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현자

2011.12.27 07:31

김학천 조회 수:599 추천:141

사막에 별을 관측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천문학과 과학에 깊은 지식을 갖고 있는 현자들이었다. 어느 날 심상치 않은 별의 움직임을 보고 이 예사롭지 않은 일이 위대한 인물의 탄생을 암시하는 것임을 예견한 이들은 모두 함께 그 별이 머문 곳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그 들 중의 네 번째 현자는 예물로 드릴 세 가지의 보석을 갖고 종 한 명을 데리고 다른 세 현자들과 약속한 곳으로 몇 날 며칠을 간다. 거의 약속장소에 다다를 무렵 길가에서 병으로 쓰러져 죽어 가는 노인을 만나게 되었다. 그냥 지날 칠 수 없었던 그는 이 노인을 정성스레 돌봐 주느라 지체되어 약속시간에 늦게 도착해보니 다른 현자들이 이미 그 장소를 떠난 뒤였다. 할 수 없이 보석 하나를 팔아서 장비를 마련하여 온갖 고생을 다 한 끝에 목적지에 도착하였으나 이 때는 이미 모두가 피신을 하고 난 뒤였다.
위대한 인물의 향방을 추적하여 순례를 하던 길에 어느 마을을 지나게 되었는데 너무도 생활이 가난하고 병든 이들만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네 번째 현자는 가지고 있던 두 번째 보석을 팔아서 데리고 간 종과 함께 잠시 머물면서 이들을 돌보아 주기로 한 것이 일 주일이 가고 한 달이 가고 어느새 그만 세월은 흘러 30여 년이 지났다.
이제는 나이도 늙고 기력이 쇠잔하여 너무 지쳐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는 종과 함께 다시 먼 마지막 여정의 길에 올랐다. 귀향 길에서 이들은 다시 배고파 굶어 죽어 가는 어린 소녀를 만났다. 마지막 남은 보석을 팔아서 도와주고 오는 길에 누군가가 채찍을 맞아가며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았다.
주위에서 구경하는 사람들로부터 피투성이의 이 사람이 자기가 그 오래 전에 다른 현자들과 함께 뵈러 가려했던 바로 그 분이란 사실을 알고는 단숨에 달려갔다.
“주님이시군요, 제가 그토록 평생동안 뵙고 싶던 주님이 바로 당신이신데 이제는 드릴 것이 제겐 아무 것도 없습니다. 한번도 도와 드리지도 못한 채 이렇게 돌아가시게 되다니 제가 어찌해야합니까. 저는 죄인입니다.”
그 순간 그는 조용한 음성을 들었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너는 이미 나를 많이 도와주었다. 네가 살려 준 노인이 바로 나였고, 네가 그토록 오랫동안 머물며 돌보았던 마을 사람들이 바로 나였고, 네가 배불리 먹여준 소녀가 바로 나였다. 너는 나의 기뻐하는 자요, 사랑하는 자이다.”
네 번째 현자는 울고 또 울었다.
성탄절이다. 한때는 혹독한 탄압으로 비밀리에 지켜야 했던 쓰라린 순교의 희생역사 속에서 상징적인 노래를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가르쳐 전승한 적도 있었다. ‘크리스마스 12일’이란 노래이다. 크리스마스 12일 전부터 하루하루에 이름을 붙여 얼핏 들어서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만들었지만 그 속에는 실상 신앙적인 학습교리가 들어있다.
예를 들어 ‘첫날은 배나무, 둘째 날은 거북비둘기, 셋째 날은 불란서 닭, 넷째 날은 노래하는 새’ 하는 식으로 노래를 한다. 허나 그 속에 들어있는 의미는 이렇다. 1은 하느님 한 분을, 2는 신구약 두 권을 말하며 3은 믿음, 소망, 사랑의 세 가지를, 4는 네 복음서, 5는 모세 오경을, 6은 창조 여섯 날을, 7은 일곱 가지 성사를, 8은 팔복을, 9는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 10은 십계명, 11은 열 한 명의 사도, 12는 사도신경에 있는 열 두 가지 교리이다.
오늘 우리는 얼마나 자유롭고 방종하는가. 그럼에도 주님은 네 번째 현자가 되시어 오늘도 우리를 도우러 다니시며 울고 또 우신다.
예수님(J)을 제일 먼저 사랑하고 남(O)을 먼저 생각하고 나서 내 자신(Y)을 마지막에 두는 것에서 참 기쁨(JOY)이 오는 것이라 했다.
하늘에 영광, 땅위에 기쁨과 평화! (미주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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