 읽을 수 있도록 구독 가짓수를 늘였다. 환경 때문인지 아들은 자연스럽게 많은 읽을거리 가운데서 단어들을 습득하는 것 같았다. 11학년 초에 SAT I 시험을 보니 그런대로 성적이 괜찮았다. 그러나 문제는 9,10 학년 때는 사춘기 몸살을 앓기는 하지만 그리 공부에 지장을 받지 않았던 아이가 11학년이 되어 자동차를 운전하면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발이 자유로우니 학교 공부에 소홀해진 것이다. "하나님은 왜 사춘기를 이때에 겪게 하실까. 협박이 잘 먹혀들어가는 초등학교 때나, 결혼하고 난 후에 하게 하시지 하필 대학입시 준비를 해야 하는 이 중요한 시기에 겪게 하실까." 몸이 어른으로 자라면서 생기는 호르몬 현상을 모르는 바도 아니면서 너무 답답해 억지소리를 하곤 했다.

 

  12학년이 되어 대학입학 원서를 작성하게 되었다. 학교 성적인 GPA를 종합해서 보니 점수가 9학년부터 11학년까지 완전한 하향 곡선이다. 대학 입학 사정관은 GPA가 높지만 하향 곡선인 학생보다, 비록 GPA는 조금 떨어지지만 상향곡선인 학생을 더욱 선호한다. 나이가 들수록 공부에 열의를 가진다는 증거로 이런 학생이 대학에 들어오면 공부에 열정을 쏟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들은 큰일 났다 싶은지 시험을 한 번 더 치겠다고 했다. "그만 두어라. 아들아. 그나마 잘 받아둔 성적 깎아 먹을까 겁난다. 그냥 이대로 고이 있자꾸나." 내가 말렸지만 아들은 마음이 급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학원에 등록을 하고는 열심히,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나도 몰래 혼자 가서 시험을 쳤다. 결과가 나온 날 전화선 저쪽에서 아들은 몹시 흥분해서 말했다. "엄마, 1,600점 만점 받았어."

  학원에 가기 전과 비교해 보니 정확히 80점이 올랐다. 더 올라갈 곳이 없어서 80점이지 그것도 따지고 보면 100점이 오른 셈이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느냐하면, 요즘 주위에서 너무 SAT, SAT 하면서 특별한 과목인 것처럼 학원들도 부모들도 야단들인데 그게 절대로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을, 평소 학교 공부에 충실하며 평소 실력을 쌓는 것이 바로 SAT 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어서다. SAT를 위한 과외나 학원 공부는 결국 자기 실력에다 시험 치는 요령 터득과 훈련으로 100점 정도를 더 올릴 수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요즘은 또 에세이까지 800점이 더 첨부되어 만점이 2,400점이 되었다니 그게 어디 단기간에 얻어지는 실력이겠는가.

 

  며칠 전, 아이가 이제 겨우 9학년인데 SAT 준비를 해야 한다며 좋은 학원을 소개해 달라고 하는 젊은 엄마를 보며 안타까웠다. 그 아이가 정작 시험을 칠 11학년이 되면 얼마나 지쳐 있을까 싶다.

<사람이 고향이다 2016>  <한국일보 교육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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