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야기-제1막 (워싱턴 닷캄)

2011.11.29 03:15

김학천 조회 수:900 추천:195

1. 서막 –워싱턴 닷캄-
미국이 독립하고 얼마 안 되어서 독립선언서를 작성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나라이름을 무엇으로 해야 할까 하는 게 문제였다. 한 의원이 아이디어를 내었는데 이는 먼 동방의 나라 조선에 가면 세종대왕이라는 분이 글을 만드는 데 천재라는데 이분한테 문의해 보자고 한 것이다. 세종은 ‘아무렇게나 해라’고 하셨다. 그래서 ‘아메리카’가 되었다. 위쪽에 사는 사람들이 자기네도 아쉽다하고 사신을 보냈더니 대왕께서 이르시길 ‘너흰 가나다순으로 해라’하시거늘 ‘카나다’가 됐다는 얘기다.
우스갯소리로 누군가가 만들어낸 말이지만 미국만이 아메리카는 아니다. 멕시코에 가서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으면 당연히 아메리칸 이라고 한다. 북미, 중미, 남미, 모두 아메리칸 임엔 틀림이 없다. 우리가 사는 이곳을 아메리카라고도 하지만 엄밀히 US아메리카임을 모두 안다. 마치 서울대학교 신문의 이름이 ‘대학신문’이어서 다른 대학들의 심사가 편치 않은 것처럼 전 아메리카대륙인들의 기분이 몹시 언짢을 터다. 그럼에도 미국은 마치 자신들만의 점유물인양 아메리카라고 한다.
건국초기에 콜럼비아로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긴 하지만 성사되지 않았고 결국 남미의 콜롬비아가 생기면서 그 잔여만 남는 결과가 되었다는데. 어쨌거나 아직도 미련이 많이 남아 그 이름 여기저기 자취를 남겼으니 가장 유명한 것이 아무래도 워싱턴 DC가 아니겠는가. ‘컬럼비아 자치구’라는데 그건 장학퀴즈 정답이고 사실은 200여 년 후에 IT산업으로 세계를 휘어잡을 Dot Com이 아니었던가 싶다. ‘워싱턴.com!’ 다른 나라들은 모두 웹주소 뒤에 각자나라이름을 붙이게 하고는 자기네만 깔끔하게 .com으로 처리하고 그 거드름 피는 모습이란 얄밉기도 하지만 부럽기도 하다. 한마디로 미국이라는 나라 이미 그 오래 전에 세계를 제패하려는 야심이 있었는지 아니면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그의 수도이름 하나는 잘 지었다. 세계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초강국 미국이 마음속 깊이 가장 아쉬워하는 것이 있으니 그건 역사적 문화적 전설의 고향이 없다는 것이다. 바로 신화의 결여. 세계의 모든 나라에는 나름대로의 이러쿵 저렇쿵 신화가 있다. 이는 조상전래의 공동유산으로 한 집단을 묶어주는 접착제이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꿰뚫어 연결해주는 고리라 말할 수 있는데 미국은 이러한 신화가 없다. 유구한 역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들에게도 무언가 일리아드와 오딧세이나 플루타크 같은 영웅전이 필요했겠지. 해서 온 정성을 드려 만든 것이 조부들의 영웅담이 아니었겠나. 그리곤 인정하긴 싫었겠지만 인디언들의 구비문학이나 전설 등을 바탕으로 자기네들 문학과 역사에 스며들어 삶의 일부분으로 알게 모르게 뿌리내린 이야기들 또한 필요했을 거고.
토착민을 싹 쓸어내면서 시작된 이러한 영웅담의 근간인 정복성은 루이지애나 주를 사들임으로써 땅을 곱절로 늘리더니 드디어는 루이스-클라크 팀에 의해 서부탐험의 기치를 내걸면서 개척정신이라는 이름으로 점점 넓히더니 어느새 뉴프론티어 정신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그런가? 미국인들이 야구보다도 더 열광하는 미식축구가 꼭 이러한 선조들의 땅따먹기를 닮았다. 이 경기에서 그들의 조상들이 대륙을 정복한 개척의 기질이 생생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곤 땅투기에 등장하는 내기베팅까지.

전설의 고향이야기는 할리우드 산업에서도 활발해서 신화를 만들려는 의지를 보여준 존 포드 감독의 서부 개척물 영화로부터 포카혼타스(시간적으로 앞뒤가 안 맞는 이런 이야기가 논리가 강한 그들에게도 필요한 이유가 있었다면 그것은)를 통한 아스라한 옛이야기의 주인공들을 神話 아닌 新話 족보에 올려 넣기도 했다.
언제나 이러한 주제들은 정복 아닌 개척의 이름으로 원주민 땅에 홀로 들어간 백인이 자기에게 반한 여인의 도움으로 낙랑공주와 호동왕자 같은 전개의 이야기를 넘어 토착민 부족을 구하거나 섬멸하는 정복과 인류애를 그리는 양면성의 틀을 가진다. 허긴 DC는 Devil과 Christianity의 두 가지 의미를 갖기도 하니 이중의 특성은 당근이 아닐런지. 그러더니 급기야‘늑대와 춤을’으로 발전한 이런 얘기들의 현대판은 아바타라는 미래판에 이르러서도 변함이 없다. 테크놀로지만이 눈부시게 놀라울 뿐 늑대이야기에 매트릭스와  하야오의 천공의 섬을 가미했을 뿐 판박이 자기네 편 영웅이야기이다. 몇 개 더 참가하자면 터미네이터와 미션 그리고 라스트 사무라이까지 합친 비빔밥?
이미 세계는 한 사람의 인기인이나 영웅이 선망의 대상이 되는 스타시대를 지나 너나 모두가 반짝 반짝 빛나는 집단스타인 ‘은하수시대’가 된지 오래되었음에도 미국은 모든 분야에서는 앞서가면서도 왠지 아직도 일인영웅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것은 아마도 바로 이러한 훌륭한 선조족보를 만들고 싶어 하는 결여의식의 심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그들의 영웅 만들기는 변함이 없으면서도 세계를 정복하고픈- 좋은 의미로 말해 공존하고 리드해 가려는- 야망은 이미 오래 전에 시작이 되었음을 DC 함께 미화 1달러짜리 지폐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그곳에 숨어있는 많은 코드와 숫자 그리고 글귀들이 프리메이슨과 연결이 있다는 것은 차제하고라도 우선 앞면의 워싱턴의 초상화에서도 알 수 있다. 원래 워싱턴의 얼굴은 신경질적이고 사나운 인상이다. 마지막 남은 치아 하나를 뺀 후 홀쭉하진 양볼을 살리기 위해 담당 초상화가의 기지로 솜을 물고 그린 모습이 지금의 모습인데 혹자는 워싱턴의 얼굴이 너무 그랜드 마마 같은 부드럽기 만한 인상을 준다고 혹평하기도 한다. 사실 그의 눈은 매섭게 생겨서 뒷면의 미완성된 피라밋의 진리의 눈이라는 스파이적인 외눈과 닮았다. 바로 이 정복성과 인류애의 이중성은 지폐 앞과 뒤가 서로 다른 녹색과 검정의 두 칼라로 인쇄된 바로 이점과도 통한다면 지나친 이야기일까. 잠깐 낭만적인 얘기로 쉬어가자면 미화 2달러짜리 귀여운 돈 이야기가 있다. 서부시대에 미지의 세계를 찾아 떠났던 사람들이 긴 여정의 두려움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둘을 의미하는 2자를 좋아했기 때문에 낭만적인 달러가 되었다는데 특히 영화 ‘상류사회’에서 그레이스 켈리가 프랑크 시나트라로 부터 2달러짜리를 선물 받은 후 모나코의 왕비가 되자 행운의 의미를 뜻한다고 하니 더 근사해 보이지 않는가.
아무튼 이제 세계의 중심에 서있는 미국은 바로 워싱턴DC에서 전쟁(D)과 구호(C)로 큰 형님 역할에 바쁘고 한편으론Dot Com 으로 글로벌을 우지좌지하고 있으니 건국조부들의 비전인지 야망은 이제 더 나아가 앞으론 디지털(D)과 통섭(C)의 시대로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워싱턴 Dot Com 만세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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